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집에서 소고기집까지, 알쓰 아빠의 회식 분투기

by 페르세우스


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최근 회사에서 회식과 관련된 소소한 논쟁이 하나 있었습니다.


소고기냐 돼지고기냐!라는 주제로 말이죠.

대부분 회식인데 소고기로 하면 되지 않냐고 생각하실 겁니다.

저는 무조건 소고기 파였고 부서가 통합되기 이전에는 1년에 몇 번 하지도 않는 회식은 대부분 소고기를 먹으러 갔습니다.


하지만 다른 부서에서 오신 분들은 '돼지고기파'가 많으시더군요. 그 이유는 바로 소고기는 함께 술을 마시기에 적절하지 않아서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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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같은 알쓰(알코올 + 쓰레기의 의미를 지닌 신조어)에게는 술보다는 고기를 먹는 편이 좋으니 소를 선택했는데 생각지도 못했던 큰 난관이 생긴 셈이었습니다.


지난 연말 송년회에서는 삼겹살로 메뉴가 정해졌는데 회식시간이 평소보다 훨씬 오래 걸렸습니다. 술이 너무 잘 들어가서였던 모양입니다. 정말 놀라운 사실은 계산을 할 때 보니 소고기를 먹을 때만큼 비용이 나왔다는 점입니다. 서초동의 술값은 소주 한 병, 맥주 한 병에 오천 원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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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일이 있고 난 뒤 다시 잡힌 이번 회식은 제가 교묘한 방식으로 소고기집으로 정하도록 만들었습니다. 교묘한 방식은 읽는 분들의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하지만 이번 모임을 하면서 또 한 번 놀랐습니다. 식사를 시작한 뒤 20여 분 정도가 지나자 쉼 없이 서빙하시는 여사님이 소주를 두 병씩 나르고 계시더군요. 계산할 때 술값이 고깃값에 육박할 정도였다는 사실을 알고 큰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당연히 저는 그날 딱 처음에 다 함께 만들었던 소맥 한 잔만 들고서 술자리가 끝날 때까지 버텨냈습니다. 나이가 든다는 건 좋지 않지만 술을 마시지 않는다고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어서 좋기는 하더군요.




저는 오래전부터 늘 궁금했지만 지금까지 답을 찾지 못했고 아직도 이 문제의 답을 찾고 있는 중입니다.

"술이 그렇게 맛있나?"


제 아버지께서도 술을 거의 드시지 못하고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도 우월한 유전자(?)를 물려받아 술을 마시면 기분이 나빠지며 조금만 과하면 팔다리가 아픕니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저는 지금까지 술을 못 마신다는 점에 대해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않았습니다.


술을 마셔서 얻는 장점보다는 오히려 이미지는 물론 건강까지 잃는 모습을 훨씬 더 많이 봐와서였겠죠. 어떤 동료는 좋아하는 수준을 넘어 때마다 반주를 하실 정도라고 하니 사람의 체질은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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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오랜 기간 반복되는 음주가 뇌 구조 자체를 바꿔놓는다는 내용의 기사는 술을 멀리하는 제 평소 신념에 힘을 더 실어줬습니다.


스페인 연구진이 평균 35년 동안 술을 마신 이들의 뇌 조직을 사후 분석한 결과, 판단력·자기 통제·쾌감 반응을 담당하는 세 핵심 부위에서 유전자 활동이 크게 뒤틀린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장기간 음주를 한 사람의 뇌는 중독과 갈망을 부추기는 수용체 유전자가 전두엽에서 125%, 보상 중추인 측핵에서 78% 치솟은 반면, 신경 방어 수용체 유전자는 절반이나 줄었습니다. 쉽게 말해 술을 갈구하는 회로는 과열되고, 뇌를 지키는 방패는 약해졌다는 말이죠.


측핵은 쾌락을 담당하기에 지나치게 자극되면 일상적인 즐거움에 잘 반응하지 못하는 뇌가 될 수 있습니다. 자기 조절 능력을 맡은 전두엽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죠. 게다가 의사 결정 영역이 손상되기도 합니다. 합리적인 선택 능력과 사회적 판단 능력까지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굳이 이 연구 결과가 아니더라도 알코올이 가져오는 뇌에 치명적인 손상은 말하지 않아도 많이 알고 계실 겁니다.




제 인생이 아니기에 누군가의 즐겁게 술 마실 자유를 침해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들을 보며 조금 고민은 해봤으면 하는 생각은 들더군요. 본인과 가족들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서라도 말이죠.


삼겹살집 회식 때문에 제가 술에 대한 이야기를 쓰게 되다니 인생은 재미있네요. 다음번 회식이 언제가 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부디 삼겹살집은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고기라도 좀 많이 먹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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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요약 : 아마 나는 죽을 때까지 술 좋아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이해하지 못할 듯하다. 다만 장기 음주가 뇌를 바꾼다는 건 꼭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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