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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순댓국집 영업정지, 과연 누구의 잘못인가?

by 페르세우스


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지난 추석 연휴, 저희 동네에서 가장 인기 많은 순댓국집에 3일짜리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졌습니다. 24시간 운영하는 곳이라 명절 특수를 기대하던 시기에 찾아온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죠. 저도 어쩔 수 없이 발길을 돌려야 했습니다.


미성년자에게 술을 팔았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그 가게는 그동안 동네에서 평판이 좋았고 손님들도 많은 곳이었습니다. 그런 식당이 하루아침에 영업정지를 받게 되었다니 저도 많이 놀랐습니다. 추석 연휴 3일, 그 사흘 동안의 손실도 손실이지만 신뢰나 이미지에 대한 피해를 입었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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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법상 미성년자에게 주류를 판매한 업주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추가로 영업정지 처분까지 받게 되죠. 청소년에게 주류를 판매한 경우, 법령 개정으로 인해 1차 위반 시 영업정지가 2개월에서 7일로 완화되었습니다. 또한, 반성문, 탄원서 등 양형 자료를 잘 제출하면 7일에서 절반인 3일로 감경될 수 있는데 이런 경우였던 모양입니다. 요식업계에서 3일 영업정지는 단순히 3일 치 매출 손실이 아닙니다. 단골 고객을 놓치고, 직원 급여를 지급해야 하며, 식재료는 폐기해야 합니다. 실질적인 피해는 최소 몇 백만 원에서 천만 원대까지 발생합니다.


물론 업주에게도 신분증을 확인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단순하지 않습니다. 바쁜 시간대에 수십 명의 손님을 응대하면서 모든 사람의 신분증을 일일이 확인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특히 요즘 청소년들은 성인처럼 보이는 경우도 많고, 일부러 성인으로 위장하기도 합니다.


문제는 일부 청소년들이 술을 구매하기 위해 상당히 치밀하게 준비한다는 점입니다. 성인처럼 보이기 위해 화장을 하고 옷을 입을뿐더러 타인의 신분증을 빌리거나, 위조 신분증을 만들기도 합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사회문제가 된 바 있습니다.




그런데 미성년자 주류판매가 적발되었을 때를 보면 균형이 맞지 않습니다. 업주는 영업정지와 벌금이라는 큰 처벌을 받지만, 미성년자는 현행 청소년보호법 제28조에 따라 10만 원 이하의 과태료에 그칩니다. 실제로는 이마저도 제대로 부과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술을 팔려는 의도가 없었던 업주는 수백만 원의 손실을 입고, 적극적으로 술을 구매하려 한 미성년자는 사실상 아무런 불이익이 없는 셈입니다.




이런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자영업자들의 볼멘소리가 나옵니다. 미성년자들의 음주로 인한 문제는 오래 제기되어 왔지만 이들에게 실질적인 처벌은 거의 없었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제안이 이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오히려 도를 넘은 청소년의 일탈 행위에 대해 부모가 함께 책임지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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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가 미성년자 음주로 적발되면 부모는 학교를 통해 간단한 통보를 받는 정도가 전부입니다. 자녀가 위조 신분증을 만들어 술을 사고, 그로 인해 자영업자가 수백만 원의 피해를 입어도 부모는 법적, 경제적 책임에서 자유롭습니다. 아이의 이런 문제 행동 뒤에는 부모의 무관심이나 방임이 대부분입니다. 자녀가 어디서 술을 구하는지, 누구와 어울리는지조차 모르는 부모들도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근원적인 문제해결은 요원할 뿐입니다. 내 아이가 무슨 일을 해도 부모가 그 일탈에 대한 책임이 없다면, 굳이 자녀와 소통하며 세심하게 관리할 동기를 느낄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해결책이 있을까 싶어 고민을 하다가 몇 가지 방향을 생각해 봤습니다.


1. 부모에 대한 의무 교육 및 손해배상, 처벌

자녀가 미성년자 음주로 적발되면, 부모는 반드시 '청소년 음주 예방 및 부모 책임 교육'을 의무적으로 이수하도록 만듭니다. 교육을 이수하지 않을 경우 1차 30만 원, 2차 50만 원, 3차 1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합니다.


또 자녀가 위조 신분증이나 거짓말로 주류를 구매해 업주가 영업정지를 받았다면 부모가 업주의 손실 일정 비율 이상을 배상해야 하도록 하는 방법도 필요해 보입니다. 자녀가 미성년자 음주로 일정 횟수 이상 적발될 경우 부모에게 방임이나 보호감독 의무 위반의 죄를 물어 벌금이나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식도 고려해 볼 만합니다. 명백한 부모의 보호 의무 소홀로 볼 수 있으니까요.


2. 업주 보호, 선의의 피해자 구제

신분증을 확인했음에도 정교한 위조 신분증에 속았거나, 명백히 의도적으로 속이려고 했던 상황인 경우라면 영업정지를 경감 또는 면제하고 경고 또는 과태료도 합리적인 수준으로 부과해야 합니다. 업주가 CCTV 영상으로 신분증 확인 과정을 입증하는 등 노력을 다했음에도 처벌이 이뤄진다면 이는 법령의 취지에도 맞지 않습니다. 이 법의 목적은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함이지, 성실한 자영업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우기 위함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3. 미성년자 본인에 대한 처벌 강화

미성년자 음주 적발 시 주민등록법을 위반했다면 그에 따른 강력한 처벌이 이뤄져야 합니다. 지금까지 그에 대한 조치가 솜방망이처럼 부실했던 점도 문제를 키우는 데 일조했으니까요. 만약 촉법소년에 해당된다면 상당한 시수의 사회봉사 명령도 고려해야 합니다.




이 문제는 단순히 자영업자 vs 청소년의 구도가 아닙니다. 가장 큰 잘못은 제대로 된 처벌을 검토하지 않는 정부나 국회, 자녀의 도를 넘은 일탈을 제대로 살피지 못한 부모의 잘못입니다. 이는 우리 사회가 다음 세대에게 어떤 가치를 가르칠 것인가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자신의 행동에 책임지는 법을 배우지 못한다면, 그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자신의 잘못을 쉽게 용서하고 남의 탓으로 돌리게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첫 번째 교육은 가정에서, 부모로부터 시작되어야 합니다.


동네 순댓국집 사장님은 물론 지금도 새벽같이 나와 영업을 위해 고생하시는 자영업자 분들이 계실 겁니다. 그분의 성실함이 헛되지 않은 사회, 부모가 자녀 교육의 책임을 함께 나누는 사회, 우리 아이들이 책임감을 배우는 사회를 만들어가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진정한 청소년 보호이자,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길이라고 믿습니다.


한 줄 요약 : 얘들아, 술은 어른이 되어서 실컷 마시려무나. 아니면 부모님께 먹고 싶다고 하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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