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토트넘 경기를 볼 때 가장 기대되는 장면은 손흥민과 해리 케인이 서로를 향해 공을 찔러주는 순간이었습니다. 두 선수가 프리미어리그에서 합작해서 만들어낸 득점은 총 47골로, 이 기록은 당분간 깨지기 어려운 대기록으로 평가됩니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드러나는 두 선수의 우정은 ‘이 둘이라면 끝내 한 번쯤은 우승을 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게 만들곤 했습니다.
하지만 그 기대는 끝내 현실이 되지 못했습니다.
그 사이에 해리 케인은 토트넘을 떠나 다른 팀에 둥지를 틀었고 며칠 전에 우승을 이룬 선수가 됩니다. 마침내 ‘무관의 제왕’이라는 꼬리표를 떼어냈습니다.
해리 케인은 2023년 여름, 토트넘을 떠나 독일 분데스리가 바이에른 뮌헨에 합류했습니다. 떠날 당시 그는 “이제는 우승이 필요하다”라는 말을 남겼고, 이적한 지 두 번째 시즌 만에 현실이 되었습니다. 2024-25 시즌, 분데스리가 우승.
수년간 함께 뛴 파트너의 첫 우승 장면을 지켜본 손흥민 선수는 축하를 해줬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씁쓸함도 느끼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케인이 우승컵을 들어 올림으로써 인해 유럽 5대 리그 프로축구 선수 중에 자신이 가장 불운한 '무관의 제왕'으로 남을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들어서겠죠.
그는 그동안 챔피언스리그 결승 무대에도 섰고, 리그컵 결승도 뛰었습니다.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에서는 아시안컵 결승전도 밟아봤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경기에서, 팀은 패했습니다. 지금까지 손흥민의 커리어에서 우승이라는 두 글자는 여전히 공백이라는 말입니다.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푸스카스상, 100골 클럽, 아시아 최고 선수와 같은 개인적인 커리어는 찬란하지만, 트로피는 손에 닿을 듯 닿지 않는 꿈이었습니다.
현재 트로피가 없는 비운의 4대 천황을 한 매체에서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그 네 명은 다음과 같죠.
프랑스 국적의 앙투안 그리즈만은 17 시즌 동안 198골을 기록하며 스페인 라리가의 레전드가 됐지만 우승은 거두지 못했습니다.
스페인 국적의 페르난도 토레스도 언급됩니다.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 일본 등 다양한 리그에서 총 20 시즌을 뛰었고, 194골을 넣었으나 역시 리그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는 못했죠. 하지만 트로피 자체가 없지는 않습니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회, 유로파리그 2회, FA컵 1회, 유로 1회, 월드컵 1회 우승을 경험했으니까요.
영국 프리미어리그 리버풀의 스티븐 제라드 또한 오랜 세월 팀의 상징이었지만, 프리미어리그 우승만큼은 끝내 경험하지 못했습니다. 물론 제라드는 다른 우승컵은 많고 프리미어리그 우승컵만 없으니 손흥민보다는 훨씬 운이 좋은 편이죠.
여기에 마지막으로 언급되는 선수가 바로 손흥민입니다. 경력이 쌓이면서 베테랑 선수가 되니 이런 전설적인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었습니다. 아예 우승컵 자체를 만져본 적도 없는 선수는 그리즈만과 손흥민뿐입니다. 그런 점에서 케인이 이번 우승으로 불운의 아이콘에서 빠져나갔으니 당사자는 모르겠지만 한 명의 팬으로서 심란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지금 아마도 그는 커리어 중 가장 고독하고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토트넘에서 그동안 그가 보여줬던 헌신을 헌신짝처럼 버리려고 하고 있다는 사실도 크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더 큰 문제는 부상입니다. 부상과는 비교적 거리가 멀었던 그가, 이번 시즌에는 연달아 부상을 겪고 있습니다.
경기 일정이 빠듯한 와중에 팀의 리그 성적은 추락하고, 라커룸의 분위기는 가라앉았으며 주장으로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들립니다. 리그 성적도 가장 강등팀을 제외하면 20개 팀 중 17위로 이보다 더 나쁠 수 없는 수준이죠.
하지만 아직 끝났다고 보기에는 어렵습니다. 어제 한 달 만에 그라운드 복귀전을 치른 덕분에 5월 22일로 예정된 유로파리그 결승전에는 출전할 가능성이 높아져서죠. 아마 그 기회가 손흥민 선수가 잡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르기에 팬들 또한 기대와 걱정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손흥민은 여전히 그라운드 위에 서 있고, 여전히 토트넘의 유니폼을 입고 있습니다. 그의 몸이 예전 같지 않을지라도, 그가 보여주는 태도와 헌신은 여전하며 다른 사람에게 귀감이 됩니다. 그동안 보여준 모습들이 있기에 직접 안 보더라도 믿음이 있으니까요.
어쩌면 우리 모두는 손흥민이 최고의 리그에서 현역 유니폼을 입을 날이 줄고 있다는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 말은 ‘최고의 순간’에 트로피를 드는 모습을 볼 가능성도 점점 낮아진다는 뜻이겠죠. 쉽지 않은 상황의 연속이지만 그가 ‘마지막 순간’에 활짝 웃는 얼굴로 자신의 세리머니를 하고 하나의 트로피를 들고 있는 사진을 역사로 남길 수 있기를 빌어봅니다.
지금 손흥민이 보내고 있는 고난의 시간이 그의 마지막 불꽃이 아니라, 새로운 서사의 전환점이 되기를. 우리나라 축구의 역사와 프리미어리그 역사의 한 획을 그은 선수로서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따뜻해지는 날이 오고 그의 마지막이 고독한 퇴장이 아닌, 찬란한 마무리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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