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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네트워크 연수에서 만난 내공 강한 엄마들

by 페르세우스


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지난달에 학교 대표로 부담스러운 행사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일명 '학부모 네트워크 연수'였는데요. 이 행사가 왜 부담스러웠냐면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한 명씩은 참석하도록 했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학부모회장님, 운영위원장님 두 분 모두 일정이 힘드셔서 저만 혼자 덜렁 가게 되어 부담감은 더욱 큰 상황이었죠.


왕십리역에 있는 성동광진교육지원청으로 아침부터 달려갔습니다. 이곳도 하도 자주 오니 정말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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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를 진행하는 강당으로 향했는데 규모가 어마어마합니다. 알고 보니 성동광진교육지원청 산하에 있는 학부모 대표들을 모두 모은 자리였더군요. 각 학교 당 세 명의 대표를 모셨는데 한 분도 안 오신 곳도 있고 세 분이 다 오신 곳도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합쳐서 80~90개에 달하는 학교의 대표단이 모였으니 제법 큰 행사인 셈이었죠.


가만히 주위를 둘러보며 관찰을 해보니 두 분이서 사이좋게 오신 학교가 제일 많았고 아빠가 온 학교는 저 말고는 딱 한 분 밖에 계시지 않더군요. 얼마나 반갑던지요. 그런데 그분조차도 아내가 급한 일이 생겨서 대신 참석한 분이셨습니다. 원래 학교 활동하시는 분이 아니었던 거죠. 여전히 저 같은 사람은 아이가 입학한 지 10년이 다 되어가도 거의 보기 힘들다는 사실에 좋은 듯하면서도 안타깝기도 하고 아무튼 만감이 교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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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첫 번째 시간은 카이스트를 졸업하시고 삼성전자를 다니시다가 특허청에서 근무하시는 강사님이 오셔서 강의를 진행해 주셨습니다. 생성형 AI를 활용한 자녀교육법에 대해 강의를 해주셨는데 사실 중학생 이상의 아이들이 하기에는 조금 적당하지 않은 간단한 수준이어서 좀 아쉬웠습니다.


물론 초등학생에서 고등학생까지 아우르는 나이 대의 학부모들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강의는 불가능했다는 점에서 어쩔 수 없기는 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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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자료도 따로 주셨는데 특강과 관련된 자료와 학부모 네트워크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쉽게 말하면 학부모들끼리 이번 기회에 네트워크를 만들어서 평소에 정보를 공유하고 서로 소통한다면 교육발전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겠냐는 취지였죠.


솔직히 이런 방식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학부모들의 건의들이 생각보다 학교 현장에서 받아들여주는 경우가 많지 않아서 회의적이지만 일단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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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학부모들이 서로 소통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저는 광진구 3권역(중학교)에 배정되었는데 이곳에 배치된 열다섯 분 정도 되는 학부모님들과 따로 모여서 짧은 간담회를 하게 되었습니다. 일단 다행인 점이라면 간담회 초반에 권역 대표를 뽑는 시간이 있었는데 제가 떠밀려서 맡지는 않았다는 점입니다.


혹시라도 저를 추천하시는 분이 계시면 못한다고 뺄 수도 없어서 걱정스러운 마음에 대화 시작 초반에는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도 뻥끗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습니다. 그랬더니 자연스럽게 다른 분으로 선정되어 한시름 놓을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이만큼 했으니 썼던 감투들을 하나씩 내려놓을 때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 이후로 대화를 시작하는데 흥미진진해졌습니다. 다 각 학교의 학교운영위원장님, 학부모회장님들만 계시다 보니 여타 학부모 모임과는 달리 어색함은 빛의 속도로 사라졌고 본론으로 빠르게 들어갔습니다. 분위기는 열띤 토론의 장으로 이어졌습니다.


다들 하실 이야기가 많으셨는지 거의 토크쇼처럼 중간에 적절한 타이밍에 끼어들지 않으면 말 한마디도 못할 정도로 오디오가 쉴 틈이 없었습니다. 평소 저는 대화가 멈추는 상황을 못 견뎌했는데 이렇게 서로 말하고 싶어 하는 분들이 모인 자리는 처음이라 이 또한 생경한 경험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교육지원청에 건의사항을 선정해 작성한 뒤 단톡방까지 만들기로 하고 모임을 마무리했습니다.




그리 길지 않은 티타임이었음에도 꽤 기가 많이 빠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지금까지 나름대로 다양한 학교활동을 통해서 내공이 제법 쌓였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경험을 통해 세상은 넓고 말을 잘하시고 많이 하시는 엄마들도 정말 많음을 새삼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이래저래 흥미로운 경험이었습니다.


한 줄 요약 : 학부모의 세계는 넓고도 깊은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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