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교대근무를 하게 되면서 가장 큰 변화는 제가 음식을 만드는 기회나 경험이 많아졌다는 점이었습니다. 뜨거운 불 위에서 조용히 완성되는 예술이라고도 할 수 있는 요리는 제가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서는 필수조건이었죠.
그간 몇 년 동안 열심히 많은 요리에 도전해 왔고 성적도 나쁜 편은 아니었습니다. 대체로 호평을 받아왔습니다. 하지만 만드는 사람은 언젠가부터 익숙해졌다는 이유로 하던 요리만 하게 되고 먹는 사람은 그 음식만 먹게 되니 조금씩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최근 들어서 잡채, 닭볶음.탕, 돼지수육, 게살덮밥, 떡볶이 등 메뉴가 회전초밥처럼 돌아가면서 나오자 "또 ㅇㅇ예요?"라는 말이 자주 들려왔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직접 만들어 먹지 않으려면 주는 대로 먹어라~!"라고 말하면 좋겠지만 먼저 제 자신을 돌아보기로 했습니다.
제가 느끼기에도 조금 변화가 필요해 보였죠. 그러다가 제 눈에 띈 메뉴가 바로 하이라이스입니다. 구내식당에서 양송이 하이라이스를 먹었는데 집에서 한 번 도전해 봄직하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아내가 카레를 만들 때 거들어준 적이 많았기에 레시피도 간단했고 그렇게 어려운 음식처럼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소스만 다를 뿐이라고 생각하면 되니까요.
일단 감자, 당근, 양파, 양송이버섯, 쇠고기, 하이라이스 소스를 준비했습니다. 양파는 최대한 얇게 썰어봤습니다. 역시 칼질도 계속하면 늘기는 하더군요. 다음에는 감자와 당근을 최대한 얇게 깍둑썰기를 한 뒤 웍에 볶기 시작했습니다.
그다음 시중에서 파는 소스와 양파를 집어넣고 계속 끓이기 시작했죠. 고형 소스를 넉넉하게 사용할까 고민하다가 만에 하나라도 실패를 할 경우도 대비해야 하니 딱 4인분에 맞는 양만 넣었습니다. 소스가 녹으면서 색깔이 나오기 시작하니 벌써 요리를 다한 듯한 느낌이 듭니다.
하지만 제 하이라이스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일단 하이라이스가 끓기 시작하면 뒤적거리고 추가로 물을 붓습니다. 잠시 소강상태가 된 웍을 두고 잠시 다른 일을 보고 옵니다. 또 보글보글 끓는 소리가 나면 아까처럼 그 과정을 반복합니다. 그렇게 두 시간이나 끓였습니다.
우리 집은 육수를 48시간씩 끓여서 손님한테 내놓는다는 곰탕집처럼은 아니더라도 이 정도 시간 정도는 한 번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서였죠.
감자나 당근이 부드러워지고 도저히 더 끓이면 안 될 듯한 느낌이 들 때쯤에 하이라이스의 핵심 재료인 양송이를 투입합니다. 연약하지만 다른 버섯들에 비해 값이 제법 비싼 양송이들은 요리 후반에 중요한 역할을 하죠. 양송이를 넣자마자 훨씬 더 그럴싸한 하이라이스의 형태를 띱니다.
거기에 마지막으로 불고기용 쇠고기만 따로 간을 해서 볶아서 넣어주니 비주얼만큼은 시중에서 사 먹을 수 있는 하이라이스와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을 정도입니다. 그릇에 담아내고 사진까지 찍고 나니 제가 한 음식임에도 제법 먹음직스러워 보였죠.
기대가 컸습니다.
하지만 막상 그릇에 담아 한 입을 먹어보니 시중에서 먹던 맛과는 조금 다르고 왠지 모르게 아쉬움이 느껴졌습니다. 하이라이스 특유의 소스 맛이 좀 부족한 듯했습니다. 조금 밍밍하달까. 물론 먹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가족들도 큰 불만 없이 먹어주기는 했죠. 하지만 만든 사람이 느끼기에는 미안하고 실망스러웠습니다. 난도가 낮은 음식이기도 했고 긴 시간을 들인 만큼 결과도 좋은 평가를 기대해서 더욱 그랬습니다.
요리는 정성이라는 말이 있고 그 정성은 시간과 비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요리도 기대가 컸는데 결국 음식의 맛은 실력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습니다. 이번 일을 타산지석 삼아 절치부심, 와신상담하여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도록 하려고 합니다.
#하이라이스 #양송이하이라이스 #아빠표요리 #요리는정성 #요리실패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