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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르세우스 May 03. 2022

옷 정리와의 전쟁

진짜 입을 옷이 없구나!!!

 

 지난 토요일은 뜻하지 않게 옷장을 다 들어내는 대청소 겸 대정리가 있었습니다. 간절기 때 옷 정리를 대대적으로 해보셨겠지만 대부분 이것 하나만 하고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내 옷을 정리하 아이들 옷도 정리해야 되고 빨래도 싹 해야 하고 그 뒤에 다양한 추가 집안일들로 이어지는 끝나지 않는 뫼비우스의 띠 같죠.



 이날도 그랬습니다. 일이 꼬리에 꼬리를 물기 시작했죠. 혼자서 고생할 수는 없기에 아이들을 활용해보려 고민해봅니다. 하지만 이런 쪽의 집안일은 아이들에게 딱히 뭘 시키기도 애매합니다.



 한 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의 정리에서 얻은 제일 큰 소득은 안 입는 옷들을 한 무더기나 버렸다는 사실입니다. 언젠가는 입겠지 입겠지 하면서 안 입은 옷들을 골라내니까 양이 상당합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옷을 한 번 더 입어보며 고민해보지만 딱히 잘 어울리는 것 같지도 않아 버리기로 합니다.

이렇게 안 입는 옷이 많았던가..

 의류함에 낑낑대면서 버리고 오니 기분이 후련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일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그다음 정리할 대상은 하얀 옷들입니다. 예전에 세탁소를 운영하시는 유튜버의 채널에서 하얀 옷을 집에서 제대로 표백하는 방법에 대해서 배운 적이 있습니다.

누렇게 되기 시작한 흰 옷들


https://youtube.com/c/%EC%84%B8%ED%83%81%EC%84%A4TV



 과탄산 나트륨과 세제 그리고 뜨거운 물로 손빨래하는 것이죠. 물론! 당연히 매우 엄청나게 상당히 굉장히 번거롭습니다.

 그냥 하얀 옷을 새로 하나 사고 싶지만 애착이 가는 옷들을 버리자니 아까워서 심폐소생술을 시켜보고자 하나둘씩 모으다 보니 이 역시 한 무더기입니다.

출처 : 세탁설 유튜브


욕조에 제 흰 옷들을 집어넣으려고 하자 아내도 자연스러운 타이밍으로 한 무더기 내어놓습니다.


"한 벌에 5,000원"


이라는 말이 목구멍에서 나오려고 하지만 잘 참아냅니다. 제 등짝은 연약하고 소중하니까요. 욕조에 옷을 쏟아 넣고 뜨거운 물을 붓고 나니 김이 모락모락 올라옵니다.  

몇 벌인지 맞춰보시오


1시간 여동안 열심히 화학적인 결합과 분해 활동에 협조했던 욕조는 제게 마무리할 시간이 됨을 알려줍니다. 물을 먹어 무거워진 옷들을 세탁기로 옮긴 뒤 구연산을 넣어 헹굼 작업까지 마무리합니다.


 과탄산나트륨으로 지나치게 PH(산성도)가 올라간 빨래를 구연산으로 낮춰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탁기를 돌리고 난 뒤 욕조를 보니 영광의 흔적이 제 고생을 대변해주는 듯합니다.

이건 그냥 비눗물인지 땟국물인지...


 그런데 이것까지만 딱 하고 소파와 물아일체가 되어 쉬기만 하면 되는 거였는데 결국 욕조의 거품을 닦아내다가 화장실 청소까지 해버렸네요.

 널브러져서 편히 쉬고 싶었던 주말 하루를 뜻하지 않게 알차게도 보냈습니다.


 이 고생을 두세 번 하고 난 뒤에는 흰 옷을 사지 않으리라 다짐합니다. 하지만 막상 하얗게 된 옷들을 보면서 고생했던 것을 망각하고 다시 이러는 제 자신이  원망스럽네요.


#옷정리 #옷장정리 #헌옷버리기 #흰옷표백 #과탄산나트륨 #구연산 #화장실청소 #의류수거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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