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아내가 입시전문 미술학원을 방문했습니다. 그 이유인즉슨 2호의 예중 입시상담을 받기 위해서입니다.
원래 2호는 어린 시절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습니다. 왜냐하면 완벽을 추구하는 성격이어서 조금이라도 틀리는 것을 허용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글씨를 틀리는 것조차 짜증을 냈었고 그걸 달래느라 그동안 애를 먹었던 적이 많았기에 이 녀석이 그림을 좋아하게 될 것이라고 전혀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종이컵과 야구공
1호는 현재 조류학자(롤모델 : 윤무부 교수) 또는 화학자(롤모델 : 멘델레예프_주기율표 발견)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아직까지 크게 초등학생 5학년생을 자녀로 둔 부모가 진로에 대해 깊게 고민을 할 필요가 없는 직업이죠.
하지만 2호의 꿈은 화가입니다. 큐브 선생님이었다가 최근 다시 바뀌었죠. 참고로 저와 아내는 그림에 재능이 0.00315%도 없습니다. 다만 굳이 미술적 재능에 대한 유전자를 찾아보자면 제 어머니를 비롯해 외가 쪽이 그림에 대한 관심이 많을 뿐이었습니다.
어머니 작품
그러다 보니 예중 입시에 대해 고민을 해보라는 미술학원 선생님의 말씀은 생각보다 저를 당혹스럽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더 놀라운 사실은 아이가 한 번 도전해보고 싶다는 말을 해서였습니다.
그 말에 고민이 더욱 깊어졌습니다. 제 솔직한 마음으로는 힘들 것 같으니 그냥 안 하겠다고 말하기를 원했던 모양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예술이나 체육을 전문으로 하는 직업을 갖기 위해서는 능력만으로 되지 않는다는 편견이 있어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단 아직 결정은 하지 못했습니다. 입시전문 학원에 아이를 보내겠다고 결정하는 것은 똑같은 것을 수십, 수백 번 동안 기계적으로 계속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당연히 창의적이거나 즐거운 것과는 거리가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활동입니다.
제가 전문작가가 되는 것을 주저하는 것은 아직 실력이 부족한 것이 가장 큰 이유지만 글을 쓰는 것이 아무래도 즐겁지 않고 되려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라 생각되서이기도 합니다. 즐겁게 해오던 일에서 억지로 하게 되는 일이 결코 바람직해 보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요즘 최고 행복한 사람은 덕업일치(취미와 직업의 일치)라는데 저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직 많은 사람들은 덕업일치를 이상적인 인생으로 생각합니다.
과연 이것이 바람직한 길인지에 대한 답을 저는 아직 얻지 못한 모양입니다. 아이에 대한 진로를 제가 맘대로 재단하고 싶지 않기에 이 갈래길에 대한 고민이 깊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