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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풍기와의 전쟁

든든한 녀석들

by 페르세우스



오늘은 즐거운 토요일입니다. 거기에 저녁시간은 매우 조용한 토요일입니다. 왜냐하면 아이들이 친구들과 함께 17시에 하는 공연을 보러 나갔기 때문이죠. 물론 엄마들이 함께 갔기에 저는 완전한 자유를 얻었습니다.

가뭄에 콩 나듯 이런 날이 오는데 딱히 특별한 계획 없이 오후를 보내는 것은 뭔가 아쉽기도 하지만 그냥 널브러져 있는 것도 나쁘지는 않습니다.


하는 것 없이 인제 신남. 가즈아~~~~!!!!



하지만 저는 금세 고치기 힘든 불치병이 도지고 말았습니다. 그 이름은 바로 '가죽병'입니다. 가죽병의 의미는

가만히 있으면

죽는

입니다. 제가 피곤할 때나 아플 때나 집에서도 가만히 있지 않고 이것저것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속이 터진 아내가 '가만히 있으면 죽는 병이라도 걸렸어?'라고 하면서부터 이름이 붙여진 병입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117289#home




20여분 정도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가 누워있던 저는 갑자기 부랴부랴 일어나서 벽장에 넣어두었던 선풍기를 꺼내서 재조립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확실히 이번 주부터 많이 더워졌기 때문입니다.


사무기기로 인해서 실내온도가 높은 사무실에서는 진작 4월 말부터 선풍기를 개시했습니다. 하지만 집에서는 계속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고 오늘이 기회다 싶어 꺼내기로 한 것이죠.


집에 있는 선풍기를 꺼내놓으니 상당히 보관을 잘했음에도 불구하고 먼지의 흔적이 보입니다. 가만히 보면 이 세상에서 가장 질긴 존재는 바퀴벌레가 아니라 먼지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생각보다 먼지가 많은 외관



뒤집어 씌워둔 덮개들을 벗겨내고 휴지로 슥슥 닦습니다. 물티슈로 닦으면 편하지만 물티슈 쓰는 것을 줄이자고 브런치에 글을 쓴 것이 보름도 안 된다는 것이 생각납니다. 저는 그 정도로 기억력이 나쁘지 않으니 휴지에 물을 묻혀서 스윽스윽 닦아냅니다.




부품을 잃어버리거나 빠뜨린 것이 없어서 다행히 쓱싹쓱싹 조립을 마칩니다. 저도 사실 알고 보면 공대생이니까요!


올해 5월 들어 서울의 기온이 벌써 30도가 넘었다고 합니다. 며칠 전에 업무로 현장을 나가느라 차를 탔는데 정말 불가마에 패딩을 입고 들어가는 느낌이 따로 없습니다.

출처 : 불스원샷


회사의 주차장은 옥외주차장인 데다 햇볕이 바로 비추는 위치에 업무용 자동차가 주차되어 있기에 이런 고통을 피하기가 어렵습니다. 5월이 이 정도인데 한여름은 어떨지 걱정입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보았을 때 30도는 엄살 피울 정도가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 또 한 번 경악하고 맙니다.

올해 상황이라네요....ㅡ.,ㅡ


겨울보다 여름을 사랑하는 사람이지만 거기에는 중요한 단서조항이 있습니다. 바로 선풍기와 에어컨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죠.

조금 있으면 서큘레이터와 에어컨도 틀겠지만 일단 선풍기만 밖에 나와있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마음이 든든해졌습니다.


#선풍기 #여름 #폭염 #에어컨 #서큘레이터 #자유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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