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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르세우스 Jun 23. 2022

마감과의 전쟁

늘 지키기 어렵지만 지켜야만 하는 약속



 그저께 올렸던 칼럼은 원래는 오늘 올라갈 예정이었습니다. 제 순번이 아니었던 것이죠. 월요일 이른 오후, 차분하지만 왠지 모르게 다급함이 묻어있는 목소리의 담당자께서 연락을 주셨습니다. 혹시 칼럼이 준비되어 있으면 원래 예정일보다 먼저 받을 수 있냐고 물어보시는 겁니다. 아마도 다른 칼럼진에서 생각지도 않았던 어떤 문제가 생긴 모양이었습니다.




 원고를 주말에 거의 마무리를 해놓은 상황이었기에 보내드릴 수 있다고 답변을 드린 뒤 일사천리로 상황은 정리되었습니다.  덕에 담당자께 작은 도움을 드릴 수 있게 된 었죠.



 마감일이 정해져 있는 글을 써보신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디데이가 다가올수록 생각보다 큰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어쩌면 한 번 마감을 치고 새로운 타이머가 다시 돌아가는 순간부터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뭐든지 일찍 해놓고 치워버리면 제일 좋지만 인간의 간사함과 게으름은 그런 부지런함을 그리 쉽게 허용하지 않습니다.


 막상 글을 쓰지는 않으면서

"이번엔 뭘 쓰지?"

"언제 쓰지?"

"아.. 써야 되는데.."

"오늘은 써야지"

"아.. 오늘도 못 썼네.."

"시간이 얼마 안 남았잖아?"

"휴.. 겨우 시간 맞춰서 썼네.."

"다음번에는 미리미리 좀 준비하자"


이런 알고리즘이 매번 반복됩니다. 저 역시 이번 달 글을 마무리하고 나면 '다음 달 글은 뭘 쓰지?'라는 생각부터 시작하게 되니까요.

출처 : https://theqoo.net/an/506664409



 다행히도 저는  아직까지 마감 일정에 펑크를 낸 적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원고나 칼럼을 취합하는 분 입장에서는 저 같은 사람들을 한두 명 상대하는 것이 아닐 테니 변수가 존재할 여지가 항상 존재합니다. 그러면서 글을 쓰는 사람 못지않게 취합해서 검토하고 발행까지 챙기는 담당자분들의 노고와 고초에 대해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출처 : https://slow-trpg.postype.com/post/10015253



 회사에서도 부서별로 데이터를 취합해서 상위부서나 기관으로 전달해야 하는 입장과 비슷합니다. 한 사람이라도 내지 않으면 완성이 되지 않기에 마무리를 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 업무는 의외로 많은 스트레스를 낳습니다. 왜냐하면 내 마음 같이 제출 마감 시간을 지켜주는 경우는 많지 않으니까요. 제출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불편한 마음으로 독촉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심지어는 아예 펑크를 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까운 사실은 이런 업무를 사람들은 높게 평가하지 않는 경우들이 많다는 사실입니다. 인격이 성숙한 성인처럼 느긋한 여유가 있는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아마 애가 타는 경험이 굉장히 잦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저역시도 취합 업무를 하면서 당황스러운 순간들이 꽤 많았으니까요.


 이번 일을 계기로 오래전부터 정해진 마감 일정은 반드시 지키리라 마음을 한 번 더 먹게 되었습니다. 담당자분의 다급한 목소리겪고 나니 일단 저라도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하지만 오후에 일방적으로 메일이나 쪽지 하나를 던져놓고 다음날 아침까지 정리해서 보내달라는 무성의한 회사 메일은 그냥 해주고 싶지가 않다는 생각이 많이 드네요. 열어놓고 '읽지 않음'으로 살짝 바꿔놓습니다.

 이런 면을 보면  그리 선한 사람은 아닌가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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