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벌써 즐거운 주말이 다 지나갔습니다.
이번 주말은 날씨가 괜찮은 편이었지만 추석 연휴부터 지난주까지 가을비 때문에 여러 곳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야구팬들은 잘 아시겠지만, 올해 포스트시즌이 우천으로 두 번이나 지연되며 개막일이 10월 5일에서 10월 6일로 미뤄졌습니다. 9월 초부터 잦아진 가을비 탓에 정규시즌 경기들도 줄줄이 취소되면서 일정이 꼬였죠. 10월 17일 대전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플레이오프 1차전 역시 우천으로 다음 날로 순연되었습니다.
하지만 야구 경기 지연은 상대적으로 사소한 일입니다. 사실 잦은 가을비는 농촌 현장에서 더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으니까요. 올해 충북지역만 해도 9월 평균 강우일수가 15.8일로 평년 9.4일보다 6.4일이나 많았습니다. 10월 역시 15일 기준으로 10.6일의 비가 내려 평년 6.3일의 두 배에 달했습니다. 서천군은 9~10월 강우일수가 25일로 지난해 같은 기간(7일)보다 세 배 이상 늘었습니다. 한 달의 절반 이상이 비 오는 날이었던 셈입니다.
이런 날씨에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사람들은 바로 농민들입니다. 벼 수확철인데도 논바닥이 젖어 콤바인이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깨씨무늬병을 비롯해 이삭도열병, 세균벼알마름병, 이삭누룩병에 대한 위협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특히 깨씨무늬병은 곰팡이균이 벼의 잎과 줄기, 이삭에 깨알 같은 반점을 만들어 작물을 말라 죽게 합니다. 겨우 수확을 해도 잦은 비로 인해 벼 이삭에서 싹이 트는 '수발아' 피해도 확산되고 있죠.
김장 준비를 하는 분들에게도 반갑지 않은 소식입니다. 가을 초반 고온에 이어 잦은 비로 배추밭에 무름병과 노균병이 동시에 확산되고 있습니다. 일부 농가에서는 상품성이 떨어져 아예 수확을 포기하는 경우까지 생겼습니다. 배추와 무의 도매가격은 이미 평년 대비 30~50% 상승했고, '금배추' 현상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마늘 농가도 비상입니다. 태안군의 경우 마늘 파종기(9월 1일~10월 12일) 동안 강수일수가 24일로 지난해 12일의 두 배였습니다. 잦은 비로 밭을 갈고 모종을 심는 작업이 불가능한 날이 많아지면서 적기를 놓쳤죠. 현재 정식률은 5%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파종이 늦어지면 내년 마늘 수확량이 평년 대비 5~30% 감소할 수 있다고 하니 걱정이 큽니다.
요즘 왜 가을에 이렇게 비가 많이 올까요? 이는 기후변화의 명백한 신호입니다. 기상청 자료를 보면 최근 30년(1991~2020년)은 과거 30년(1912~1940년)에 비해 연강수량이 135.4mm 증가했는데, 특히 여름과 가을철 강수 강도가 크게 증가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10년당 가을 강수량은 5.16mm씩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강수일수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지만(10년당 0.76일 감소), 강수 강도는 10년당 0.31mm/일씩 증가하고 있습니다. 즉, 비 오는 날은 줄어드는데 한 번 내릴 때 제법 퍼붓는다는 뜻입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2000년 중후반 이후, 특히 2012년 이후부터 9월에 연 최대 일 강수량을 기록하는 지역들이 증가했습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10월, 11월에도 최대 강수량을 기록하기도 했죠. 이는 이른바 '가을장마' 현상과 관련이 있습니다.
기후변화로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되면서 대기 중 수증기량이 증가했습니다. 따뜻해진 바다에서 더 많은 수증기가 증발하고, 이것이 집중호우로 이어지는 거죠. 지표면 온도가 1℃ 상승할 때마다 물순환의 속도가 8% 빨라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또한 북태평양 고기압의 세력 변화, 장마전선의 이동 패턴 변화 등으로 강수 패턴 자체가 바뀌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장마철이 끝나면 가을이 건조했는데, 이제는 8월 말~9월 초에 '가을장마'라고 불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요. 이 가을장마는 여름 장마보다 단기간에 극도의 폭우가 집중되어 더 큰 피해를 가져옵니다.
기후 전문가들은 앞으로 이런 극한 기상이 더 빈번해질 것으로 전망합니다. 고탄소 시나리오에 따르면 100년에 한 번 기록될 극한 강수량이 2040년까지 약 29%, 21세기 후반기까지 약 53%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제 가을비는 '이상기후'가 아닌 '뉴노멀(새로운 정상)'이 되어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농가에서는 배수로 정비, 병해충 예방적 방제, 적기 파종을 위한 유연한 계획 수립 등이 필요합니다. 정부 차원에서도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농업 정책과 재해보험 확대와 같은 대책이 시급합니다.
야구 우천 순연은 아쉽지만 농촌에서는 농민들의 1년 농사가 망가지고, 우리 식탁 물가가 계속 오르는 상황으로 이어지므로 다른 문제입니다. 가을 강수량 증가 현상을 보면서 또다시 기후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한다니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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