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며칠 전 또다시 믿기 힘든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SPC 그룹 계열사인 SPC 삼립의 시화공장에서 50대 여성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2022년, 2023년에 이어 세 번째 사고라는 사실만으로도 많은 이들이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 사고로 인해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SPC 불매운동이 다시 번졌죠. 특히 사고가 발생한 공장이 최근 '크보빵'을 생산하던 곳으로 알려지면서 ‘피 묻은 빵’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하고 있습니다.
결국 어제 날짜로 생산이 중단되기에 이르렀죠.
한 기업에서 반복적으로 노동자 사망 사고를 일어나는 상황은 상식적으로도 용납되기 어렵습니다.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보장하는 일은 기업의 해야 할 일에서 기본이기 때문입니다. 소비자들이 분노하는 것도, 불매로 그 뜻을 표현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고민해야 할 대목도 존재합니다. 이 분노가 정말 ‘책임져야 할 사람’에게 정확히 닿고 있는지, 그리고 혹시 다른 누군가는 그 화살을 대신 맞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점에 대해서 말입니다.
얼마 전 온라인에서 파리바게트를 운영하는 가맹점주의 인터뷰를 접한 적이 있습니다. “우리는 다 대출받아 겨우 매장 하나 얻어서 하루하루 버티는 입장이에요. 본사가 잘못한 일에 왜 우리가 이렇게까지 매출 피해를 받아야 하나 싶어요.” 실제로 매출이 급감한 날이 많았고, 손님들 중 일부는 본사에 대한 쓴소리만 하며 매장을 나가기도 했다고 하더군요. 그때마다 점주는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본사의 잘못을 개인이 대신 사과하는 일은 이번만은 아니었으니까요.
SPC에게만 이런 경험이 있지는 않습니다. 2013년 남양유업이 대리점에 물량을 강제로 떠넘기고 폭언까지 일삼은 ‘갑질’이 세상에 알려졌을 때도, 국민들의 상당수가 일제히 불매운동에 나섰습니다. 불매운동은 겉보기엔 성공처럼 보였습니다. 남양유업의 매출이 급락했고, 소비자들은 ‘정의가 이겼다’며 환호했으니까요.
하지만 그로 인해 가장 먼저 매장을 닫아야 했던 사람들은 대리점주들이었습니다. 남양유업 본사의 최고경영자들은 자리를 지켰지만, 매출 감소로 생활이 무너진 건 최일선에서 유통을 담당하던 소상공인들이었습니다. 당시 대리점주들이 “우리는 가해자가 아닌데 왜 벌을 받아야 하냐”라고 울분을 토하던 인터뷰는 지금도 뇌리에 남습니다.
이처럼 불매운동이 항상 정의로운 결말로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소비자로서 우리의 선택은 중요하지만, 그 선택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소비를 멈추는 행동 자체보다 더 중요한 건, 그 분노의 방향입니다. SPC든, 남양유업이든, SKT든 반복적으로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기업에게 책임을 묻는 일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그 책임이 ‘누구’에게 가야 하는가를 짚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SK텔레콤의 ‘유심 해킹’으로 빚어진 사회적인 혼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 사고를 제대로 수습하지 못함으로 인해 한 달 새 무려 40만 명 이상이 SKT를 떠났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이른바 ‘단통법’이 폐지되는 시점인 7월이 되면 더 큰 이동이 예상되고 있죠. 그런 와중에 보상안을 제안하라며 대리점주들도 들고 일어났습니다.
언론에서는 사용자들의 이탈로 인해 SKT의 수익 감소만 걱정하고 있지만, 정작 신규 가입 중단과 고객 이탈의 여파를 가장 먼저 맞은 곳은 본사가 아닌 일선 대리점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SKT 대리점 대부분은 SKT와는 별도로 운영되는 개인사업체입니다. 본사의 정책 하나로 고객이 줄고, 개통 실적이 반토막 나면서, 대리점주는 직원 월급을 걱정하게 됐고 직원들은 일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 불안해졌습니다.
불매운동은 소비자의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우리는 ‘누가 책임자인가’에 대한 질문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반복되는 노동자 사망 사고에 대해 SPC의 최고 경영진이 어떤 대책을 세우고 어떤 책임을 질 수 있는지가 핵심입니다. 남양유업의 갑질 문제도, SKT의 불공정한 운영도, 실질적인 책임자는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피해는 말단에서 일하는 이들에게 먼저 닿았습니다. 법적, 제도적 책임은 가맹점이 아닌, 본사의 경영진에게 직접적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말이죠.
불매운동을 통해 바꾸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면, 결국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데 있지 않겠습니까? 그렇다면 필요한 점은 불매 그 자체가 아니라, 제도적인 변화, 책임 있는 사과, 그리고 실질적인 대책입니다. 그래야 진짜 변화가 일어납니다. 그렇게 되려면 처벌의 칼끝은 정확하게 경영진을 향하도록 나라에서 공정하고 납득할 만한 명확한 기준을 정해줘야 되겠죠.
앞으로도 SPC 같은 기업의 잘못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하지만 소비자의 분노가 진짜 책임자에게 가닿을 수 있도록, 감정보다 방향을 더 고민하는 사회였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새벽부터 문을 연 파리바게트의 가맹점주가 억울한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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