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저는 제가 사는 지역이 학교폭력 심의위원을 맡아서 활동 중입니다. 부담감을 크게 가지지 않고 활동을 했던 다른 여느 위원회에 비해서 학교폭력 심의위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무거운 분위기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심의위원회의 심사결과로 인해 몇 명의 아이의 인생과 더불어 나아가 여러 가족의 삶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통계를 살펴보면 초등학교의 학교폭력의 빈도가 중학교나 고등학교에 비해서 상당히 높은 비율로 나타납니다. 그러다 보니 사안들은 굉장히 복잡한 경우가 많습니다. 보통 일선 학교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중재가 되지 않은 학교폭력 사건이 교육지원청으로 올라옵니다. 그렇다는 것은 학교에서도 학교 폭력으로 판단한다는 사실이 내포되어 있는 것이죠.
하지만 사건 개요를 읽고 담당자께 설명을 들은 뒤 아이들의 진술을 다 들어봐도 명확하게 확인이 되지 않는 경우도 생각보다 적지 않게 발생합니다.
13년~21년 학교 피해 실태조사 현황
그래서 심의위원들도 하나라도 놓칠세라 서류를 쳐다보고 진술을 들을 때도 눈과 귀를 그쪽에 최대한 집중합니다. 다른 위원님들도 자신만의 원칙과 소신이 있으시겠지만 저는 심의를 할 때 가장 눈여겨보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가해자 학생의 부모의 태도입니다.
제 짧은 식견과 지식으로는 가해행위를 한 아이의 부모는 아이를 잘못 키웠다는 죄책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당연히 그런 부모들이 대부분일 거라고 느꼈죠. 물론 전반적으로 피해자에 대한 사과의 마음을 표현하고 원만한 합의를 위한 노력을 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짧은 기간 동안 경험해본 바에 의하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가해자 부모들도 꽤 많습니다. 그분들의 태도는 크게 네 부류로 나뉠 수 있습니다.
1. 얘도 피해자지만 우리 아이도 피해자다.
2. 피해자가 원인제공을 해서 문제가 생긴 부분도 없지 않다.
3. 이 일이 여기까지 올 정도로 큰 일이냐? 납득하지 못하는 결과가 나온다면 변호사를 선임해서 가만히 앉아서 당하지 않겠다.
그래도 그나마 나은 태도라면
4. 아이를 통해서 어느 정도 듣기는 했지만 상황이 이 정도까지 인 줄 몰랐다.
이런 무책임한 태도의 부모님을 대면하게 되면 자괴감이 들기까지 듭니다. 과연 국가경쟁력을 위해 아이를 많이 낳으라고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가 하고 말이죠. 출산장려정책은 단지 일을 시키기 위한 노동력을 생산하는 행위로만 보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제대로 아이를 키우기 위한 인성교육을 시킬 수 있는 준비가 되지 않은 어른들이 의외로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심의를 하다 보면 학교폭력 가해자보다 가해자 부모의 태도를 보면서 당황스러웠던 적이 많았습니다. 일단 부모의 태도가 이런 방향으로 펼쳐진다면 심의위원들은 공통적으로 반드시 심의 결과에 아이에 대한 최종 판단을 결정함과 동시에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부모교육을 반영합니다. 심의회의 최종 조치결과를 받고 그분들이 어떻게 하시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어떻게 바뀌실지도 모르죠. 반성을 통해 아이를 제대로 길러내실 수도 있고 아니면 단순히 운이 없었다고 생각하며 금방 잊어버리실 수도 있을 테죠.
저 역시 아이들을 키우면서 물론 노력하겠지만 이런 일이 생기지 않을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은 없습니다. 목격하지도 않은 사건 현장 근처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도 학교폭력 심의위에 회부되는 경우도 본 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심의회를 마칠 때마다 스스로에게 다짐을 해봅니다. 내가 저 자리에 앉지 않도록 제 자신도 물론이고 아이의 올바른 인성교육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겠다고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