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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르세우스 May 02. 2022

방탈출 카페와의 전쟁

지키는데 너무나도 오래 걸린 약속


 신뢰와의 전쟁 이후 방탈출 카페를 급히 예약하기로 했습니다. 그렇지 않았다가는 잔소리 없는 날을 주 1회 할 판입니다.

https://brunch.co.kr/@wonjue/215




 다행히 집에서 가까운 건대 근처에 방탈출 카페들이 상당히 많이 포진되어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고 직접 고르게 해 보았습니다.

건대의 수많은 방탈출 카페들



서너 군데의 사이트를 방문했는데 어떤 것을 할 것인지 선택하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방탈출 카페라는 콘텐츠의 특징이 추리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보니 '사건'과 연관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하면 으스스하고 무서운 내용들이 다수였다는 것이죠. 80% 이상이 그런 테마였습니다.

결국 제일 무섭지 않을 것 같은 테마로 골랐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집 남자 세 명은 모두 평화주의자라 섬뜩하거나 무서운 내용을 싫어하기 때문입니다. (자존심상 쫄보라는 표현은 인정하지 않겠습니다)

어른이 봐도 무서운 테마들이 대부분인 방탈출 카페...



 이어서 날짜와 시간대 확인하고 예약까지 마쳤습니다. 제목은 <이불 밖은 위험해>인데 장르가 드라마지만 왠지 이것도 무서울 것 같아 살짝 걱정입니다.



 드디어 대망의 D-Day 가 밝았습니다. 아이들은 깨우지도 않았는데 로봇처럼 알아서 잘 일어납니다. 평일에 학교 갈 때도 저렇게 일어나면 좋겠다 싶습니다. 하지만 그건 아이의 잘못이 아닌 어른들의 책임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건대 부근에 있는 방탈출 카페에 드디어 도착했습니다. 기념비적인 날이기 때문에 평소에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아이들은 제 포즈 요구에 한 마디의 불평 없이 호응을 해줍니다. 진작 데리고 올 걸 그랬나 싶습니다.

그렇게 좋니?


 입장을 한 뒤 직원에게 설명을 듣습니다. 조금 뒤 수많은 종류의 자물쇠를 보여주며 사용방법에 대해서 알려줍니다. 세상에 별 특이한 자물쇠들이 존재하네요.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그러고 나서 조심스레 직원이 아이들이 몇 살이냐고 묻습니다. 5학년이라고 하니 지금까지 아이들이 문제를 푸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고 말해줍니다. 나중에 물어보았지만 아이들은 그 말을 듣고 자존심이 상했다고 하네요. 아이들은 제게 수시로 자기들이 만든 다양한 종류의 퀴즈를 풀어보라고 할 정도로 퀴즈에 진심인데 말이죠.


 심지어 제 생일날 편지마저도 방탈출 카페 콘셉트로 만들어 이벤트처럼 주기도 했으니 한편으로는 그런 마음이 이해가 들기도 합니다.

내 생일 선물마저 방탈출 컨셉으로 만들 정도인 녀석들..



우리가 선택한 테마인 <이불 밖은 위험해>의 방으로 의욕을 가득 채우고 들어갑니다. 그런데 막상 3평 남짓한 좁은 공간과 어두운 조명에 속에 있으려니 어른도 좀 으스스하긴 합니다. 처음이라는 설렘 때문이라고 생각해봅니다.

아이들도 처음에는 좀 무섭다더니 조금 지나니 퀴즈에 몰입하기 시작합니다.



방탈출 카페의 진행방식은 간단합니다.

단서를 통해 퀴즈를 풀고

다음 단서로 또 퀴즈를 풀고

마지막 퀴즈를 풀면 모든 스토리가 설명된 뒤

방에서 빠져나올 수 있게 됩니다.

단, 정해진 시간 안에 마지막 퀴즈까지 풀고 나와야 성공입니다.


만약에 주어진 단서를 보고도 맞히기 힘들 때는 힌트를 볼 수 있게 구성되어 있기에 크게 부담은 없습니다.



 1시간의 시간제한이 있던 삼부자의 도전은 중간중간 위기가 있었지만 다행히 정해진 시간을 3분 4초를 남기고 56분 56초 만에 마칠 수 있었습니다. 미션을 마치고 나면 블랙 보드판에 그림이나 글씨를 적어서 사진을 찍어줍니다.

탈출 성공 후 기념판(?) 작성하시는 중



1인당 참가비용은 주말에 영화 한 편을 보는 것보다는 높은 편이었지만 어른의 입장에서도 꽤 재미있는 경험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다 마치고 밖으로 나와서도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이걸 2년 동안 미뤘던 제 자신을 반성하게 됩니다.

마지막 기념사진


일기에도 방탈출 카페에 대한 엄청나게 열심히 적네요. 이제 방탈출로 독촉받을 일은 없겠다 하며 숙제를 마침에 안도합니다. 하지만 2호의 한 마디가 훅 들어옵니다. "아빠, 2년 전에 한 약속 잊지 않아 줘서 고마워요~"라고 말이죠. 이렇게 말하는 걸 듣고서 저는 함박웃음을 지은채 이렇게 밖에 얘기할 수밖에 없네요.


"언제 또 갈까?"


#방탈출카페 #건대방탈출 #넥스트에디션 #이불밖은위험해  #무서운내용사절 #신뢰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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