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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는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하는 일이 아니라 전해다오

by 페르세우스


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한때 ‘여자들이 싫어하는 남편 취미’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유행한 적이 있습니다. 누가 만들었는지는 몰라도 기혼 여성들의 생각을 읽고 절묘하게 묘사한 내용들이었기에 공감 반, 웃음 반으로 보곤 했죠. 남자인 저도 고개를 끄덕이며 웃음이 나왔으니까요.


여자들이 싫어하는 남편 취미’ 1위는 낚시였고, 그 뒤를 애니메이션 덕후, 오토바이 애호가 등이 있었습니다. 사실 이 목록을 쭉 보면서 ‘뭘 좋아하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비용과 더불어 들이는 시간에 대한 문제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낚시를 좋아한다고 해도 가족과 시간을 전혀 보내지 않는다면 그건 문제가 되겠죠. 하지만 취미 자체만으로 평가받아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최근에는 새롭게 업데이트된 게시물이 하나 등장했습니다. 일명 '남자 취미에 따른 호감도'였죠. 이런 낚시성 제목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남자들이 즐기는 꽤 다양한 활동들을 면밀히 목록으로 만들어 분석해서 표에 만들어놨기에 꽤 유심히 봤습니다.


저는 요리와 독서를 좋아하고, 만화책도 즐겨 봅니다.

그런데 남자 취미 호감도 좌표에서 보면 ‘요리’는 나름대로 인정받는 영역에 위치해 있더군요. 반면 만화책 감상은 멋짐(간지)과 품위 양쪽에서 모두 외면받는 곳에 찍혀 있어서 요즘 웹툰의 위상을 반영하지 못하는 듯해 안타깝더군요. 만화가 주는 위로와 통찰 그리고 울림은 좋은 책 못지않은데 말이죠.




그런데 최근 이 자료들을 다시 보면서 어쩌면 우리는 아직도 취미를 ‘얼마나 생산적인가’, ‘다른 사람 눈에 어떻게 비칠까’의 기준으로 평가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군가는 운동을 좋아하고, 누군가는 요리를 즐기고, 또 다른 누군가는 조용히 책을 읽거나 그림을 그리고 악기 연주를 좋아합니다.

여기서 어떤 활동은 '괜찮다'라는 말을 듣고, 어떤 취미는 '애들이나 하는 짓'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하죠.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 왜 평가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은 썩 바람직하지는 않죠.




이에 대항하는 반대의 의미로다 '남자들이 싫어하는 아내의 취미'라는 제목의 게시물도 등장합니다. 홈쇼핑, 드라마, 쇼핑, 맛집 투어, 계모임, 카페 투어가 꼽았는데 딱 불필요한 남녀 갈등을 부추기기 좋은 주제죠.

이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드라마를 보면서 휴식을 얻는 사람이 있고,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게 알뜰한 쇼핑을 즐기는 사람도 있습니다. 문제는 ‘취미’ 자체가 아니라, 그걸로 인해 상대와의 관계가 소홀해지는 부분이 아닐까요?




취미는 결국 내가 나로서 숨 쉬는 시간입니다. 남에게 보이기 위해 시작한 활동은 결국 금세 지치게 마련이고, 내 즐거움을 위한 무언가를 하면 오래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건 사람들이 싫어한다더라’는 말에 주눅 들 필요도 없고, ‘요즘 트렌드는 이거니까’라는 이유로 억지로 따라갈 이유도 없습니다. 취미는 나만의 속도로, 나만의 방식으로 누리는 작은 세계이니까요. 물론 자신의 일상이나 건강, 재무 건전성에 지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취미는 자제해야겠지만요.




저는 제 취미에 전혀 불만이 없습니다. 오늘도 만화를 보며 아이들을 위해 요리도 합니다. 그리고 짬이 나는 대로 책을 읽으려고 노력합니다. 즐겁게 말이죠. 그게 저를 더 멋지게 살게 도와주니까요. 다른 누군가가 제가 즐기는 활동을 이렇다저렇다 평가할지라도 상관없습니다. 그런 이야기가 저라는 사람을 규정하는 전부는 아니니까요.


그런데 불만스러운 점도 있습니다. 바로 취미 목록에 글쓰기는 없다는 점이었는데요. 글쓰기는 멋짐과 품위가 가장 높은 단계에 있는 고차원적인 활동인데 말이죠. 앞으로 이런 자료를 만드시는 분들이 참고하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


※ 참고로 이런 자료는 가볍게 웃으며 넘기는 게 좋습니다.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면 오히려 마음이 다칠 수 있으니까요.


한 줄 요약 : 취미는 평가받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닙니다. 내가 나로서 숨 쉴 수 있는 소중한 쉼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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