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동생네에 가족들이 다 함께 놀러 간 적이 있었습니다. 저는 어른들 중 대표(이 부분 별표)로 아이들 네 명을 모두 이끌고 놀이터에서 술래잡기 놀이도 함께 해주는 등 오랜만에 제대로 놀아줬습니다. 무더웠던 날씨로 인해 다들 엄청나게 땀도 흘렸습니다.
딱히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럴 때는 아이스크림을 하나 먹어줘야 또 제 맛 아니겠습니까!! 아이들을 이끌고 근처에 있는 아이스크림 가게로 갔습니다. 아시다시피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는 엄청난 수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 가까운 곳에서 금방 찾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 동네만 해도 세 군데나 있소!!
저희 동네에도 물론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가 있어서 가끔 방문을 하지만 이번에 갔던 가게는 어른인 제가 보기에도 신세계였습니다. 종류가 어찌나 많은지 아이스크림을 담아놓는 냉동고가 10개나 있었으니까요. 마트를 좋아하는 저도 이렇게 많은 가짓수의 아이스크림을 본 적이 없을 정도였으니 아이들은 더 말할 것도 없었습니다.
세상에 이리도 많은 아이스크림이..
문제는 거기서부터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이 자신이 먹을 딱 하나의 아이스크림을 고르지 못했던 것이죠. 선택 장애가 단체로 생긴 것입니다. 아이들은 각자 하나의 아이스크림을 고른 뒤 다른 하나를 더 고르고 싶은지 계속 불안한 눈으로 서성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평소에 색소를 비롯한 합성첨가물이 많이 들어간 아이스크림을 건강에 좋다고 생각하지 않았기에 아이들에게 두 개씩이나 사줄 생각은 전혀 없었습니다. 많이 먹었을 때배탈이 날 수도 있기도 하고요.
출처 : 김해일보
그리고 결핍 없이 원하는 것을 모두 다 가지게 하는 것만큼 아이를 빨리 망치는 방법도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결국 아이들은 고민 끝에 자신이 가장 원하는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골랐고 저는 아이들이 모두 공통적으로 흥미를 가지고 있던 하나의 아이스크림이었던 탱크보이 모히또 맛을 제 몫으로 집어 들었습니다.
그런데 당황스러운 일이 생겼습니다. 아이들이 돌아가면서 아기새처럼 입을 벌리면서 한입만~~ 하는 통에 튜브를 짜서 한 입씩 먹여주느라 제 몫은 순식간에 사라졌던 것이죠. 결과적으로는 저는 그 아이스크림을 거의 맛도 못 봤습니다.
가끔씩 살면서 남의 떡이 더 커 보일 때가 있습니다. 좋게 이야기해서 남의 떡이지 결국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일종의 비교 불행입니다. 인간을 굉장히 불행하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죠.
회사에서도 그런 경우가 많습니다. 회사에서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기에 직군별, 직급별, 지역별, 연령별, 성별로 갈등이 존재합니다. 내가 계속 양보를 하고 손해를 보며 상대방이 자신보다 훨씬 더 큰 혜택과 이익을 얻고 있는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사실 들여다보면 그런 경우가 아닐 때가 더 많은데 말이죠.
결국 그렇게 생각하며 살기 시작하면 불행해진다는 것을 저는 다행히 깨달은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 인생을 남의 인생과 비교하지도 않고 아이들을 절대 다른 아이들과도 비교하지 않고 서로 비교하지도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혹시나 아이들이 자신이 가진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계속 다른 사람을 부러워하고 지나친 욕심을 부리는 것은 아닐지 잠시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본 뒤 아이들에게 조심스레 물어보니 빼앗아먹을 수 있는 만만한 사람이 저였던 것이 욕심을 부린 이유라는 것을 곧 알게 되었습니다. 정작 아이들끼리는 서로 샘을 내서 아이스크림을 나눠먹자고 하거나 달라고 하지도 않았던 것이죠.
고작 500원짜리 아이스크림 하나를 가지고 참 별생각을 다한 하루였습니다. 역시 저는 범불안장애가 맞나 봐요. 그렇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비교하는 것은 나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