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학교 특별활동 시간에서 캘리그래피를 배워서 만들어왔습니다. 아이들의 작품은 언제나 소중하고 감사하지만 이번 작품은 제게 특별한 기쁨을 주었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아이들의 습관 중에서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던 것이 바로 글씨였기 때문입니다. 조금씩 나아지는 글씨는 제 마음을 기쁘게 만들었습니다.
학교에 들어간 1학년 시절은 정말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첨부자료는 아이들의 프라이버시를 위해 생략합니다. ^^;;
아이들이 학교를 다니기 시작한 뒤 많은 선배 엄마들과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 자리를 통해서 아이들을 키우는데 필요한 조언들을 얻을 수 있었죠. 후회되는 부분에 대해서 대화를 하다 보면 의외의 많은 분들이 후회하는 부분이 글씨교정이었습니다.
컴퓨터가 한 집에 최소 한 대 이상 대중화되면서부터 손글씨를 쓸 일은 큰 폭으로 줄었습니다. 요즘에는 교육 분야에서조차 미디어의 활용이 폭발적으로 늘다 보니 대학교 강의실에서조차 필기하는 학생보다 노트북으로 교수의 강의를 타자를 쳐서 메모하거나 녹음을 하는 학생들이 있을 정도죠.
심지어 요즘에는 클로버 노트처럼 녹음한 파일을 문서로 변환시켜주는 프로그램까지 생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바른 연필 잡기를 통해서 쓴 바른 손글씨는 생각보다 많은 장점들이 있습니다.
『필기에 대한 권위 있는 분석』의 저자 마크 세이퍼는 필기가 왜 두뇌 발달에 좋은지를 밝혔습니다. 좌뇌와 우뇌의 균형된 발달, 정서 안정, 학습효과도 향상된다고 말이죠. 거기에 필기는 장기기억에 제일 큰 효과가 있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프린스턴대와 UCLA대 공동연구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필기를 하는 대학생과 전자기기에 기록하는 학생들 중에서 필기하는 쪽이 긴 시간 동안 기억이 정착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집중력 및 창의성 발달과 읽기 습득 능력, 학습에도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손글씨를 쓸 때 뇌파에서는 이성적 판단과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전두엽이 활성화되었다는 점은 꽤 흥미로운 결과입니다.
저는 햇수로 22년간 일기를 써왔고 4년간 필사를 해왔기에 지금까지 손글씨를 놓아본 적이 없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그로 인해 제가 무엇을 얻었는지는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 위에 언급된 효과들은 정량적으로 수치화할 수 없으니까요. 하지만 어떤 형태나 경로로든 좋은 영향을 주었으리라 믿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지금도 일기를 통해 아이들의 손글씨에 많은 공을 쏟고 있지만 앞으로도 가벼이 생각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이 꾸준함이 언젠가는 빛을 볼 날이 있으리라 기대하면서 말이죠.
※ 오늘 방탈출 잘 다녀왔습니다. 일단 첫 번째 위기는 넘겼네요. 후기는 곧 올리도록 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