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지난 10월 18일, CNN이 '세계 50대 빵(World's 50 Best Breads)' 리스트를 발표했습니다. 쌀이 주식인 우리나라도 빵을 드시는 분들이 워낙 많아졌기에 꽤 관심을 끈 소식이었습니다. 뉴스에서는 다들 한목소리로 한국의 계란빵이 포함되었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정말 궁금한 이야기들은 기사에 대부분 빠져있더군요. 기자님들이 바쁘신 모양이니 제가 찾아서 올려드립니다.
첫 번째, 1위는 무슨 빵일까?
이 리스트를 작성한 CNN은 순위를 따로 정하지 않고 50개 빵을 국가명 알파벳 순서로 나열해서 발표했습니다. 그러므로 가장 맛있는 빵이란 없다는 뜻입니다. 순위나 등수에 익숙한 현대인들에게 흥미로운 방식이었죠.
두 번째, 무슨 기준으로 뽑았나?
CNN은 기억에 남는 풍미, 독특한 재료, 상징적 지위, 순수하고 편안한 즐거움을 기준으로 삼았다고 밝혔습니다. 빵 역사가 윌리엄 루벨이 했던 "빵은 각 문화가 정의한다"라는 말을 인용하기도 했습니다. 즉, 특정 밀가루로 만들어야 한다는 제한 없이, 각 문화권의 주식 곡물을 활용한 다양한 빵들을 포괄적으로 선정했습니다.
발표에 따르면 계란빵은 "빵 한 덩이마다 보물이 숨어있다"라고 표현하며, 통째로 계란이 들어있는 1인분 크기의 밀가루 빵으로 소개했습니다. 서울 거리에서 인기 많은 간식이며, 햄·치즈·파슬리를 넣으면 달콤 짭짤한 맛에 풍미가 더해져 한국의 긴 겨울을 견디게 하는 간식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세 번째, 다른 나라의 대표 빵들은 뭐가 있었나?
목록을 살펴봤지만 처음 들어보는 빵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기회가 되면 꼭 한번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시아 :
일본의 카레빵(빵가루를 입혀 튀긴 카레 속 빵, 애니메이션 캐릭터로도 등장)
중국의 샤오빙(18겹 이상의 얇은 층을 가진 참깨 플랫브레드)
홍콩의 파이바오(탕종 기법으로 며칠간 촉촉함을 유지하는 폭신한 빵)
인도의 파라타(크루아상처럼 겹겹이 층을 이룬 통밀 플랫브레드)
방글라데시의 루치(기름에 튀겨 부푼 황금빛 플랫브레드)
스리랑카의 아팜(쌀가루와 코코넛 밀크로 만든 호퍼)
중동 :
아프가니스탄의 볼라니(감자·시금치·렌틸콩을 넣고 튀긴 빵)
아르메니아의 라바쉬(훌라후프 크기의 플랫브레드, UNESCO 무형문화유산)
이란의 상가크(자갈 위에서 구워 쫄깃한 플랫브레드)
요르단의 타분 브레드(원뿔형 점토 오븐에서 구운 밀빵)
유럽 :
프랑스의 바게트(1920년대 최초 언급된 의외로 최근 발명품)
이탈리아의 치아바타(1982년 바게트에 맞서 탄생한 수제 빵)
독일의 펌퍼니켈(24시간 찐 마호가니색 호밀빵)
터키의 시미트(참깨 반지 빵, 당밀에 담가 구워 은은한 단맛)
조지아의 카차푸리(계란과 치즈가 든 배 모양 빵, '카차푸리 지수'가 있음)
아메리카 :
멕시코의 토르티야(기원전 700년부터 사용된 옥수수 플랫브레드)
베네수엘라의 아레파(옥수수 반죽을 철판에 구운 빵)
브라질의 팡 지 케이주(카사바 뿌리로 만든 치즈빵)
미국의 비스킷(그레이비와 먹는 남부 전통 빵)
캐나다의 몬트리올 베이글(꿀물에 데쳐 구운 조밀하고 달콤한 베이글)
아프리카 :
에티오피아의 인제라(테프로 만든 신맛 나는 스펀지 빵, 식기 역할도 함)
수단/남수단의 키스라(발효된 수수 가루 크레페)
이집트의 리바(베두인이 모닥불 불씨에 직접 구운 빵)
네 번째, 우리나라에서 인기가 많은 붕어빵, 호떡, 호빵, 소보로빵이 선정될 수는 없었을까?
붕어빵의 경우, 일본 타이야키와 형태와 제조법이 거의 동일하고, 엄밀히 말하면 와플이나 팬케이크에 가깝습니다. 리스트에 이미 일본 카레빵이 들어간 상황에서 유사한 또 다른 일본식 빵을 포함시키기는 어려웠을 듯합니다.
호떡은 빵보다는 전(pancake)이나 크레페에 가까우며, 중국의 샤오빙과의 차별성을 두기 어려워 보입니다. 또한 기름에 지져내는 조리법과 즉석에서 만들어 바로 먹는 특성이 있어 CNN이 정의한 '주식 곡물을 휴대 가능하고 보관 가능한 음식으로 전환한 것'이라는 빵의 개념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호빵(찐빵)의 경우는 중국의 바오즈(包子)와 거의 동일합니다. 찐만두빵은 중국을 비롯해 아시아 전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음식이기도 합니다. 중국에는 차슈바오(叉燒包), 더우사바오(豆沙包) 등 수많은 종류가 있고, 대만의 궈바오(割包), 일본의 니쿠만(肉まん)도 비슷한 카테고리입니다.
또한 '호빵'이라는 이름 자체가 한국 고유의 것이 아닙니다. 일본어 "호카호카빵(ほかほかパン, 따끈따끈한 빵)"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유력하죠. 글로벌 관점에서 보면 한국만의 독특한 특징을 부각하기 어려운 음식입니다.
소보로빵은 일본의 멜론판(メロンパン)과 매우 유사합니다. 부드러운 빵 위에 버터와 설탕으로 만든 크럼블 토핑을 올린 구조는 일본에서 먼저 개발된 형태입니다. 일본의 멜론판은 겉면에 격자무늬까지 있어 더 시각적으로 독특하기도 하고요.
위에 크럼블이 올라간 빵 자체도 유럽의 슈트로이젤(Streusel) 전통에서 비롯된 것으로, 독일, 오스트리아 등에서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글로벌하게 봤을 때 "한국만의 것"이라고 주장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이런 조사는 논란이 일어날 수도 있고, 들인 공에 비해 얻는 점은 적지만 읽는 사람이 느끼기에는 꽤 흥미로운 내용이었습니다. 다른 나라의 식문화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니까요.
외국인들의 시선에서 봤을 때 계란빵이 이 정도의 위상이었나 싶어 의아하기도 했습니다. 요즘 계란빵을 파는 곳이 정말 많이 없어졌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의 특성상 다시 계란빵 붐이 일어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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