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 아빠입니다.
연휴들은 잘 보내고 계시는지요?
혼자 추석 시리즈를 쓰려니 궁상스럽지 않을까 걱정한 적도 있었지만 그건 제 기우였습니다. 근무가 계속 있기도 했지만 집에 혼자 있어도 꽤 바빠지더군요. 바로 해야 할 집안일들이 계속 눈에 띄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혼자 보내는 연휴니까 탱자탱자 놀고 싶지만 일단 눈에 밟히는 집안일을 먼저 마무리해야 하니
영화 리뷰인 줄 알고 들어오셨다면 노여움을 푸셔요.
사실 제 오랜 별명 중 하나는 '양주부'입니다.
집안일에 대한 이해도나 숙련도가 제 또래의 남자분들에 비해 높은 편이어서 붙여진 별명입니다. 취미나 특기에 장보기나 분리배출을 써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니 그럴 법도 합니다. 최근 만 원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온 시금치 시세처럼 장바구니 물가에 대해 저만큼 관심이 많은 아빠도 흔치는 않을 테니까요. 요리는 원래 잘 못했는데 이제는 요리를 하는 횟수도 많이 늘어났으니 명실상부 주부라고 해도 크게 손색이 없을 정도입니다.
명절인데 좀 쉬면 될 텐데 뭐 그리 할 일이 있느냐고 하시는 분들도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퇴근하고 집을 둘러보면 주부의 시선에서 그동안 미뤄왔던 일들이 눈에 너무 밟히더군요. 가족들이 돌아왔을 때 집이 깔끔해져 있으면 더 좋지 않겠어요?
그래서 어제 아침에 야간근무를 마치고 퇴근한 뒤 부지런히 집안일을 하나씩 정리해나갔습니다.
미션 1 : 화장실 전등 교체(난이도 ★★★)
우선 화장실 전등부터 갈았습니다. 이미 두 개가 고장 나서 지난번에 고쳤는데 이번에 그 나머지 하나도 고장이 났더군요. 예비로 사둔 전등이 하나 남아서 화장실에 의자를 놓고 작업을 시작합니다. 물론 절연 장갑을 끼고 화장실 불도 꺼놓은 상태에서 일을 합니다. 전기회사에 다니고 있으니 안전의 기본은 지켜야죠. 한 번 해봐서 그런지 별로 시간은 걸리지 않았습니다.
미션 2 : 붙박이장 정리(난이도 ★★)
집에 몇 개의 붙박이장이 있습니다. 잡동사니들이 많이 들어있는데 그 모양과 크기가 다양한 데다 쓸 수 있을지도 모르기에 쉽게 버리지 못하는 물건들이 모여있죠. 일단 두 군데의 붙박이장만 먼저 정리했습니다. 이곳은 판도라의 상자나 다름없어서 한 번 헤집어놓으면 하루 종일 씨름해야 하니까요. 게다가 아내의 동의를 구해야 하는 물건들도 많기에 이 정도로 끝냅니다.
미션 3 : 선풍기 정리(난이도 ★★★)
이번 여름에 저희 집에서는 선풍기 네 대를 사용했습니다. 그중 두 대만 정리하기로 합니다. 제가 더위를 많이 타서 아직도 사무실이나 집에서 틀어놓을 때가 있거든요. 먼저 분리를 하고 앞 덮개, 날개, 뒷 덮개를 모두 씻습니다. 그런 다음 말리고 나서 넣기만 하면 되는데요.
시중에 파는 커버를 돈 주고 사면 돈도 아깝고 공간도 많이 차지합니다. 그래서 저는 다른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쿠팡에서 배송 올 때 쓰이는 은색 비닐을 이용해서 분리한 선풍기를 각각 넣어줬죠. 두 대의 부품을 넣는 데는 총 세 장만 있으면 됩니다.
미션 4 : 책장 정리(난이도 ★★★★★)
이번에 제 책과 아이들이 읽을 책이 추가로 들어오면서 책장의 공간이 다시 모자라게 되었습니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책을 카테고리별로 정리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게다가 화요일은 재활용품 분리배출일이어서 버릴 책들을 내놓기가 좋은 날입니다.
거실 책장에서 오래된 책들을 서브 책장으로 옮기는 작업부터 하고 아이들의 초등학교 교과서들을 버리기로 했습니다. 추억으로 가지고 있으려고 했는데 이제는 도무지 공간이 나오지 않습니다. 막상 꺼내보니 그 양이 상당했습니다. 자전거 사고로 인한 어깨 통증 이슈 때문에 한 손으로 옮기느라 시간과 힘은 두 배로 들기는 했지만 다 치우고 여분의 공간을 확보하고 나니 속이 후련합니다.
이렇게 다 할 수 있는 만큼 집안일을 마무리하고 나니 몸은 피곤하지만 뭔가를 했다는 생각도 들고 시간도 술술 지나가니 좋습니다. 다만 아직 제 눈에는 할 일이 많이 남았다는 점이 문제겠지만요. 남은 기간 동안 가을맞이 옷 정리까지 싹 끝내고 그때부터는 진짜 놀아야겠습니다. 그때까지는 이렇게 속으로 생각해야겠죠.
놀고 싶지만 할 일이 남아서 '어쩔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