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심심해서 그린 우리 집
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제가 매일 같이 글을 쓰기 시작한 지가 1,000일이 훌쩍 넘었습니다. 당연히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글을 쓰면서 위기는 늘 찾아오겠죠.
초창기에는
ㅇ 쓸 이야기가 없을 때
ㅇ 쓰기가 싫을 때
ㅇ 당일치기로 어딘가에 멀리 갈 때
이럴 때가 좀 힘들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경우의 수는 많이 줄어들었죠. 미리미리 '작가의 서랍'이라는 창고에 절반 정도까지는 미리 써놓고 쟁여놓는 경우가 늘어나면서부터였습니다.
매일 글 쓰는 습관이 혈관의 DNA 마냥 자리 잡고 나서도 위기가 닥치는 경우가 있기는 했습니다. 딱 두 가지 경우인데요. 바로 길게 여행을 가거나 아플 때입니다. 여행을 갈 때도 계획을 세워 미리 사흘 치는 글을 세팅을 해놓는지라 여행도 어느 정도 대비할 수 있게 되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시간 동안 글쓰기를 해왔더라도 계획 없이 찾아오는 컨디션 난조는 위기를 불러옵니다.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죠. 어제도 부랴부랴 정신력으로 쓰기는 했는데 오늘은 더 정신이 없습니다. 창고에 들어있는 이야기를 꺼내서 다듬기에도 어려울 때 저를 도와주는 존재가 바로 아이들이죠.
이번에는 건강이의 도움을 받기로 했습니다. 창작 레고처럼 아이디어와 손재주에 재능이 있는 행복이와는 달리 건강이는 꼼꼼한 편입니다. 중학교 1학년 때도 그림을 그리는 활동에서 제법 능력을 드러내고는 했습니다.
사실 완벽함에 대한 부담감을 가지고 있는 성향인지라 어릴 때는 그림 그리기를 극도로 싫어한 적도 있었습니다. 조금이라도 틀리고 싶지 않아 했으니까요. 그런 점에서 아이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고 잠시나마였지만 입시 미술도 배울 수 있었던 점은 아이의 성장을 지켜보는 부모 입장에서는 기쁜 기억이었죠.
작년 학교에서 그려온 찌개와 통조림 그림을 보면서 참 꼼꼼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며칠 전에 야간근무를 마치고 퇴근해서 집에 가보니 엄청난 그림이 거실 보드판에 그려져 있더군요.
제목은
이었습니다.
주방의 후드에 수납장의 냄비, 화장실 앞 휴지통, 화이트보드 옆의 보면대 소파의 주름, 가족사진, 지도까지 그려서 꼼꼼한 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수준이었죠.
화이트보드를 중심으로 꼼꼼하게 관찰해서 그림을 그린 실력이 제법 대단하게 느껴졌습니다. 미술학원을 보낸 보람이 느껴졌습니다.
제 자식이어서 그렇게 느낀 게 아니라 사실 제가 그림을 정말 못 그리기에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놀림을 당할 정도로 그림을 못 그리거든요. 그러고 보니 수영도 못 하고 그림도 못 그리고 피아노도 못 치고 여러모로 부족함이 많은 아빠입니다.
그림을 보면서 혼자 열렬하게 감탄을 하고 있다가 학교에서 돌아온 건강이에게 물었습니다. 정말 갑자기 심심해서 그렸다고 하더군요. 짧은 시간에 그려낼 정도의 양은 아니었을 텐데 그것도 보드판에 그렸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아직까지 전자기기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스스로 재미있게 놀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이 대견하게 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