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에 아이들과 아침을 먹으면서 재미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2호가 돼지들이 방안에 들어갈 수 없을 정도 가득 차 있어서 무서웠다는 내용의 꿈 이야기였죠. 그 이야기를 들은 저는 그 꿈이 굉장히 좋은 꿈임을 이야기해줬습니다. 오늘 당장 로또를 사야 한다고 호들갑을 떨었습니다.
돼지꿈이 좋은 이유(출처 : 에이스침대)
그날 저는 아이들을 근처에 있는 로또 판매점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둘에게 번호를 다섯 개씩 각각 5,000원어치를 선택하게 했죠. 저였다면 그냥 "자동으로 5개 주세요"라고 했을 겁니다. 그런데 태어나서 처음으로 하는 로또는 아이들에게 수학시험보다 훨씬 더 어려운 시험이었던 모양입니다.
번호를 여섯 개를 찍어야 하는데 일곱 개를 찍기도 하고 번호를 잘못 골랐다며 울상을 짓다가 종이만 바꾸면 된다고 하니 안도의 한숨을 내쉽니다. 결국 20여 분의 치열한 고민 끝에 만 원어치의 로또 번호가 아이들 품으로 들어갔습니다.
이 안에 분명히 15억을 넣어뒀는데 왜들 이렇게 못 찾는 거요!?
결과는 뭐 예상하셨듯 기가 막히게 당첨번호를 피해 간 덕에 단 하나의 세트도 행운을 가져다주지 못했습니다. 당연히 저는 그러려니 생각했습니다. 아쉬울 것도 없었죠.
그런데 아이들이 느끼는 상실감과 분노는 제 예상을 초월했습니다. 숫자에 사인펜을 재미로 칠했을 뿐인데 그것으로 만 원이라는 적지 않은 돈이 공중으로 사라졌다는 것을 알고 다시는 로또를 사지 않겠다고 자기들끼리 다짐을 하더군요. 덕분에 사행성 게임에 대해 깊게 빠지는 것에 대한 걱정은 덜었습니다.
지난 6월 4일 뉴스는 상당히 이례적인 소식이 있었습니다. 1018회 로또에서 당첨이 된 사람이 단 두 명 밖에 없다는 사실이었죠. 보통 요즘의 로또 당첨금은 당첨자는 10여 명에 당첨금은 10억에서 15억 정도 수령하는 것이 추세여서 로또 1등이 되어도 서울 아파트 한 채 살 정도도 되지 않기 때문에 절대 일을 그만둘 수 없다는 이야기가 돌기도 했습니다.
그런 와중에 당첨금 120억은 상당한 화제가 될 수밖에 없었죠. 재미있는 사실은 그 이후에 로또 판매량이 엄청나게 늘었다는 사실입니다. 로또의 판매량은 점점 늘어서 매년 최고 판매량을 갱신하고 있다고 합니다.
판매량이 매년 증가하는 로또
심지어 경기도의 어떤 지역은 로또 명당으로 알려져서 전국적으로 찾아오는 사람들로 근처 도로가 몸살을 알아 지자체에서 도로를 넓히기까지 했다고 합니다. 거기에 가까운 지인 중에는 로또가 판매되기 시작했을 때부터 단 한 주도 쉬지 않고 로또를 구매한 자칭 '로또 개근상'을 받아야 하는 분도 계십니다.
로또 구매자들의 불법주차로 결국 도로를 넓힌 로또 명당 앞 전경(출처 : 중앙일보)
저는 평소 로또를 거의 사지 않습니다. 일단 근처에 로또를 판매하는 곳이 없어서 귀찮아서이기도 하고 그걸 모아서 다른 데다 쓰는 것이 훨씬 이익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로또를 사시는 분들이 하시는 항변도 귀담아듣기는 합니다. 일주일을 기다리면서 작은 기대감이나 희망을 가진다는 말을 말이죠.
아이들을 키우면서 저는 돈 이야기를 자주 합니다. 하지만 돈이 중요하고 돈에 대해서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모든 가치 중에서 유일하게 돈만 중요하다고 가르치지는 않으려고 노력 중입니다. 이 세상에는 돈만큼 중요한 가치들이 많이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