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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력솥 계란 폭발 사건으로 깨달은 지혜

by 페르세우스



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예전에 전기압력밥솥으로 구운 계란을 만들었다는 글을 올린 적이 있었습니다. 신나게 만들어서 신나게 먹었는데 얼마 뒤 미심쩍은 사건이 생기고 말았죠. 바로 밥솥 고장이었습니다. 수리를 받으러 갔는데 제어부 센서 고장이라고 하시더군요.


그때 찜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맥반석 계란을 만드느라 물을 가득 넣고 밥솥을 몇 번 사용했는데 그 이후에 생긴 문제라서 인과관계가 있어 보였죠. 직원께 여쭤보니 그럴 수도 있다고 가능성만 언급을 하니 난감했습니다. 확실히 알려주면 좋을 텐데 찝찝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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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 전기압력밥솥으로 계란을 찌는 일은 잠시 멈췄습니다. 확신이 없었으니까요. 그러다가 갑자기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전기가 아닌 냄비용 압력솥을 쓰면 그런 걱정을 할 필요 자체가 없다는 사실을 말이죠. 제 자신이 몹시 기특해졌습니다.


아주 가끔 사용하는 냄비형 압력솥을 꺼내 계란과 소금, 물을 차례로 넣고 인덕션에 올려놓은 뒤 끓이기 시작했습니다. 방식은 다르지 않았기에 성공에 대한 기대감은 그 어느 때보다 컸죠. 이 시도가 성공한다면 아내가 노래를 부르던 계란 삶는 기계를 살 필요도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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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제 희망은 냄비에서 단말마처럼 울려 퍼진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날아가 버렸습니다. 왜 '펑!'이 아니라 '퍽!'이냐고요? 직접 경험해 보시면 압니다. 압력솥에서는 뭉게뭉게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더군요. 정체를 알 수 없는 냄새도 함께 퍼져나갑니다.


예전에 소고기뭇국을 태웠을 때 났던 냄새는 그냥 소고기뭇국 자체였는데 이번에 나는 냄새는 뭐라 형언할 수 없는 기괴한 냄새입니다. 일단 인덕션의 전원을 내린 뒤 조심스레 열어보니 솥 안은 그냥 폐허 그 잡채입니다. 다. 여섯 개의 계란 중 세 개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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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솥 안에 폭탄을 넣지 않고서야 이렇게 될 수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죠. 검게 그을린 밥솥은 과연 그 기능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들게 만들기 충분했습니다. 이 광경을 보고 있자니 예전에 전자레인지에 삶은 계란을 넣고 돌리다가 폭발한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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넣어뒀던 동물복지계란 오 형제는 장렬하게 먼저 제 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선혈처럼 흘러내린 노른자만이 이 비정한 곳의 처참한 모습을 짐작하게 했죠. 다행이었던 점은 집에 아무도 없었다는 점입니다. 누가 되었든 간에 이번 일은 등짝 스매싱을 제대로 맞을 일이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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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범죄를 위해 일단 음식물 쓰레기로 처리해야 할 폐허를 천천히 치우기 시작합니다. 형체가 남아있는 계란 세 개가 아깝기도 해서 어떻게 입속으로 처리해 보려 했지만 실패합니다. 모양이 이상해서가 아니라 소금이 너무 많이 묻어서 짜서 못 먹겠습니다. 저도 고혈압을 걱정해야 할 나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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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런히 새카맣게 탄 바닥도 닦아냅니다. 각자의 방식이 있으시겠지만 저는 냄비 바닥이 타면 굵은소금을 부어서 열을 가해준 뒤 철 수세미로 닦아내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감자도 있고 구연산도 있는데 저는 이 방법이 제일 편하더군요.


물론 이런 일거리는 안 만드는 편이 가장 좋은데 말이죠. 그렇게 계란 폭발사건은 일단락됩니다. 얼마간 저희 집에서는 구운 달걀을 구경하기 어려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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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저는 고민 끝에 문명의 이기를 이용하는 현대인이 되기 위해 구운 계란 만드는 기계를 사기로 했습니다. 시중에 꽤 많은 제품들이 나와있더군요. 비용도 비용이지만 불필요한 세간들이 자리를 차지하게 만드는 상황이 싫어서 미뤄왔는데 이제 때가 된 듯합니다.


전기밥솥은 고장 내키고 압력밥솥은 태워먹었으니 이제 제게 마지막 선택지였던 셈이죠. 요즘 아이들에게 떡볶이를 자주 해주는데 그때마다 삶은 계란을 만들기도 귀찮은데 잘 되었다 싶습니다. 살림 잘하는 사람은 장비도 적재적소에 잘 이용하는 사람이라고 하니 이번 기회에 그렇게 해 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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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요약 : 문명의 이기를 적절히 이용할 줄 아는 것 또한 지혜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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