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요즘 제가 새로이 시간을 쓰고 있는 영역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프로야구 중계 시청이었는데요. 유심히 보시면 과거형이라는 점을 아시겠죠? 일단 제 성향에 대해 아시는 분들이라면 많이 놀라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사실 스포츠 중계방송을 실시간으로 거의 안 보기 때문이죠.
그런데 올해는 영원히 샤이 한화 팬으로 남아 있으리라 생각했던 저를 깨우게 되는 계기가 있었습니다. 바로 한화가 몇 주 째 프로야구 리그에서 1위를 달리고 있어서였습니다. 문제는 이 행복한 상황 덕분에 아이러니하게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받았다는 점이었습니다.
사실 야구팬들의 정신건강을 걱정하는 목소리는 꽤 진지하게 논의되고 있기는 했습니다.
이기면 이기는 대로 중계를 보느라 시간을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드니 좋지 않고 지면 지고 있어서 열이 받습니다. 차라리 예전에 아랫목에서 놀던 시절에는 신경도 안 썼는데 말이죠. 갑자기 너무 잘해서 순위가 1위까지 가는 바람에 없던 애정이 생겨서 되려 힘이 들게 되는 모순적인 상황입니다.
아이들도 옆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죠. "아빠, 또 야구 봐요?" 당연히 아이들 눈에도 희귀한 광경입니다. 저라는 사람은 스포츠 중계방송을 월드컵이 아닌 이상 보는 경우가 거의 없었으니까요.
문제는 낭비가 많아진다는 점인데요. 크게 두 가지 낭비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시간 낭비죠.
야구 정보를 챙겨보는 시간이 불필요할 정도로 많아지고 있다는 점인데요. 요즘 내가 응원하는 팀 경기뿐만 아니라 다른 팀 경기도 문자 중계를 확인하면서까지 챙깁니다. 우리 팀 경기만 알면 되지 않느냐 하시겠지만 프로야구는 한 시즌으로 운영되기에 바로 뒤에서 쫓아오는 팀이 이기면 곤란해지니까요. 그래서 다른 팀들의 진행 상황까지 챙기게 되었죠. 하루를 빠듯하게 쓰는 편인 제 기준에서는 생각보다 제법 큰 시간 낭비가 되어버린 셈입니다.
두 번째는 심리적인 낭비입니다.
저는 경기를 볼 때 혼자 조용히 음소거로 해놓기에 소리를 지르면서 보는 편은 아닙니다. 하지만 경기에서 지거나 선수들이 중요한 순간에 너무 못하면 성질이 날 때도 있죠. 그때 1차로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채팅창을 보면서 당황스러워질 때가 많았습니다.
같은 팀 팬들이 모인 채팅방도 있고 중계방송하는 프로그램에서 운영하는 채팅방도 있는데 이 두 곳 모두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잘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어마어마한 비난이 쏟아집니다. 정말 눈 뜨고 볼 수 없는 내용들도 많죠. 선수나 감독을 욕하는 것은 물론 팬들끼리 서로 비난하며 싸우는 경우도 종종 보입니다.
이런 경험을 해보니 "과연 스포츠는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콘텐츠인가 아니면 정신건강을 해치는 콘텐츠인가?"라는 질문이 절로 생깁니다. 게다가 1위 자리가 굳건해 보였던 한화가 두 달 정도 만에 다시 2위로 내려앉으면서(?) 마음의 병은 커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물론 행복하고 건강하게 야구를 즐기시는 훌륭하신 팬들도 많으시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동안 받았던 분노와 설움을 따지면 사리가 수십 개씩 나올지도 모른다고 하는 한화 팬들은 더 말할 것도 없죠.
안타깝지만 저 같은 경우는 장단점을 저울에 달아보니 스트레스가 더 많이 생긴다는 사실을 확실히 깨닫게 되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 불필요하게 예민한 성격 탓인가 싶기도 합니다. 이런 경험들이 쌓이니 요즘에는 아예 안 보는 편이 낫겠다 싶어 당분간은 중계방송에는 절대 접속하지 않기로 결심했습니다. 경기장을 찾으면서 스포츠를 순수하게 즐기시는 분들에 비하면 참 희한한 사람인 셈이죠.
그래도 제게 나름 건전한 취미생활인 독서와 글쓰기가 있으니까요. 여기에 야구 같은 다른 활동까지 추가되면 몸이 반 개 정도는 있어야겠죠?
저는 이렇게 잠시 야구와 거리두기를 하게 되었지만 아무쪼록 그동안 몇십 년 동안 바닥권 순위에서 허우적거리며 고생했던 한화 이글스가 마지막까지 선전해서 올 시즌 좋은 결과를 얻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야구스트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