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저도 다른 애들이 태워주는 버스 타고 싶어요

by 페르세우스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지난주에 서울시교육청 영재교육원 과학반에서의 행복이 일정이 수료식을 제외하고 마무리되었습니다.


9월까지 총 18번이나 되는 토요일을 9시부터 2교시는 12시 반, 3교시는 점심까지 먹고 2시 반까지 진행하는 일정은 꽤 힘들었습니다. 영재교육원 과정을 열심히 하겠다는 행복이의 의지가 강했기에 지지를 해줬지만 한편으로는 점점 빡빡해지는 일정을 보며 안쓰러운 마음도 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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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바지에 이르렀을 때는 그 어려움이 절정에 달했습니다.

바로 조별 프로젝트 발표수업 때문이었는데요. 11명의 학생들이 세 조로 나눠서 실험을 하고 정리된 자료를 발표하는 과정입니다. 행복이도 다른 세 학생들과 함께 한 조에 속해서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좀 생깁니다.

조장인 학생과 행복이만 적극적으로 과제에 참여하고 나머지 친구들은 참여도가 떨어지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수질 개선과 관련된 실험이 잘되지 않아 따로 하루 만나서 한 번 더 시도하기로 했는데 다른 친구들은 일이 있다며 조장과 행복이만 모였죠.


특히 PPT는 행복이가 거의 전담으로 만들다시피 했습니다. 조장 친구 30%, 행복이가 60%의 분량을 맡아서 준비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채팅방에서도 그 둘만 대화를 하며 보고서 작성을 진행했습니다. 나머지 두 친구는 묵묵부답이었습니다.


그러자 며칠 뒤 행복이는 갑자기 자료를 만들다 말고 나머지 두 학생이 보이는 행동에 분노하며 발표일에 안 가고 싶다는 말까지 합니다. 이 상황을 같은 반 친구에게 이야기했더니 "너는 거기에서도 버스(실력 있는 사람이 다른 사람의 승리를 돕는다는 의미의 신조어) 태워주고 있냐?"라는 말까지 들었던 모양입니다. 그 친구의 농담도 행복이의 좋지 않았던 기분에 기름을 부은 셈이었죠.


결국 싫은 소리를 하기가 어려우니 그냥 함께 망하는 편이 낫겠다고 결정한 겁니다. 현재 진학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활동이 아니었지만 이런 마무리는 좋은 선택이라고 보기 어려웠습니다. "아빠, 저도 버스 타고 싶어요"라는 말도 그때 나왔죠. 화가 난 아이를 붙잡고 어떤 상황인지 물어보고 달래준 뒤 단톡방에서 다른 친구들을 직접 언급하며 문제를 공론화한 뒤 지켜보고 결정하면 어떻겠냐며 물었죠.




평소에 말을 예쁘게 하는 편이었던 행복이는 그 순간만큼은 직진남이었습니다. 아예 대놓고 '이런 식으로 아무것도 안 하면 선생님께 말씀을 드리겠다'라고 써버립니다. 그 광경을 보던 제가 오히려 당황했습니다. 그 채팅을 읽은 한 친구는 자신에게 공유를 해주지 않았다면서 화를 내면서 따져 들었지만 다행히 조장 친구가 상황을 잘 수습하고 마무리는 다른 두 친구가 하기로 정해지면서 일단락되었습니다.


드디어 발표날이 되었고 그동안 많은 어려움이 있기는 했지만 발표까지 잘 마무리했습니다. 행복이도 한 사람의 몫을 제대로 해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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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이 구경하러 오는 다른 친구들과 달리 행복이가 혼자 가겠다고 해서 가지 못했습니다. 끝나고 나서 상황과 분위기를 전해 들을 수밖에 없었죠. 어려운 여건이었음에도 끝까지 잘 마무리했음에 대한 칭찬을 많이 해줬습니다.


아이도 잠이 부족할 정도로 시간도 많이 쓰고 스트레스까지 상당히 받았지만 마무리까지 하고 나오니 한결 마음이 가벼워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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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런 상황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납니다.

행복이를 설득시킨 메시지도 앞으로 고등학교나 대학교에서도 이런 일들은 더 자주 겪을 수 있다는 말이었죠. 저도 겪은 적이 많았으니까요. 이런 에피소드를 통해서 배울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아이도 좋은 경험이 되었다고 합니다.


사실 조별과제에서 모든 사람이 완벽하게 1/n로 분담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나중에 또 이런 일이 있으면 이번의 배움으로 좀 더 현명하게 처신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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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요약 : 나쁜 경험이라도 그런 경험을 다음번에 대한 깨달음으로 바꿀 수 있는지가 해내는 사람과 실패하는 사람의 가장 큰 차이다.


#과학영재원 #프리라이더 #버스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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