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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년 넘는 역사의 키비츠 신사에서의 일본 문화 체험

일본 여행기 6탄

by 페르세우스


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여행 한 번에 글을 여섯 개를 넘게 쓸 수 있으니 여행이 주는 이로움은 역시 적지 않습니다. 오카야마 성과 고라쿠엔 관람을 마치고 난 뒤 다시 오카야마 역으로 돌아옵니다. 점심을 먹은 뒤 이번에는 기차를 타고 키비쓰 신사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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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비츠까지 전철을 타고 도착해 보니 조용하고 소박한 풍경이 펼쳐지는, 영화에서나 볼 법한 전형적인 일본 시골마을입니다. 높은 건물은 찾아보려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작은 시골역에 도착한 뒤 자연스레 사람들을 따라 이동하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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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같은 방향으로 향하고 있어 지도 없이도 쉽게 길을 따라갈 수 있었습니다. 뜨거운 햇살 때문에 덥고 힘들기는 하지만 그 행렬을 따라서 열심히 걸어갑니다. 주말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가는 키비츠 신사는 과연 어떤 곳인지 새삼 궁금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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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 입구에 도착하니 그 규모가 꽤 웅장해 보입니다. 키비츠 신사의 정확한 창건 시기는 명확하지 않지만, 전설에 따르면 기비츠히코노미코토(吉備津彦命)를 모시는 신사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곳은 오카야마 지역의 수호신으로 여겨지며, 지역 주민들에게 깊은 신앙의 대상이 되어왔습니다. 특히, '모모타로' 전설의 배경이 된 장소로 알려져 있어, 일본 문화와 전통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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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기 전에 손을 씻고 들어가는 의식을 해봅니다. 오른손을 먼저 씻고 왼손을 씻은 뒤 바가지까지 씻는 순서로 나름대로 규칙이 있더군요. 이 손 씻는 의식은 신을 만나는 자리에서 마음을 정갈히 하라는 의미로 느껴졌습니다.


계단을 올라가는 길에 다양한 글씨가 적힌 연등을 봅니다. 아마 후원자들의 이름이 적힌 연등 같았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오는지 이런 모습들로도 어림잡아 짐작이 가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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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른 계단을 두 번 올라가니 토속신에게 기도를 드리는 사당이 있습니다. 신사에서는 자연, 신화, 역사적 인물, 지역의 토속신 등 여러 가지를 신앙의 대상으로 모신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하는지 옆에서 지켜보니 동전을 넣고 예를 올리고 박수를 두 번 치는 순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꽤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면서 경건하게 의식을 치르고 계셔서 차분하게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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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비츠 신사의 가장 큰 자랑은 바로 길이가 무려 400m에 달하는 목조회랑입니다. 처음에는 이 정도인 줄 몰랐는데 막상 촬영해 보니 엄청난 규모입니다. 비와 햇빛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 이 회랑은, 실제로 걸어보면 그 웅장함에 절로 감탄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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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회랑을 지나는 도중에 가족사진을 찍는 전통의상을 입은 두 명의 공주님도 부모님의 허락을 받고 촬영을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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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랑 중간에는 언덕 방향으로 올라가는 길도 있습니다. 가파른 오르막길을 보면서 다들 한숨을 쉴 법도 한데 언제 다시 오겠나 싶어 묵묵히 올라갑니다. 말씀드렸듯 이렇게 저희는 3만 보를 찍었습니다. 올라가면서 다리가 후들거릴 만큼 힘들었지만, 다시는 못 올 수도 있단 생각에 묵묵히 걸었습니다. 올라와보니 조그만 사당도 있습니다.


신사라는 곳을 태어나서 처음 와보는데 우리나라의 사찰과는 다른, 일본 신사 특유의 고요하면서도 정제된 분위기가 인상 깊었습니다. 전통을 배울 수 있는 곳이라서 그 매력이 많이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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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올라와보니 나무 도막들이 걸려있는 공간이 나옵니다. 가까이 가서 보니 소원을 적어서 걸어놓는 곳인데 무슨 내용인지 궁금해서 살펴봤습니다. 번역 어플을 사용해서 확인해 보니 합격기원과 건강이 가장 많아서 사람 사는 곳은 역시 다 비슷하지 않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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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을 걸어 키비츠 신사에서 가장 큰 본전(本殿)까지 돌아왔습니다. 아까 기도를 드리던 건물이었죠. 2번의 화재로 소실되었지만 1425년에 재건된 이후, 당시의 모습 그대로 전해져 오고 있다고 하니 600년 전의 건축물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잘 보존된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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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바퀴 돌아서 내려오는 길에 재미난 경험도 해봅니다. 운세를 뽑는 코너가 있어서 도전해 봅니다.


1. 100엔짜리 동전을 넣습니다.

2. 위에 올려진 통을 흔들어 숫자가 적힌 막대기를 꺼냅니다.

3. 그 숫자에 맞는 서랍을 엽니다.

4. 그 안에 들어있는 종이를 하나 꺼내서 가집니다.

이 종이가 올해 자신의 운세가 되는 거죠.


제 운세는 이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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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돌아오는 길에는 호주 브리즈번에서 온 친구도 하나 사귀었습니다. 앤드류라는 친구였는데 오사카에서부터 히로시마까지 정말 열심히 여행하고 있길래 부러웠습니다. 지금 직장이 5년 차인데 휴가를 한 번에 14일씩 간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또 하나 놀라웠던 점은 저보다 동생이었다는 점입니다. 이 친구에게 제 나이를 맞혀보라고 했는데 못 맞춰서 답을 알려줬다니 그냥 냅다 욕을 하더군요. 감사하게도 많이 어리게 봤던 모양입니다.


처음 와본 키비츠 신사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일본 신화와 지역 신앙이 오랜 세월 스며든 장소였습니다. 이렇게 일본 여행 2일 차, 오카야마에서의 하루는 풍성하게 마무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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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요약 : 기차를 타고 도착한 오카야마 키비츠 신사, 600년 역사와 함께한 깊은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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