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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복과의 전쟁

뜻하지 않게 탄생한 명작, 마늘버터 전복구이

by 페르세우스



지난주에 저는 장을 보다가 소위 득템을 했습니다. 전복이 할인판매 중인 것을 발견한 것이죠. 그리 자주 먹는 음식은 아니지만 50% 세일하는 보양식 재료를 굳이 안 살 이유는 없었습니다.



거기에다 백숙용 닭까지 하나 구매함으로써 제가 급하게 만든 계획은 완벽해졌습니다. 맞습니다. 바로 이들은 전복 삼계탕을 만들기 위한 재료인 것입니다.



하지만 전복삼계탕을 먹겠다는 제 원대한 계획은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습니다.

다음 날 일찍 퇴근을 한 아내에게 저녁으로 백숙을 하면 될 거라고 귀띔을 했습니다. 그런데 일하느라 바쁜 와중에 대화를 나누느라 전복도 계탕에 넣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깜빡한 것입니다.


공교롭게도 그날따라 제 퇴근도 늦어지고 말았습니다. 부랴부랴 퇴근해서 집으로 가니 아니나 다를까 백숙은 혼자 외롭게 자태를 뽐내고 있었습니다. 뒤늦게나마 전복 이야기를 해봤지만 왜 미리 말을 안 했냐는 핀잔을 들을 뿐입니다.


결국 백숙과는 조인하지 못한 녀석들


결국 이대로 전복과는 안녕인가 싶더니 제게 기가 막힌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넷플릭스에서 방영했던 <먹보와 털보>라는 프로그램에서 가수 비가 만들었던 마늘버터 전복구이가 생각이 난 것이죠.


회사는 아이디어 낸 사람 따로, 일하는 사람 따로인 경우도 있지만 이 집에서는 다릅니다. 생각해낸 사람이 해야지 누가 하겠습니까.. 퇴근해서 옷도 갈아입지도 못한 채 재료를 다듬고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전복은 손질하는 방법이 그렇게까지 어렵지는 않습니다.

전복손질 작업, 이빨도 반드시 제거해야함.


1. 수세미로 표면을 닦아내고

2. 수저로 껍질과 몸통을 분리한 뒤

3. 내장과 살도 분리하고서

4. 위쪽 끄트머리를 칼로 잘라 전복 이빨을 분리하면.....



도마 위에서 가지런히 분리된 껍질과 내장과 살을 보니 마음이 한결 편안해지는 느낌입니다. 그러면서 틈틈이 사진 찍는 것을 잊지 않습니다. 을 쓰기 위해 요리를 하는 건지, 요리를 하고 보니 글도 쓰게 된 건지 이제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손질이 완료된 전복


이제 재료 손질을 끝냈으니 본격적인 조리에 들어갑니다.

재료는 간단합니다. 전복, 다진 마늘, 버



레시피 그까이꺼 뭐 대충

버터를 듬뿍!

다진 마늘도 듬뿍!

넣고 나서 마지막으로 전복을 투하한 뒤 조리를 시작합니다.



자글자글 하는 소리와 함께 버터와 마늘향이 참 좋습니다. 향을 공유해드릴 수 없음이 아쉽네요. 버터를 이 정도로 던져 넣으면 냄새가 안 좋을 리가 없죠.



열심히 백숙을 먹던 가족들도 냄새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합니다. 마무리를 하고 그릇에 담아내니 그럴싸하네요.



퇴근하자마자 부랴부랴 만드느라 애를 먹었지만 다들 잘 먹어줘서 고마웠던 마늘버터전복구이였네요. 비록 저는 만들어놓고 한 점 밖에 못먹었지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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