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저는 한때 행복이가 만든 작품으로 브런치에서 매거진 하나를 운영한 적이 있습니다. 바로 스스로 아이디어를 내서 레고를 이용해서 만든 작품들이었는데요. 창의력을 키우는 데 이만한 놀이가 없었습니다. 행복이에게는 꽤 훌륭한 교구였던 셈이죠. 그런 점에서 레고는 훌륭한 친구였습니다.
그런 이유로 강원도 춘천에 레고랜드가 생긴다고 했을 때 기대가 정말 컸습니다. 하지만 한 번도 못 가본 상황에서 뜻밖의 소식을 접하고 말았습니다. 최근 레고랜드가 자본잠식까지 접어들며 위기에 빠졌다는 뉴스가 있어서였죠. 오늘은 춘천 레고랜드와 함께 브랜드 가치에만 의존하는 시대가 정말 끝나고 있는지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2022년 5월, 춘천 중도에 화려하게 문을 연 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 전 세계 10번째 레고랜드이자 국내 첫 글로벌 테마파크라는 타이틀로 많은 기대를 모았습니다. 총사업비만 3,000억 원이 투입된 이 거대한 프로젝트는 연간 200만 명의 방문객을 유치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개장 첫해 방문객은 목표의 1/3에도 못 미치는 65만 명에 그쳤고, 이후 매년 감소세를 보이며 2024년에는 49만 명까지 줄어들었습니다. 매출 역시 2022년 622억 원에서 2024년 339억 원으로 꾸준히 하락했죠.
그리고 지금, 개장 3년 만에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1,004억 원을 기록하며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습니다. 당기순손실은 무려 1,350억 원으로 전년 대비 5배나 급증했고요. 한영회계법인은 감사보고서에서 "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에 유의적인 의문이 있다"라는 문구까지 명시해서 충격을 안겼습니다.
레고랜드의 몰락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입니다.
첫 번째는 지리적 한계입니다.
교통이 편해졌다고 해도 수도권에서 1시간가량 떨어진 춘천이라는 입지는 가족 단위 방문객들에게는 당일치기로 다녀오기에는 부담스러운 거리였죠.
두 번째는 계절적 제약입니다.
야외 시설 중심의 테마파크 특성상 장마나 무더위, 겨울철에는 운영에 제약이 있었고, 이는 연중 안정적인 수익 창출에 걸림돌이 되었습니다.
세 번째는 타깃층의 한계입니다.
레고랜드는 주로 영유아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시설이 많아서 다소 아쉽습니다. 생각보다 많이 레고를 소비하는 어른 애호가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어트랙션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이 점이 저나 행복이에게 레고랜드를 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게 만든 가장 큰 이유이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덤으로 2022년 '레고랜드 사태'로 불린 강원중도개발공사의 회생절차 신청 파동까지 겹치면서 부정적인 이미지까지 더해졌습니다.
레고랜드라는 이름값에만 너무 기대어 내실을 다지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었죠. 비단 레고랜드만 가진 문제가 아니라 명품업계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최근 샤넬의 실적은 충격적입니다. 2024년 상반기 국내 백화점 매출이 전년 대비 1% 감소한 5,142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1997년 국내에 백화점 매장을 오픈한 이래 처음 있는 일이었죠. 2024년 연간 기준으로는 글로벌 매출이 4.3% 감소하고 영업이익이 30%나 줄어들었습니다. 현재 샤넬뿐만 아니라 구찌, 펜디, 버버리 등 대부분의 명품 브랜드가 고전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에르메스만 홀로 선전하고 있죠.
이러한 변화 뒤에는 소비자들의 가치관 변화가 있습니다.
'조용한 럭셔리'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화려한 로고나 과시적 소비보다는 절제되고 우아한 품격을 추구하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올드머니 룩'이라는 용어까지 유행할 정도죠. 불과 몇 년 전까지 유행했던 '플렉스' 문화가 무색해질 정도로 소비 패턴이 바뀌었습니다. 실용성과 가치 중심의 소비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젊은 세대들은 디자이너 스몰 브랜드나 가성비 좋은 대체재를 찾고 있고, 무조건적인 명품 선호에서 벗어나고 있습니다. 트렌드보다는 자신만의 확고한 아이덴티티를 가진 브랜드들이 살아남고 있는 상황입니다.
진정한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 곳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레고랜드의 경우 '레고'라는 강력한 브랜드 파워는 있었지만, 실제 방문객들이 경험하는 가치는 기대에 못 미쳤습니다. 브랜드 이름만으로는 부족했던 거죠.
지속적인 혁신과 진화도 중요합니다. 과거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변화하는 소비자 니즈에 맞춰 끊임없이 발전하는 브랜드들이 살아남고 있습니다.
레고랜드와 명품업계 등에서 보여준 사례에서 한 가지 확실하게 알 수 있는 부분은 단순히 유명한 브랜드 이름만으로는 더 이상 소비자들을 끌어들일 수 없다는 점입니다. 경기침체는 쉽사리 나아지지 않고 그로 인해 소비자들은 점점 더 현명해질 수밖에 있습니다. 브랜드의 명성보다는 실제 경험과 가치를 중시하고, 과시적 소비보다는 진정성 있는 소비를 추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앞으로는 브랜드 이름에 기대어 높은 가격만 책정하는 시대는 지나갈 것 같습니다. 대신 진정한 가치를 제공하고, 소비자와 진실한 관계를 구축하며, 끊임없이 혁신하는 브랜드들만이 살아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사례들은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 이름값에만 의존하는 시대는 정말 끝났다는 것을요.
레고랜드도 이 위기의 원인을 잘 분석해서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강원레고랜드 #레고랜드 #레고랜드자본잠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