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만약에 자신이 다니는 회사에서 15분 동안 컴퓨터를 쓰지 않으면 그때부터 근무를 하지 않은 걸로 계산하겠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면 어떨까요? 이 희한한 제도가 우리가 모두 아는 회사에서 시행된다고 해서 논란이 되고 있다고 합니다.
오늘은 최근 화제가 된 엔씨소프트의 15분 근태관리 제도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뉴스로도 접하신 분들이 많을 텐데요. 솔직히 이 뉴스를 접했을 때 당황스러웠습니다. 면접을 비롯해 엄격한 절차를 통해 검증하고 선택해서 뽑은 사람들일 텐데, 감시를 하겠다는 이야기처럼 느껴졌으니까요.
엔씨소프트는 한때 한국 게임업계의 자존심이었습니다. 리니지로 시작해서 블레이드앤소울, 길드워2까지 히트작을 연달아 내놓으며 업계 선두주자로 군림했죠. 2021년에는 주가가 100만 원을 넘기며 정점을 찍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옛날의 영광이 되고 말았습니다. 2024년에는 영업손실 1,092억 원으로 상장 이후 처음 연간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매출은 전년 대비 11% 감소, 특히 리니지W의 매출이 2022년 9,708억 원에서 2024년 2,442억 원으로 급감하면서 주력 타이틀이 사실상 힘을 잃었다는 것을 보여줬죠.
위기가 찾아오자 회사는 빠르게 구조조정에 돌입했습니다. 희망퇴직과 권고사직으로 1,000여 명이 회사를 떠났고, 5,000명이던 직원을 3,100명으로 줄였습니다. 퇴직금 지급으로 인해서 적자는 더욱 커졌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나온 새로운 정책이 바로 15분 근태관리 시스템입니다.
새로 도입되는 시스템에서는 키보드와 마우스를 15분 이상 움직이지 않으면 자동으로 부재중 처리. PC를 다시 켜면 부재 사유를 소명해야 합니다. 화장실을 가든, 담배를 피우러 가든, 회의를 하러 가든 상관없습니다.
넥슨과 넷마블이 2019년에 도입했다가 직원들의 거센 반발로 논란이 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2025년에 엔씨소프트가 이걸 다시 꺼내들겠다고 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더 커졌습니다. 회사 측은 포괄임금제 폐지 이후 정확한 근무시간 관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하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전혀 다릅니다.
노동조합은 "구성원들의 불편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이고 일률적인 도입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라며 공식 대응을 시사했습니다. 사실 당연한 반응이죠. 15분이라는 시간 자체가 현실적이지 않으니까요. 화장실이 붐비면 기다리는 시간과 마무리하고 나오는 시간만 해도 10분이 훌쩍 넘을 때가 많습니다. 흡연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요. 회의가 잦은 부서는 하루에도 몇 번씩 소명서를 써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단순한 영역을 벗어나서도 문제가 많습니다. 무엇보다 게임 개발은 단순 사무직 업무와는 다릅니다. 때로는 산책하며 생각을 정리하고, 동료와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는 과정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오는 직종이거든요. 그런데 하루 종일 PC 앞에만 앉아 있으라고 한다면 과연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될까요?
온라인상에서의 반응은 싸늘합니다. 물론 일각에서는 이해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대부분 "게임은 안 만들고 직원만 감시한다"라는 이야기로 도배되고 있습니다. 실적 부진의 원인은 신작 개발 실패와 과도한 리니지 의존인데, 정작 내놓은 해결책이 직원 감시라는 점에서 본질을 외면한 처방이라는 비판이 거셉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 제도는 철회가 되지 않는다 해도 결국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넥슨과 넷마블이 2019년 도입했다가 직원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고, 결국 폐지하거나 완화한 전례가 있으니까요. 근로기준법 94조에 따르면 이런 새로운 제도 도입에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가 필요한데, 현재 분위기로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이런 제도가 직원들의 사기를 매우 떨어뜨린다는 점입니다.
이미 지난번에 시행했던 구조조정으로 직원들의 사기와 신뢰가 바닥을 친 상황에서, 감시 시스템까지 도입하면 남은 인재들마저 떠날지도 모릅니다. 한 소식통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고과가 높았던 이들의 희망퇴직이 막히고 상여금마저 줄어들자, 열심히 일하는 데에 회의를 품는 직원들이 늘었다"라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15분 감시가 회사를 살리는 해법이 될 리 없습니다. 아시다시피 게임 개발은 창의성이 생명입니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실험하고 실패하며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야 하죠. 그런데 이석 시간이 15분이 넘을 때마다 소명을 해야 한다면, 누가 창의적이고 적극적으로 일할 수 있을까요?
엔씨소프트가 다시 도약하기 위해서 진짜 해야 할 일은 직원 감시가 아닙니다. 리니지에서 벗어난 새로운 IP 개발, 해외 시장 공략, 창의적인 조직문화 구축입니다. 하지만 지금 이 회사는 그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사람을 믿지 못하는 회사에서 좋은 결과물(게임)이 나올 리 만무합니다. 면접을 통해 검증하고 뽑은 사람들인데, 그들을 믿지 못한다는 건 오히려 회사의 채용 시스템과 조직문화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뜻 아닐까요? 개인적으로 이런 제도가 있는 회사라면 연봉을 많이 준다고 해도 일단은 꺼리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인식이 경영진이 가진 공통된 마인드라면 엔씨소프트의 몰락은 이제 시작일 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