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저는 최근 상심을 크게 할 일을 하나 겪었습니다. 바로 회사에서 진행하는 대외활동 조직 구성원 모집에 호기롭게 지원했다가 시원하게 탈락의 고배를 마셔서였죠.
이 임시조직의 이름은 Net-Zero Board였습니다.
회사에서 추진하는 탄소중립과 기후변화에 대한 대내외 홍보활동은 물론 동화책이나 영상물 같은 콘텐츠를 기획하는 일을 하는 곳이었는데요. 정책제언, 현장탐방, 사내교육 등 다양한 기회를 주고, 우수 활동자에게는 포상이나 인센티브까지 준다고 되어 있었습니다.
평소 관심이 많은 분야였기에 꽤 흥미가 생겨서 지원서를 써봐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동안 제가 쌓은 경력을 활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지원서도 엄청 공을 들여서 열심히 썼습니다. 6년 동안 사내기자 활동 이력도 있었고 출간작가인 데다 SNS 활동도 꾸준히 하고 있으니 나름대로 경쟁력이 있겠다 싶어서 살짝 기대감을 갖기도 했습니다.
신청서를 제출하고 나서 얼마 뒤 담당 부서에서는 메일로 회신이 왔습니다. 안타깝게도 탈락을 알리는 내용이었죠. 그때까지는 딱히 아쉽지 않았습니다. 될만한 사람들이 되었겠지. 나보다 더 뛰어난 사람이 있을 테니 그랬겠지. 이렇게 스스로를 위로하고 금세 잊어버렸죠.
그런데 우연한 기회에 공문을 통해서 선정된 인원들의 명단을 보고 나서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최종 선발된 스무 명 중에 열아홉 명이 입사한 지 6년밖에 되지 않은 직원들이었으니까요. 참고로 저는 입사한 지 17년 차입니다. 고인물 취급을 받을 수 있는 연차죠.
사실 이 공고를 보자마자 미리 담당자에게 나이 제한은 없냐고 물어봤었습니다. 괜한 일에 시간 낭비를 하고 싶지는 않았으니까요. 그런 제한은 없으니 걱정 말고 지원서를 제출하라고 말하길래 시간을 들여서 지원서를 작성해서 냈습니다.
그런데 막상 합격자 명단을 보니 좀 화가 났습니다. 왠지 농락당한 기분이 들 수밖에 없었죠.
심란한 마음에 공문을 찾아가며 운영계획에 대한 문서까지 찬찬히 읽어봤는데 이 조직을 만들게 된 취지를 설명하는 대목에서 제일 눈에 띄는 문구가 있었습니다.
애초부터 저는 지원서를 내기 전부터 치명적인 결격사유를 가지고 있었던 셈이었죠. 바로 '나이 먹은 죄'입니다. 물론 예전에 비해 인간적으로 좀 더 성숙해져서 그런지 이런 일로 며칠씩 끙끙 앓을 정도로 어리석지는 않았습니다. 금세 털고 일어났지만 그 순간에는 제법 좌절감이 느낄 수밖에 없었죠.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여겼는데 '그게 그렇지 않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으니까요.
저는 그동안 다양한 활동을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나이가 저보다 많지만 젊은 사람보다 훨씬 생각이 트인 분을 만난 적도 있었고 나이가 젊음에도 불구하고 기성세대보다 더 소통이 어려운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런 경험들을 통해 나이로만 그 사람을 섣불리 판단할 이유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죠.
'내 나이가 어때서'라는 말을 하는 날이 오지 않을 줄 알았는데 저도 그런 날이 왔다는 사실에 새삼 세월의 무상함을 느낍니다.
어차피 제 자리가 아니었다고 여기기로 했습니다. 저 조직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할 수 있는 일은 많으니까요. 앞으로 시간이 갈수록 더 이런 상황들을 더 자주 마주할 테니 예방주사 한 대 맞았다고 여기면 될 듯합니다. 굳이 "나 탈락시킨 너네들이 얼마나 잘 되나 한 번 보자" 이런 말도 필요 없습니다. 그런데 쓸 에너지가 아까우니까요.
솔직히 고백하자면 사실 이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을 때부터 잊고 있던 기억이 스멀스멀 올라오면서 부아가 다시 치밀어 올랐습니다.
그런데 차분하게 글을 마무리하고 나니 한결 기분이 나아졌습니다. '나이'에 대한 속상한 이야기는 이제 끝났고 역시 글쓰기가 최고라는 사실만 남았습니다. 이게 오늘 내린 제 결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