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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람선 타고 찾아간 예술의 섬, 나오시마

일본 여행기 7탄

by 페르세우스



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일본 여행기 7탄까지 왔습니다. 3박 4일로 일곱 개의 이야기를 뽑아먹었으니 이 정도면 저도 꾼이 아닌가 싶어요. 오늘은 배를 타고 예술의 섬이라고 불리는 나오시마를 향하기로 합니다.

https://brunch.co.kr/@wonjue/1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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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 전철을 타러 왔는데 역무원이 안 계십니다. 그냥 스윽 지나가도 아무도 모를 법하지만 다들 정직하게 교통카드를 태그하고 들어옵니다. 이렇게 질서를 잘 지키는 점들이 일본이 가진 저력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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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마쓰 항구에 도착해서 여객선 티켓을 사려고 하는데 잠깐 당황합니다. 생각보다 배를 타려는 사람들이 엄청 많아서였죠. 줄을 많이 서 있어서 여기저기 흩어져서 알아보느라 진땀을 흘립니다. 다행히 인솔자 형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 잘 알아내서 티켓까지 샀더군요. 든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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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항구는 크고 넓었습니다. 워낙 섬이 많은 지역이라 그런지 목적지도 많았죠. 저희가 타는 여객선도 꽤 컸습니다. 밖에서 봤을 때는 좀 허름해 보이는 느낌이었기에 내부는 어느 정도일까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출발할 때 직원들이 손을 흔들어주는 장면은 인류애가 느껴지는 장면이었습니다. 대충 눈대중으로 봐도 이 배에 외국인들이 절반 가까이 타고 있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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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선의 내부는 생각보다 굉장히 넓었습니다. 좌석도 굉장히 깨끗하고 많았죠. 특히 창가에 앉아서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자리는 가장 빠르게 찰 정도로 명당이었습니다. 3층에도 앉을 수 있는 공간이 많았죠. 날씨가 덥지도 않아서 밖에도 승객들이 많았습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곳은 놀랍게도 화장실이었습니다. 웬만한 백화점 화장실 저리 가라 할 정도로 깨끗해서 문화충격을 받았죠. 이런 부분까지 신경을 쓰는 모습에 감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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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와중에도 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 제 아름다운 모습을 선배가 사진으로 하나 남겨주셨더군요. 제가 책 보는 모습을 사진으로 보는 경우가 흔치 않은데 쓰지 않을 수 없죠. 저 때 읽었던 책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었더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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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마쓰 항구에서 출발하면 한 시간 정도 배를 타야 합니다. 생각보다 거리가 많이 멀지도 않고 여객선의 컨디션도 좋아서 이동하는 데는 전혀 불편함이 없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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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했던 나오시마 섬에 거의 다 와가자 빨간 호박(Red Pumpkin)이 우리를 맞아줍니다. 이 조형물은 야요이 쿠사마의 작품으로, 미야노우라 항구 앞에 위치해 나오시마에 도착하자마자 마주치는 상징적인 조형물입니다. 내부에 들어갈 수도 있어 많은 관광객들이 인증샷을 남기는 포인트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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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자전거 대여점으로 향했습니다. 섬이 작아 보이지만 걸어서 움직이기는 거리가 좀 있어서였죠. 자전거를 빌려서 미술관까지 걸어가려고 했는데 동작이 느렸던 아저씨들에게 그런 호사는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일반 자전거는 다 대여가 되었고 전기자전거만 남았는데 대여료가 제법 비쌌습니다. 결국 '에라, 모르겠다. 그냥 걷자!' 이렇게 되었죠. 3만 보씩 걷더니 저를 포함해서 다들 어떻게 된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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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를 벗어나려고 하는데 독특한 조형물이 하나 더 보입니다. 나오시마 파빌리온 (Naoshima Pavilion)이라는 제목의 작품입니다. 건축가 후지모토 소우가 설계한 구조물로, 바다 위에 설치된 3D 구조물이 반짝이며 섬의 풍경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효과가 있었죠. 마치 바다 위로 떠 있는 보석 같은 인상을 주는데 들어가 보면 놀이기구 같기도 했습니다.


가장 어린 제가 나잇값을 못하는 게 맞기에 설정샷을 과하게 찍어봅니다. 결국 사진만 남으니까요. 나중에 저도 이때를 회상하면서 "캬, 저럴 때도 있었지.." 그러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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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은 아늑하고 조용하며 예뻤습니다. 더운 날씨가 아니었기에 먼저 예약을 해놓은 지추 미술관(地中美術館, Chichu Art Museum)을 향해 부지런히 걸어갑니다. 해변 구경도 하고 오르막길도 걸으면서 꽤 많은 외국인과 말과 눈으로 인사를 나눕니다. 다들 자전거로 가는데 걸어가는 우리가 신기해 보이는 듯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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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을 걸어서 도착했습니다. 지추 미술관은 안도 타다오의 설계로 지하에 지어진 미술관으로 더욱 유명한 곳입니다. 자연광만으로 관람이 가능하며, 모네의 수련 연작, 드 마리아의 대칭적 빛의 공간, 터렐의 명상적인 빛의 방과 같은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데다 건축 자체도 하나의 예술로 평가받는 곳이었습니다.


이 미술관 사진촬영이 불가능하다는 점이었는데요. 눈으로 작품을 담으라는 의미처럼 느껴졌습니다. 그 취지에는 공감을 했습니다. 카메라를 신경 쓰지 않아도 되니 더 많은 부분들이 보이는 느낌이었으니까요. 1시간 정도 다양한 작품들을 보며 견문을 넓힐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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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구경을 마친 뒤 또 걷고 걸으면서 점심도 먹을 겸 다른 동네로 향합니다. 놀랍게도 소림사 권법을 가르쳐주는 건물도 봅니다. 우리나라의 평범한 시골 동네 같으면서도 인상적인 단독주택들이 눈길을 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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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가정식으로 점심을 먹은 뒤에 주위를 돌며 구경을 합니다. 작은 신사가 있는 듯해 위로 올라가니 허름한 사당이 나옵니다. 저희가 갔을 때는 한산했지만 주민들이 자주 오는지 흔적들이 눈에 띄더군요. 사자 형태를 하고 있는 석상에는 여기저기 적은 금액의 동전들이 끼워져 있었는데 나름대로 여기에는 미신이 있던 모양이었습니다. 저도 하나 끼워 넣고 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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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구경을 마무리한 뒤에 내려와서 버스로 항구까지 갔습니다. 좁은 섬이라 생각했는데 막상 걷다 보니 힘들었습니다. 예술의 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나오시마 섬은 인상적인 곳이었습니다. 다양한 작품들과 미술관들이 이 섬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듯하더군요.


꼭 하루쯤은 걷고 감상하고 머무는 여행을 꿈꾼다면, 나오시마는 꼭 한번 들러야 할 장소였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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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요약 : 나오시마 섬은 자극적인 볼거리보다 감성적인 여운이 더 깊게 남는 여행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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