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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와 그림과 시로 만든 세상
No.6 달팽이
아직 잊지 않은 우리의 친구.
by
페르세우스
Mar 6. 2022
집에 오는 길은 때론 너무 길어 나는 더욱더 지치곤 해
문을 열자마자 잠이 들었다가 깨면 아무도 없어
좁은 욕조 속에 몸을 뉘었을 때 작은 달팽이 한 마리가
내게로 다가와 작은 목소리로 속삭여줬어
언젠가 먼 훗날에 저 넓고 거칠은
세상 끝 바다로 갈 거라고
아무도 못 봤지만 기억 속 어딘가
들리는 파도소리 따라서
나는 영원히 갈래
패닉 '달팽이' 중에서
집에서 한 때 달팽이를 키운 적이 있습니다. 아이가 다니던 과학학원에서 한 번 키워보라고 준 것이었습니다. 우리 집에서 키운 첫 번째 애완동물이었죠. 1회용 테이크아웃 커피잔 바닥에 전용 흙을 깔아서 그곳을 집으로 만들어주었
습
니다.
그 뒤로 좀 더 넓은 플라스틱 통으로 옮겨주었습니다. 상추도 잘 먹고 크게 문제가 없던 달팽이는 어느 날 갑자기 움직이지 않더니 그대로 하늘나라로 떠났습니다.
살아있는 존재를 식구로 맞이한다는 것은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을 그때부터 아이들도 느끼기 시작한 듯합니다. 집 근처 양지바른 곳에 묻어주었지만 아직까지 아이들은 잊지 않고 있네요.
달팽이랑 함께 지내던 2020년 아이가 일기장에 써놓은 시를 옮겨 붙여봅니다. 그때 일기장을 찾느라 아이들과 한참 애를 먹었네요.
달 팽 이
-우리 집 2호-
달팽이는 느릿느릿 기어가네.
아기 열차처럼 천천히.
달팽이야, 너는 왜 이렇게 느려?
나는 1km를 가는데 10분 걸리는데
너는 몇 분이 걸리니?
아마 너는 하루 넘게 걸릴걸?
하하! 정말 느린 달팽이와 술래잡기하면
술래는 계속 달팽이.
ps. 오늘 달팽이가 일기장을 갉아먹었다. 달팽이 이놈!
달팽이의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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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세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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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생 쌍둥이 아들 둘을 키우는 아빠입니다. 브런치를 통해 자녀교육에 대한 내용을 글로 쓰고 있으며 이를 통해 활발한 소통을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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