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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AI로 대체되더라도 낚시 기사는 사라지지 않는다

by 페르세우스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요즘 포털사이트나 소셜미디어를 보다 보면 정말 황당한 기사들을 자주 접하게 됩니다. 이미 10월 10일은 임시공휴일로 지정하지 않는다고 정부에서 8월에 진작 발표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에서는 이런 제목들로 기사들이 넘쳐나고 있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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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요즘 가장 심할 정도로 독자를 낚는 데 사용하는 키워드는 바로 '손흥민'입니다. 미국으로 이적했기에 이제는 전혀 관계없는 토트넘과 관련된 소식을 손흥민 이름을 팔아서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있죠. 이미 상당수의 기사가 이런 식으로 만들어져 있고 정작 클릭해 보면 손흥민과는 전혀 상관없는 내용들이 대부분입니다.




얼마 전에도 손흥민이라는 키워드가 들어간 기사 제목을 보고 들어갔더니 완전히 다른 선수의 이야기였습니다. 댓글창은 "낚였다"라는 반응과 기자에 대한 분노로 가득 찼지만, 이미 조회수는 올라간 뒤였죠. 이런 식으로 독자들을 기만하는 행위는 하루에도 수십 건씩 벌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더 충격적인 이야기는 따로 있습니다. 구글의 피드를 살펴보면 요즘 부쩍 "이 기사는 AI를 사용해 생성되었으며 AI는 실수를 할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붙은 AI가 작성한 기사들을 심심찮게 봅니다. 로이터, AP통신 같은 해외 통신사들은 이미 몇 년 전부터 AI를 활용한 기사 작성을 도입했으며 국내에서도 일부 언론사들이 마찬가지입니다. 반복적이고 정형화된 내용의 기사들은 점점 더 AI가 맡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기자라는 직업이 점점 AI에게 대체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입니다. 인간 기자보다 훨씬 빠르고, 실수는 적으며, 24시간 쉬지 않고 일할 수 있으니까요. 거기에다 인건비도 전혀 들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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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손흥민을 이용한 낚시기사들처럼 독자들을 유인하는 행위들도 AI 기자시대가 되면 사라질까요? 안타깝게도 그렇지 될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교묘하게 사람들을 속일지도 모릅니다.


인공지능은 빅데이터를 분석해서 어떤 키워드가 클릭률을 높이는지, 어떤 제목이 독자들의 관심을 끄는지를 정확히 알고 있습니다. '손흥민'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제목이 얼마나 많은 클릭을 유도하는지, 어떤 표현이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지를 데이터를 통해 학습했을 테니까요.


그렇기에 AI는 인간보다 훨씬 더 정교하고 교묘한 낚시 제목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손흥민, 이번엔 정말 심각하다", "쏘니도 놀란 충격적인 사실"처럼 마치 당사자와 관계 있는 듯한 제목으로 포장할 수도 있게 되겠죠. 더 무서운 부분은 인공지능이 실시간으로 트렌드를 분석해서 가장 핫한 키워드를 조합해 제목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손흥민 + 토트넘 + 이적 + 충격 + 진실 같은 식으로 검색량이 높은 단어들을 조합해서 완벽한 낚시 제목을 만드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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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해외에서는 이미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중입니다. 일부 콘텐츠 농장들은 AI를 활용해 하루에 수백 개의 기사를 자동으로 생성하고 있습니다. 유명인의 이름을 제목에 넣고 전혀 관련 없는 내용으로 채우는 방식으로 말이죠. 플랫폼들이 이런 콘텐츠들을 걸러내려고 있지만, 오히려 플랫폼의 알고리즘을 학습해서 더 교묘하게 우회하는 방법을 찾아내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을 계속 간과한다면 그 규모와 정교함은 상상을 초월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상황을 보면서 AI 윤리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정말 시급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술의 발달 속도에 비해 그것을 어떻게 윤리적으로 사용할지에 대한 논의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일단 AI가 낚시기사를 양산하는 일을 막기 위해서는 개발업체와 언론사들의 책임감은 물론 사회적 합의를 넘어 강력한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해 보입니다.


당연히 독자인 저희도 이런 부분에 대한 비판적 사고를 기르는 일이 중요합니다. 자극적인 제목에 쉽게 낚이지 말고, 기사의 출처와 내용을 꼼꼼히 확인하는 습관을 들여야겠죠. 특히 자녀들에게는 이런 교육이 더욱 중요합니다. 디지털 네이티브인 아이들이 가짜뉴스나 낚시기사에 무방비로 노출되지 않도록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시켜야 해요. 어떤 정보가 신뢰할 만한지, 어떻게 팩트체크를 해야 하는지를 가르쳐주는 거죠.




AI 기술 자체는 선악이 없기에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인류에게 도움이 될 수도, 해가 될 수도 있습니다. 손흥민 낚시기사처럼 사소해 보이는 문제도 결국은 인공지능을 어떻게 윤리적으로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입니다. 앞으로 AI가 더욱 발달하면 지금보다 훨씬 더 정교하고 교묘한 방식으로 우리를 속이려 할 수도 있습니다. 그때가 되어서야 대책을 마련하려고 하면 이미 늦습니다. 지금부터라도 진지한 논의가 필요합니다.


손흥민을 이용한 낚시기사를 보며 단순히 "또 낚였네"라고 웃어넘길 문제가 아닙니다. 이는 AI 시대의 정보 윤리와 직결된 심각한 문제입니다. 우리가 지금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미래 세대가 살아갈 정보 환경이 결정됩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더욱 교묘해진 가짜뉴스와 낚시기사들 속에서 진실을 찾지 못하는 암흑의 시대를 맞게 될지도 모릅니다.


한 줄 요약 : AI 시대에 더욱 교묘해질 낚시기사 문제를 해결하려면 지금부터 윤리적 제도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시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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