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우리는 부모님의 인생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저는 아버지나 엄마가 좋아하는 음식 세 가지를 대라고 하면 다 대기 어렵다고 확신합니다. 자주 드시는 음식은 알지만 가장 좋아하는 세 가지인지는 알 수 없기 때문이죠. 자녀와 부모의 소통은 날이 갈수록 단편화되기에 이런 이야기를 할 기회도 많지 않습니다.
아버지가 가장 행복했던 순간, 엄마가 살면서 힘드셨던 날들. 그 이야기를 나는 얼마나 귀 기울여 들어봤을까? 요즘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모님과 함께 살아온 시간은 길지만, 그분들의 '인생'을 함께 나눈 적은 드물었습니다. 그저 바쁘다는 핑계로, 혹은 어색하다는 이유로 서로의 마음을 놓치고 살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런 모습들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워졌죠.
그래서 이번에 부모님이 서울에 오셨을 때 뜻깊은 선물을 하나 해드리기로 했습니다. 서점에서 인상 깊었던 책을 발견했고 두 분께 각각 한 권씩 선물하기로 마음먹었죠.
제목은 <엄마,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아빠,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입니다.
처음 이 책을 마주했을 때, 마치 편지를 대신 써준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부모님 표 백문백답인 셈이었죠. 부모님의 기억을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적는 책이라니. 무척 의미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안에는 다양한 질문이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요?”
“젊은 시절 가장 잘한 선택은 무엇인가요?”
“부모가 된다는 건 당신에게 어떤 의미였나요?”
이야기를 잘 꺼내지 못하는 부모님도, 표현이나 이런 질문에 익숙하지 않은 자식인 저도 여기에 쓴 글을 매개로 해서 조금은 덜 어색하게 서로의 마음을 알아볼 수 있을 듯했습니다.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글을 잘 쓰는 사람'을 위한 책이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기억이 가물가물하거나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라면 굳이 적지 않아도 괜찮고, 생각나는 대로 몇 줄만 적어도 충분합니다. 한 줄 한 줄 적어 내려가는 과정 속에서 서로에 대해 조금씩 더 알게 되는 것이니까요.
이 두 권의 책을 선물로 드리면서 꼭 다 쓰신 뒤 돌려줘야 된다고 신신당부했습니다. 특히 아버지께서는 잘 안 쓰실 듯해서 어머니께 따로 부탁을 드리기도 했죠. 백 마디의 말보다 이 책에 쓰여있는 부모님의 이야기들이 훨씬 더 오래 가슴에 남을 수 있을 테니까요.
사실 우리는 부모님에 대한 감사함이나 은혜에 대해 자주 말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분들의 '세월'을 이해할 기회를 얻지 못하는 점도 사실입니다. 그러니 공감대를 형상하기도 쉽지는 않죠. 제가 지금 살아가고 있는 시절이 아버지와 엄마의 청춘이었다는 사실을 이제야 조금씩 실감합니다. 그분들의 인생도 누군가의 자식이었고, 누군가의 꿈이었으며, 누군가의 소중한 사랑이었을 테니까요.
이 책은, 부모님의 삶을 하나의 한 편의 '이야기'로 정리해갈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누군가가 내 삶의 궤적에 대해 궁금해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질 수 있을 테니까요.
이제 선물을 드렸으니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두 분께서 남겨주신 이야기가 풍성해진 채로 이 책이 다시 되돌아오기를 기다립니다. 오래도록 소중하게 간직하면서 읽기 위해서죠. 빚쟁이는 아니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쓰시고 빨리 돌려주시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자식으로서 부모님이 살아온 이야기는 어떠했는지 궁금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