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최근 제가 애용하는 밀리의서재에서는 <콘클라베>라는 제목의 소설이 꽤 높은 순위까지 올라왔습니다. 교황 선출을 둘러싼 바티칸 내부의 긴장감과 인간 군상을 그린 이 책은, 종교와 상관없이 시기적으로 많은 이들에게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그만큼 이 콘클라베라는 단어는 요즘 낯설지 않죠.
2024년 말 기준으로 전 세계 천주고 신자는 13억 9천만 명입니다. 한국 천주교 신자 수는 약 600만 명. 전체 인구의 약 11.4%로 결코 적지 않은 비율입니다. 우리가 이번 바티칸의 움직임에 눈길을 두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콘클라베(Conclave)는 라틴어로 "열쇠로 잠긴 방"이라는 뜻입니다. 교황이 선종하거나 사임하면, 전 세계에서 모인 추기경들이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에 모여 새로운 교황을 선출합니다. 이번에는 80세 이하의 추기경 133명이 참여 중이며, 새롭게 선출되기 위해서는 3분의 2 이상, 즉 최소 89표가 필요합니다.
어제인 5월 7일 첫 번째 투표에서는 2/3 이상 득표한 추기경이 나오지 않아, 시스티나 성당 굴뚝에서는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습니다. 이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라는 바티칸의 전통적인 신호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콘클라베는 후보 등록제가 없다는 부분입니다. 둘째 날인 오늘부터는 하루 네 번씩 투표를 한다고 하니 빠른 시일 내에 답이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참고로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틀 째인 5차 투표만에 추대되었습니다. 반면에 지금까지 가장 오래 걸렸던 콘클라베는 2년 9개월(1268년~1271년)이 걸렸습니다. 치열한 갈등 끝에 결국 프랑스 출신의 그레고리오 10세가 선출되었죠.
그 사건 이후 '끝날 때까지 밖으로 나오지 못한다'라는 지금과 같은 콘클라베 규정이 제정되었습니다.
모든 추기경은 유권자이면서 동시에 후보가 될 수 있습니다. 이 제도는 특정 후보가 공개적으로 거론되면서 벌어질 수 있는 정치적 로비나 압박을 피하고, 성령의 인도를 받아 최선의 인물을 선택하겠다는 신앙적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인해, 외부 언론이나 시민들은 '누가 유력한가'에 대해 추측할 수는 있어도, 공식적인 후보 명단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콘클라베가 ‘세상에서 가장 은밀한 선거’로 불리게 되었죠.
우리나라도 지금 단일화라는 희한한 사안이 블랙홀처럼 모든 뉴스를 빨아들이고 있는데 어쩌면 이런 비공개 투표가 오히려 더 합리적으로 보이기는 합니다. 물론 콘클라베가 가능한 이유는 추기경이라는 직책을 가진 성직자들에 대한 굳건한 믿음이 있어서 가능한 일이겠죠.
콘클라베가 주목받으면서 제가 개인적으로 궁금했던 사안들에 대해 추가로 몇 가지 더 찾아봤습니다.
Q. 우리나라에서는 누가 참여했나요?
A. 현재 한국에서 콘클라베에 참여하는 유일한 추기경은 유흥식 라자로 추기경입니다. 그는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으로 재직 중이며, 얼마 전 선종한 교황 프란치스코와도 매우 가까웠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한국인으로서 세 번째 추기경이자, 바티칸 고위직을 맡고 있는 보기 드문 인물입니다.
Q. 교황의 임기는 없을까? 무슨 일을 하나요?
A. 교황은 스스로 사임하지 않는 한 종신직입니다. 단순한 종교 지도자를 넘어, 전 세계 14억 가톨릭 신자들의 정신적 구심점으로 이런 역할들을 합니다.
교리 수호자 : 가톨릭 신앙의 해석과 전통을 지키는 최고 권위자
사목자 : 신자들을 이끄는 목자이자 교육자
국가수반 : 바티칸 시국의 국가 원수
국제 사회의 도덕적 지도자 : 평화, 빈곤, 생명 문제에 대한 입장을 세계에 전달
Q. 콘클라베가 끝나고 올리는 흰 연기는 도대체 어떻게 만드나요?
A. 교황 선출 여부를 알리는 ‘성스러운 연기’의 색깔을 내는 방법은 비공개입니다. 매우 중요한 의식에 걸맞은 신비주의를 유지하고 있는 셈이죠. <뉴욕타임스>에서는 전문가들의 추측을 인용해 염소산칼륨을 쓰지 않겠느냐는 기사를 낸 적이 있습니다. 검은색 연기를 낼 때에도 이 염소산칼륨에 검은 염료를 섞으면 된다고 합니다.
Q. 바티칸은 무슨 돈으로 운영될까?
바티칸 시국은 세계에서 가장 작은 나라지만, 그 재정 운영은 꽤 복잡합니다. 주된 수입원으로는 기부금, 관광수입, 부동산 및 투자수익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불투명한 재정운영과 부패 스캔들로 비판을 받은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전임 교황인 프란치스코 교황 때부터 재정 개혁을 추진하고 2021년부터는 연례 예산보고서도 공개하고 있습니다.
교황을 뽑는 일이 왜 세계인의 관심을 받는지, 왜 교회 밖 사람들마저도 '콘클라베'의 결과에 주목하는지 궁금하신 분들이 많으리라 생각됩니다. 그 중심에는 아마 교황이라는 자리가 단순한 종교 지도자를 넘어선 ‘도덕적 리더’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어서겠죠.
그리고 건물 굴뚝 안에서 나올 하얀 연기 한 줄기를 온 세상이 숨을 죽이고 기다리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우리가 여전히 '인(仁)'과 ‘양심(良心)’, ‘진정성’과 '도덕성'을 품은 리더에 대한 목마름이 간절해서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