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집에서는 의미 있는 기념일이 하나 생겼습니다. 바로 아이들끼리 집에 있으면서 처음으로 자기들끼리 어른이 없는 상태에서냄비라면을 끓여먹였기 때문입니다.
이미지는 참조용입니다~
제 입장에서는 장족의 발전입니다. 그동안 뜨거운 물로 화상을 입지는 않을까 걱정해서 쉽게 허락하지 못했으니까요.
그러면서 몇 개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아이들이 처음으로 지하철과 시내버스를 탄 날,
아이들이 처음으로 스스로 학원에 다녀온 날,
아이들이 처음으로 두 발 자전거를 탄 날.
범불안장애라는 증세로 인해 걱정 많은 인생을 사는 저는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하루하루 걱정이 참 많았습니다. 어렸을 때 오죽했으면 양가 부모님께서 그렇게까지 깐깐하고 유난스럽게 아이들을 키우지 말라고 잔소리를 하셨을까요.
그나마 다행스러운 사실은 저도 아직은 말귀를 알아듣는 사람이었다는 것이겠지요. 더군다나 자식을 과잉보호를 한다는 소리를 듣는 것도 원치 않았습니다.
조금씩 더 내려놓기도 하고 조금씩 더 믿어주기도 하면서 아이들과 저는 서로 모두가 나아지려는 노력을 해나가는 중입니다.자율성과 책임감을 키우는 것이죠.
거기에 글을 쓰게 되면서부터는 제 자신을 더 돌아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렵게 과잉보호를 하는 유난스러운 부모의 늪을 벗어나고 있는 중인 거죠.
일반적으로 요즘의 부모 스타일은 생각보다 다양해서 신조어를 통해 여러 표현으로 나뉩니다.
알파맘 : 열정과 정보력으로 무장하고 뭐든지 열심인 엄마
베타맘 : 신뢰를 바탕으로 자녀가 원하는 삶을 우선시하는 엄마
타이거맘 : 무서운 호랑이처럼 엄격한 교육 방식의 엄마
잔디깎이맘 : 주변의 불필요한 잔디를 깎듯 자녀의 장애물을 미리 치워주는 엄마
헬리콥터맘 : 자녀의 주위를 돌며 사사건건 참견을 하는 엄마
이외에도 비서맘, 스칸디맘, 캥거루맘, 돼지맘 등 더 많은 유형이 있네요.
저희 집은 가끔은 타이거맘 스타일이 되기도 하지만 결국 추구하는 이상향은 베타맘 스타일입니다.
그렇게 노력하다 보면 아이들이 조금 더 자라면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들이 늘어날 테고 제 손을 필요로 하지 않겠지요. 마지막에는 자신의 꿈도 찾아 떠나겠지요.
그런데 그런 생각을 하니까 이상하게 기분좋아지기보다는 우울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어차피 스스로의 삶을 살아야 할 아이들인데 벌써 떠나보내는 걸 생각하게 되서일까요?
마음 한편으로는 아이들이 천천히 자랐으면 하는 마음도 들었습니다. 저는 망각의 동물이라 그저께의 잔소리 없는 날을 벌써 잊은 모양입니다. 아이들이 어른이 된다는 것과 이 좋은 시간들이 순식간에 흘러간다는 사실이 안타깝다는 생각이 문득 드네요.
이제 가족들과 나들이도 하지 않으려 할 테고 친구들이 더 좋다고 할 날도 있겠죠. 자기 자신의 삶을 온전히 살지 못하고 자녀에게 인생의 모든 것을 투자하고 자신의 분신처럼 여기는 것이 나쁘다는 것을 알고 그렇게 살지 않았음에도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이 참 신기한 노릇입니다.
하지만 결코 아무리 아이들과 떨어지는 것이 걱정될지언정 잔디깎이맘이나 헬리콥터맘 같이는 살지 않으리라 다짐해봅니다.
오늘은 2년 만의 회식 날이라 집중력이 떨어져서인지 글의 맥락이 없음이 느껴지네요. 양해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