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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코스포츠 논란으로 본 한국야구, 에이전트 제도의 명암

by 페르세우스


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혹시 톰 크루즈 주연의 1996년도 영화 <제리 맥과이어>를 기억하시나요? 톰 크루즈의 리즈시절을 볼 수 있기도 하지만 스포츠 에이전트라는 직업을 처음 알려줬던 영화죠. 꽤 재미도 있었고 우리에게 선수의 권익을 위해 헌신하는 스포츠 에이전트라는 멋진 직업인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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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박찬호, 추신수, 류현진, 이정후 선수의 메이저리그 계약을 성사시킨 스콧 보라스를 보며, 우리는 스포츠 에이전트의 진짜 힘을 실감했습니다. 선수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게 하고, 최선의 조건을 이끌어내는 전문가. 그게 우리가 생각하는 에이전트의 모습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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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설립된 리코스포츠에이전시는 한국 스포츠계에 본격적인 에이전트 시대를 열었습니다. 김현수의 메이저리그 진출을 시작으로 수많은 FA 계약을 성사시키며 업계 최고로 자리 잡았죠.


하지만 최근 리코는 연이은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먼저 구단과 사전 협의 없이 유료 팬 소통 앱 '스포디'를 운영했다가 KBO의 제재를 받았습니다. 선수들의 활동 기간인 시즌 중에 초상권을 상업적으로 사용하면서도 구단에 한 마디 알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파장이 컸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번 스토브리그 때 일어난 두산 베어스의 김재환 선수에 대한 꼼수 계약이었습니다. 2021년 FA 계약 당시 '4년 계약 종료 후 구단과 우선 협상을 하고, 합의가 안 되면 자유계약선수로 풀어준다'라는 특수 조항을 포함했습니다.


4년 후, 올 시즌 부진했던 김재환은 FA를 포기하고 재협상을 시도했지만 김재환 측이 이 조항을 활용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협상을 결렬시켰다는 의혹을 받았습니다. 결과적으로 그는 보상선수나 보상금에 대한 부담 없이 자유계약 신분으로 시장에 나가게 되었습니다. 기존 방식대로였다면 다른 구단에서 그에게 접근하기가 훨씬 더 어려웠을 거라는 점에서 FA 제도의 허점을 이용한 '꼼수'라는 비판이 쏟아지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런 방식은 전혀 불법이 아닙니다. 하지만 편법으로 이런 상황이 펼쳐지자 그를 믿어왔던 팬들 역시 엄청나게 분노했죠.




그 결과 논란이 일어나서 두산에서 방출(11월 26일)된 지 열흘 동안은 계약소식은 없고 여론만 시끄러웠습니다. 제 발로 걸어 나온 두산으로는 다시 돌아갈 수 없었던 그는 결국 그나마 관심을 가지고 있던 SSG와 2년 22억에 계약을 맺었습니다. 일부 언론보도에 따르면 두산에서는 30억을 제시했다고 하니 금액만 봐서는 이번 선택이 되려 독이 된 모양새입니다.




스포츠 에이전트가 가진 순기능은 분명합니다. 협상 전문가로서 선수가 정당한 대우를 받도록 돕고, 복잡한 계약 조건을 선수 입장에서 검토하며, 선수가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실제로 리코를 통해 좋은 조건의 계약을 맺은 선수들이 많았다는 점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역기능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선수 몸값을 과도하게 부풀리고 언론을 이용해 시장을 교란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습니다. 구단들은 리코가 A급 선수들을 독식하며 정보의 비대칭을 심화시킨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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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논란에 대해 KBO와 구단들이 강력한 대응을 예고했습니다. KBO 관계자는 선수 계약 관련 규정 제19조에 퍼블리시티권 조항을 언급했습니다. 선수는 초상·이미지·사진이 상업적으로 사용될 때 반드시 구단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말이죠. "리코 에이전시는 그 절차를 완전히 건너뛰었기에 이를 중대한 사안으로 보고 있으며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제재를 강구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김재환 사태에 대해서도 강경한 입장입니다. 박근찬 KBO 사무총장은 "선수 측이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구단의 보류권이나 FA 보상 선수 제도를 무력화하는 등 악용 사례를 막기 위해 규약에 더 상세하게 명시하는 방안을 논의하겠다"라고 말했습니다. 구단들의 불만은 KBO 윈터미팅에서 에이전트 제도 정비 논의로 이어졌으며, 구단들은 적극적인 대응에 나선 상황입니다.




이번 논란은 여러 교훈을 남깁니다. 에이전트는 선수의 권익을 대변해야 하지만 리그 전체의 생태계를 파괴하는 방식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규정의 허점을 찾아 단기적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는 결국 스포츠 시장 전체의 신뢰를 무너뜨리니까요.


선수들도 더욱 현명해져야 합니다. 에이전트의 조언을 맹신하기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자신의 커리어와 이미지를 고려해야 합니다. 당장의 금전적 이득을 추구하려다가 평생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하죠.




2025 시즌 KBO 리그에서 연봉 5억 원 이상 선수를 제외한 464명 선수들의 평균 연봉은 약 9,379만 원으로 추정됩니다. 1군 선수들은 평균적으로 7~8년 정도 활동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는 평균 연봉 8,500~9,500만 원에 평균 13년을 근속하는 대기업 직원과 비교하면, 단순히 총수입만으로는 상황이 낫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선수들의 권익을 위한 조직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일부 스타선수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약자의 입장에 처해 있으니까요. 선수협회나 스포츠 에이전트가 그런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역할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본질은 어떤 스포츠가 되었든 간에 결국 팬들을 위해 존재한다는 사실이며 이를 잊어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선수를 위한 일이라고 할지라도 허용할 수 있는 적절한 선을 넘지 않고 팬들을 기만하지 않는 방식이어야만 비로소 건강한 스포츠 생태계가 만들어질 수 있지 않을까요?


한 줄 요약 : 좋은 제도가 있다고 한들 그를 교묘하게 악용한다면 그 취지 자체가 훼손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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