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오늘은 출근을 해서 그런지 실감이 전혀 나지가 않는데 내일이 추석임을 문득 깨닫게 되더군요. 지난주, 지인 한 분이 새벽 기차를 타고 남부 지방까지 혼자 벌초를 다녀왔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평소에도 엄청 바쁘신 분인데 그 귀한 시간을 쪼개어 홀로 먼 길을 다녀오셨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묘한 감정이 들더군요. 존경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추석은 음력 8월 15일, 한가위라고도 불리는 우리의 대표적인 명절입니다. 그 유래를 거슬러 올라가면 삼국시대까지 닿는데요. 신라 유리왕 때 두 팀으로 나뉘어 한 달간 베짜기 시합을 벌이고 진 팀이 음식을 마련해 이긴 팀을 대접했다는 '가배'라는 풍습에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이후 한 해 농사의 결실을 거두는 시기에 조상께 감사를 드리고 가족이 모여 풍성한 수확을 나누는 명절로 자리 잡았습니다.
벌초 역시 추석을 준비하는 중요한 과정입니다. 추석 한 달여 전부터 조상의 묘를 찾아 무성하게 자란 풀을 베고 주변을 정돈하는 일인데요. 단순히 무덤을 깨끗이 하는 것을 넘어 돌아가신 분들을 기억하고 그분들이 살아온 삶에 감사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방식입니다. 가족들이 함께 모여 땀 흘리며 일하는 과정에서 혈연의 끈을 확인하고 공동체 의식을 되새기는 의미도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벌초를 둘러싼 풍경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과거에는 대가족이 함께 모여 벌초를 했지만 이제는 핵가족화로 인해 소수의 사람들이 그 역할을 맡게 되었죠. 게다가 도시로 떠난 자녀들은 바쁜 일상 때문에 참여하기 어렵고, 결국 나이 드신 어른들이나 몇몇 성실한 분들이 그 일을 이어가고 계십니다.
제 지인처럼 혼자 먼 길을 오가며 벌초를 하는 모습은 어쩌면 현대 한국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전통을 지키려는 마음은 소중하지만, 여러 사정으로 그 무게가 한 사람에게 쏠리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와 관련해 명절 때마다 SNS에서 회자되는 말이 있습니다. "조상 덕 많이 받은 사람들은 명절에 해외여행 가고, 조상 복 없는 사람들은 명절에 모여서 싸운다"라는 우스갯소리입니다.
실제로 명절이 되면 공항은 해외로 떠나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SNS에는 이국적인 풍경 사진들이 넘쳐납니다. 반면 어떤 이들은 긴 귀성길을 거쳐 도착한 곳에서 과도한 명절 준비와 여러 부담들로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하죠. 같은 명절이지만 각자의 상황은 참 다릅니다.
이 농담이 공감을 얻는 이유는 어느 쪽이 옳다 그르다는 편 가르기가 아닌, 명절을 대하는 우리의 현실이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각자의 상황이 다변화되면서, 풍성한 수확에 감사하고 가족이 함께 모여 기쁨을 나누던 추석 본연의 의미가 흐려지고, 때로는 의무와 부담으로 느껴지기도 하죠.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물론 벌초와 명절 문화를 포기하자는 말은 아닙니다. 다만 달라진 현실에 맞게 조금 변화를 모색해 볼 수는 있지 않겠냐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벌초 같은 경우도 대행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가족들이 분담해 부담을 나눌 수 있겠죠. 거기에 조상을 찾아뵙고 추모하는 방식 자체도 다양하게 시도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형식이 아니라 진실한 마음일 테니까요. 굳이 묘소 앞에 서지 않더라도 조상을 기리고 감사의 마음을 표현할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명절 음식문화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전통의 의미는 지키되 과도한 노동은 충분히 조율할 수 있습니다. 차례상을 간소화하거나, 집안일을 함께 나누거나, 때로는 외식을 선택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죠. 명절의 본질은 화려한 음식상이 아니라 가족이 함께하며 웃으면서 보내는 시간이니까요.
앞으로 추석에는 조금 다른 시각으로 명절을 바라보는 노력을 해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각자의 상황에 맞는 방식으로 명절을 의미 있게 보내는 거죠. 꼭 고향에 내려가지 않더라도, 꼭 성대한 차례상을 차리지 않더라도, 꼭 직접 벌초를 하지 않더라도 서로의 상황을 이해해 주고 가족과 함께 마음 편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그 정도로 추석은 충분합니다.
조상님들께서 후손들에게 정말 바라시는 점은 상다리가 휘어질 정도로 거나한 제사상보다는 후손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모습일 겁니다. 그러니 우리도 형식에 얽매이기보다는 진심을 담은 추모와 가족 간의 따뜻한 교류에 집중하면 좋지 않을까요?
이번 추석에는 "조상 덕" 운운하는 농담처럼 상황에 따라 극명하게 갈리는 게 아니라, 각자의 방식으로 소중한 사람들과 만들든 사 먹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추석이 되기를 바랍니다. 한 해 농사의 풍성한 결실에 감사하던 추석 본연의 의미를 되새기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