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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팡이 핀 음식 먹고 살아난 이야기

by 페르세우스


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얼마 전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온 시간에 아찔한 경험을 했습니다. 제가 집에 온 시간은 18시였고 집은 불을 켜놓지 않아 거실은 어둑어둑해지고 있었습니다. 그날따라 꽤 허기가 진 상태였고 때마침 거실에 작은 테이블 위에는 아침에 올려뒀던 딸기가 눈에 띄었죠.


식탐이 딱히 없는 편이었지만 그날따라 손이 먼저 갔습니다. 세 개의 딸기 중 하나를 입에 털어 넣고 먹었습니다. 다음 상황은 충분히 짐작하시겠죠?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평소에 먹던 딸기의 식감은 물론 맛도 달라서였습니다. 그러고서는 바로 불을 켜서 확인했죠.




그야말로 '아뿔싸'였습니다. 맞습니다. 저는 곰팡이가 핀 딸기를 너무나도 허겁지겁 확인도 않고 삼켜버린 우둔한 사람이 되어버린 뒤였죠. 문제는 제가 손가락을 넣어서 토하는 방식을 극도로 싫어하고 의외로 비위가 강한 편이었다는 점입니다.


불안하기는 했지만 일단 차분해지기로 했습니다. 맛있게 먹으면 0칼로리라는 말이 있듯 곰팡이 핀 딸기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어서였죠. 원효대사께서도 해골물을 마시고도 건강하게 신라로 돌아오셨는데 저라고 못할까 싶었죠.




물론 오만한 생각이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드물게 일어나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그 상황을 겪으니 ‘곰팡이 핀 음식을 먹으면 우리 몸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하는 궁금증이 생기더군요. 그래서 찾아봤습니다.


먼저, 곰팡이는 종류에 따라 우리 몸에 다양한 영향을 줍니다. 일부는 단순히 보기만 불쾌할 뿐 비교적 무해한 것도 있지만, 어떤 곰팡이는 '미코톡신'이라는 강력한 독소를 만들어냅니다. 이 중 대표적인 것이 '아플라톡신'입니다. 아플라톡신은 간암을 일으킬 수 있는 1급 발암물질로, 땅콩, 곡물, 견과류 같은 식품에 잘 번식합니다. 특히 습하고 따뜻한 환경에서는 그 속도가 더 빠르다고 합니다.




곰팡이가 생긴 음식을 섭취했을 때 흔히 나타나는 증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복통과 설사, 구토 : 가장 흔하고 즉각적인 반응,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나 노인은 증상이 심할 수 있음

2. 두통, 어지러움 : 곰팡이 독소는 중추신경계에 영향을 줄 수 있음

3. 피부 발진, 알레르기 반응 : 곰팡이에 민감한 체질은 피부나 호흡기를 통해 반응하기도 합니다.

4. 장기 손상 : 반복적인 섭취는 간, 신장 등에 손상을 줄 수 있고, 암 발생 위험도 높아질 수 있음


여기서 중요한 사실도 발견했습니다. 근처에 있는 곰팡이를 걷어낸다고 해서 안전하다고 보기에는 어렵다는 점입니다. 눈에 보이는 부분만 제거한다고 해서 이미 식품 전체에 퍼진 독소까지 제거할 수는 없다는 의미였죠. 특히 소스가 있는 음식이나 촉촉한 식품은 곰팡이 균사가 깊게 침투해 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찝찝하다면 과감히 버리는 편이 옳습니다.




그날 제가 먹은 딸기는 다행히 심각한 증상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저녁 이후로 계속 속이 불편했고 기분도 좋지 않았습니다. 제 팔자를 제가 꼬아버린 셈인데 괜스레 딸기를 치우지 않고 거실에 곰팡이가 피도록 놔뒀다며 아내와 아이들에게 성질을 내기도 했죠. 열이 나는 듯한 느낌도 들었고 사흘 정도는 화장실을 자주 들락거리면서 고생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일을 통해 무엇보다 “의심되는 음식이 있다면 절대로 입에 넣지 말자”라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혹시라도 곰팡이 핀 음식을 모르고 섭취했을 때, 특별한 증상이 없다면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고, 몸 상태를 잘 관찰해 봐야 합니다. 그러나 설사, 구토, 고열, 어지러움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야 합니다. 특히 아이가 곰팡이 음식을 먹은 경우에는 더욱 주의가 필요합니다.




음식은 우리 몸에 들어가는 ‘연료’입니다. 그 연료에 작은 곰팡이 하나 섞였다고 생각하면, 차라리 그 한 끼를 거르는 편이 나을 수도 있습니다. 몸은 가장 솔직하고, 그 신호를 간과했을 때 되돌아오는 부담은 결코 적지 않을 테니까요.


다음에는 냉장고 안 도시락 하나를 꺼낼 때도, 습관처럼 뚜껑 아래와 가장자리, 냄새까지 한 번 더 확인하게 될 듯합니다. 오늘 블루베리에도 이렇게 곰팡이가 피기 시작해서 화들짝 놀라 처리를 했습니다.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더 꼼꼼해져야 함을 새삼 느낍니다.


한 줄 요약 : 먹었노라, 살았노라, 배웠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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