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면 나도 혼밥 마스터!
혹시 혼밥 하기의 10단계를 혹시 아시나요? 요즘 들어서 1인 가구의 비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코로나19로 인한 거리두기로 인해 사람들의 교류는 더욱 줄어들었습니다. 밥조차도 사람들과 먹지 않고 혼자 먹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죠. 심지어는 혼밥을 사회적인 현상으로 인정하고 분석하기까지 시작했습니다.
혼밥이라는 단어는 10여 년 정도 전에 만들어져서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조금씩 사용빈도가 높아지더니 심지어 혼밥을 어느 수준까지 할 수 있느냐를 다루는 '혼밥 레벨'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하기에 이르렀죠. 혼밥 레벨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인터넷을 열심히 찾아보았습니다.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전반적으로 대동소이했습니다.
저는 전체 리스트를 보고 코웃음을 쳤습니다. 누구나 혼밥에 대한 에피소드가 있듯 일단 저는 혼밥이라는 단어 자체를 사용하지를 않습니다. 혼자 밥 먹는다는 행위 자체에 숨을 쉬고 물을 마시는 것만큼의 굉장히 자연스럽고 일말의 거리낌도 없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강남에 있는 데이트 코스로 유명한 스테이크 집에 혼자 칼질을 하러 간 적도 있었습니다.
대략 사연은 이렇습니다. 아내가 쌍둥이를 임신했을 때 임신성 당뇨 증세가 있어서 병원에 입원했던 적이 있습니다. 제가 퇴근하고 병원을 갔을 때 장모님이 와계셨고 두 사람은 이미 저녁을 먹은 상태였습니다.
아내 : 나는 밥 먹었으니 나가서 저녁 먹고 와.
나 : 입맛이 별로 없는데...
아내 : 그래도 잘 먹어야지.
나 : 그러면 여기 앞에 있는 스테이크 집이나 갔다 올까?
아내 : 그렇게 사람 많은 데를 혼자 가서 먹고 온다고?
나 : 왜? 내가 못 갈 거 같아?
아내, 장모님 : 거기를 어떻게 혼자가?!
결국 이런 대화가 오고 간 뒤 저는 당당히 그 스테이크 집으로 갔습니다. 대기표에 이름까지 적었고요. 직원이 당연히 묻더군요. "ㅇㅇㅇ님, 두 분이시죠?"
테이블이 10개가 넘는 작지 않은 규모의 레스토랑이었지만 혼자 와서 먹는 사람은 저뿐이었습니다. 제가 바로 이런 사람입니다.
심지어 초밥 뷔페, 해산물 뷔페에 가서도 혼자 자리를 잡고 앉아서 혼자 밥을 먹고 나올 정도니 말을 더 할 것도 없습니다. 실제로 혼밥 레벨에서 제가 달성하지 못한 것은 8단계뿐입니다. 술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죠.
하지만 요즘 들어서 저도 사무실에서 가끔 혼밥을 합니다. 혼밥의 이유는 바로 많아진 업무량으로 인한 시간 부족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퇴근해서도 피곤함에 제 루틴인 필사나 독서, 일기를 마무리할 여유가 없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이런 악순환이 반복될 것을 걱정해 특단의 조치를 내린 것이죠. 사람들이 구내식당에 몰리는 점심시간을 조금 넘겨서 가서 혼자 먹고 나머지 시간은 제 할 일을 미리 하기로 말이죠.
원래 저는 점심식사 함께 하거나 식사를 한 뒤 차를 마시자는 약속을 자주 잡는 사람이었습니다. 주로 낮시간을 활용하죠. 평소 소통하기 힘든 다른 부서 직원들과 약속을 잡아서 자주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곤 했습니다.
그렇게 하게 된 이유는 나이가 들어서 가까이에서 함께 근무하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생각보다 중요함을 많이 느꼈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제가 인사이동을 왔던 2021년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와 재택근무가 한창일 때여서 사람들과 대화를 하기 힘들었다는 점도 이유였습니다. 그렇게 해오면서 사람들과의 원활한 소통에는 많은 효과를 얻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함으로써 생각보다 반대급부로 잃는 것이 있음도 깨닫게 된 것이죠. 제가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해질 수 있음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몇 번 해보니 불편하면서도 참 편합니다. 다들 식사를 하러 갈 때 움직이지 않고 컴퓨터 앞에 있으니 눈에 잘 띄기에 꼭 무슨 일 있는 사람처럼 보인다는 불편함이 있는 것이죠.
혼밥의 이유는 알고보면 굉장히 다양합니다. 이런 이유들이 있는데 혼자 밥을 먹지 못한다면 오히려 그게 이상한 것이 될 수 있겠죠.
같이 먹을 사람이 없는 일차원적인 이유가 아닌 합당한 이유들이 있는 만큼 단순히 사회성의 문제인 것처럼 걱정하기 보다는 혼밥 하는 사람도 앞으로 존중되어야 하는 것이 맞지 않나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혼밥 #혼밥레벨 #혼밥이유 #사회적부적응자아님 #시간부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