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많은 분들이 아시리라 생각되지만 저는 음식점 리뷰를 웬만하면 잘 쓰지 않습니다. 홍보처럼 보이고 싶지도 않고 맛 표현을 그리 잘하는 편도 아니어서입니다. 하지만 정말 기억에 남는 맛이 있으면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그런 곳이 있어서 몇 자 적기로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그곳은 바로 우연한 기회에 회식으로 갔던 부일갈비라는 곳입니다.
그동안 제 인생 최고의 돼지갈비는 제 고향 진해에 있었던 중초갈비라는 곳입니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야근을 하시거나 늦으실 때 아버지께서 저희 형제를 데리고 자주 가셨죠. 동생과 저 둘 다 갈 때마다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버지가 요리를 못하시기도 했고 당신께서도 고기를 좋아하셔서 그렇게 하시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니 그 흔적 자체가 사라져 버린 지 오래더군요. 괜스레 아쉽고 서운한 기분도 듭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도 또 다른 최고의 돼지갈비집이 있는데 그곳은 바로 광진구 자양동에 있는 '소문난 숯불구이'였죠. 이곳의 돼지갈비는 입이 짧아 잘 먹지 않던 아이들에게는 최고의 반찬이었습니다. 게다가 청국장과 양념게장도 둥이들에게 최고의 음식 중 하나였죠.
저도 갈 때마다 맛있게 먹었지만 이곳도 2~3년 전에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역사의 뒤안길로 쓸쓸하게 사라졌습니다.
그 이후에도 가족끼리 지인들 또는 회사에서 돼지갈비를 먹을 기회는 늘 있었지만 저를 놀라게 만들 정도의 맛을 만나지는 못했습니다. 제 입맛이 까다롭거나 돼지갈비의 맛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 맛이 다 비슷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어서였죠.
그러다가 얼마 전 회사에서 회의가 있었고 끝난 뒤에 회식도 한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회의를 마치고 이동하려는데 긴급히 공지사항을 알리는 소리가 들렸죠.
"오늘 장소는 원래 ㅇㅇㅇㅇ였는데 부일갈비로 바뀌었습니다. 참고하세요."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이 갑자기 웅성거리기 시작합니다. 왜 그러는지 궁금했죠. 옆에 있던 동료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니 맛집으로 간다면서 신이 나서 그런다더군요. 이곳은 예약도 안 되어서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데 다섯 시부터 웨이팅을 해야 하는 곳이라고 합니다.
처음에는 돼지갈비가 다 거기서 거기일 텐데, 뭐가 그리 특별해서 사람들이 이렇게 난리인지 궁금했습니다. 딱히 기대를 하지도 않았죠. 사무실에서 거리가 좀 있는 곳이었기에 각자 버스로, 차로, 자전거로 이동했습니다.
사람들 틈을 뚫고 2층으로 올라갔습니다. 정말 낡은 식당이었는데 좌석도 상당히 좁습니다. 자리가 모자라서 세 개의 테이블에 14명이 앉아야 했습니다. 이렇게까지 해서 먹어야 하나 싶었죠.
본격적으로 숯불이 들어오고 고기도 올라왔는데 뭔가 보통의 돼지갈비와 다르기는 합니다. 양념이 좀 덜 진한 색이었죠. 3인분인데 양이 제법 많았습니다.
처음 먹는 순간 진짜 그동안 먹었던 다른 돼지갈비와는 다르기는 느낌이 들기는 했습니다. 양념이 진하지 않아서 많이 먹을 수 있다는 사장님의 이야기가 무슨 의미인지 이해할 수 있었죠. 그렇게 저희 테이블은 4명이 총 9인분을 시켜 먹었는데 제가 혼자서 한 4인분은 족히 먹은 듯합니다.
손님이 워낙 많아 실내가 시끄러워서 말소리가 잘 들리지 않으니 음식에 더 집중하게 되는 특이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습니다. 회식이라는 타이틀이 있어서 그랬는지도 모르지만 최근에 이렇게까지 많이 먹었던 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과식을 했습니다. 제일 구시렁거리던 사람이 제일 많이 먹은 셈이죠.
거기에 돼지껍데기도 맛있었습니다. 이 돼지껍데기야말로 별다른 조리가 필요 없는 부위인데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곳은 돼지껍데기도 맛있었습니다. 양념의 힘인 모양입니다. 배가 부를 대로 부른 상황에서도 더 들어가더군요.
진짜 기회가 되면 가족들과도 한 번 가고 싶은데 가장 큰 문제는 너무 멀다는 점입니다. 저는 밥을 먹기 위해 그렇게 멀리까지 이동하는 사람이 아니거든요. 그래도 이렇게 글을 쓰면서 그날을 되새겨보니 또 군침이 싹 도는 느낌입니다.
근처에 계시는 분들은 기회가 되시면 한 번 가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항상 식당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린다는 점, 식당이 좀 낡았다는 점, 식당 안이 시끄러울 수 있다는 점은 참고하셔요. 맛도 좋았지만 값도 부담스럽지 않아서 더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 아닌가 싶기도 했습니다.
오랜만에 입이 즐거웠던 이야기를 하니까 글쓰기에 대한 부담도 훨씬 덜하고 좋았습니다. 오랜만에 나눠본 식당이야기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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