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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포티'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새로운 세대 혐오

by 페르세우스


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요즘 온라인에서 가장 핫한 키워드가 하나 있습니다. 저도 아내가 링크를 보내줘서 알게 되었는데요. 바로 '영포티(Young Forty)'입니다. 여러분은 이 단어에서 어떤 느낌을 받으시나요?




영포티는 2015년 11월경 마케팅 업계에서 처음 등장했습니다. 트렌드 분석가 김용섭이 2016년 주목할 만한 트렌드로 제시하면서 대중화되었죠. 당시 우리나라의 중위 연령이 40.2세를 넘어서면서, 1970년대생들이 40대가 되었음에도 인구 구조상 '젊은 축'에 속하게 되었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패션과 트렌드에 민감하고, 안정된 경제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소비 주체로 부상한 40대를 긍정적으로 지칭하는 용어였습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영포티는 전혀 다른 의미로 사용됩니다. 최근 1년간 온라인에서 영포티에 대한 언급 중 부정적 키워드와 연관된 비율이 55.9%에 달했습니다. '욕하다', '늙다', '역겹다' 등의 부정적 키워드가 상위를 차지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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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영포티는 '자신이 젊다고 착각하는 철없는 중년'이라는 조롱의 의미로 변질되었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뉴에라 모자와 슈프림·스투시 티셔츠, 나이키 농구화 등 스트리트 패션 아이템을 '영포티 브랜드'라며 비꼬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아이폰 17 출시와 함께 "영포티 중년 아이템"이라는 그림이 화제가 되었습니다. 볼캡에 로고 티셔츠, 청반바지 차림의 40대 남성이 오렌지색 아이폰을 들고 있는 모습을 조롱하며 '아이폰은 영포티 아재폰'이라는 비아냥까지 이어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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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심지어 '스윗 영포티', '영퐁티', '똥포티', '틀포티' 같은 변형어까지 등장하며 비하의 강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스윗 영포티'라는 말은 앞에서는 여성 인권을 중시하는 세련된 중년을 자처하지만, 뒤에서는 젊은 여성에게 추파를 던지는 이중적인 행태를 비판하는 표현입니다.


그와 관련된 콘텐츠들과 뉴스들도 쏟아져 나오고 있죠. 일명 '코리아 영포티 스타터팩'도 유행하고 있습니다. 40·50세대에게 인기 많은 브랜드, 커뮤니티, 특정 정치 성향을 한데 묶어 조롱하는 이미지가 공유되기도 합니다.


저도 궁금해서 자세히 살펴봤습니다. 찬찬히 살펴보니 저한테 해당되는 내용은 다행히 두 가지밖에 없더군요. 그중 하나는 '안경'을 썼다는 점입니다. 제가 온라인에서 마녀사냥하듯 표적이 되고 있는 영포티가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이 분위기가 과연 바람직한지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됩니다.




영포티는 마케팅 용어로 시작된 만큼 현실과 괴리가 컸고, 오히려 세대 갈등을 부추기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MZ세대가 선호하는 브랜드에 40·50세대가 유입되면 곧바로 MZ세대가 해당 브랜드를 외면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한 증권사 전문가는 요즘 특정 러닝화 브랜드의 주가가 좋지 않은 이유를 '아저씨들이 일상화로 신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세대 간 차이는 인정하면 그만입니다. 서로 욕해 봐야 입만 아프고 갈등만 커질 뿐이죠. 불평등과 양극화 같은 문제는 세대보다는 오히려 계급과 계층에서 생깁니다. 세대론에 매몰되면 정작 중요한 문제를 놓치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결국 가장 중요한 부분은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려는 태도입니다. 계속 이런 식으로 특정 세대를 하나의 틀에 가두어 비하하거나 비난하기보다는, 각 세대가 처한 현실을 이해하고 함께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가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어차피 영포티라는 단어가 다시 긍정적인 의미로 돌아가기는 쉽지 않겠지만, 적어도 세대 간 혐오의 도구로 계속 사용되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경계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한 줄 요약 : 세대를 비하하는 표현은 결국 우리 모두를 해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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