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안타까운 이야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큰 조카(남동생의 첫째 딸)가 이번 여름방학 때 돌봄 교실을 갈 수 없어서 방학 때 아이를 챙기고 점심을 먹일 수 없는 일명 '돌봄 공백'상황이 생기게 되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요즘은 예전과는 달리 하교 이후나 방학 때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방과후 돌봄 교실이라는 것이 생겨서 아이를 돌봐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조카가 다니는 학교에서 3학년은 방학 돌봄 대상이 아니었던 것이죠.
추측컨대 아마 1, 2 학년의 돌봄 수요가 많아서 어쩔 수 없이 좀 더 학년이 높은 3학년을 제외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도 그랬거든요.
맞벌이인 동생네는 1학기가 시작할 때부터 이 소식을 듣고 여러 방면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고민했지만 뾰족한 수를 찾지 못했다고 합니다.
방학은 선생님들을 위해서도 필요하고 학생들을 위해서도 당연히 필요한 제도입니다. 하지만 맞벌이 부부의 입장에서는 방학이라는 제도만큼 스트레스를 주는 것이 없죠.
국가에서는 저출산과 고령화 속도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걱정합니다. 하지만 이미 낳은 아이들에 대한 돌봄 제도조차 이렇게 허점이 존재한다는 것을 제대로 알고 있는지 의문스럽습니다. 현실이 이럴진대 하나를 더 낳으려는 의지가 생길 수가 없겠죠.
지난해 저는 학교 운영위원 자격으로 1, 2학년 학생들의 돌봄 교실 추첨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도 20여 명이 넘는 1학년 신입생과 2학년 아이들은 돌봄 교실 추첨에서 떨어졌습니다.
그렇게 뽑기운이 없는 아이들은 결국 부모들이 추가로 많은 비용을 들여 도우미를 쓰던지 조부모님께 사정을 하든 간에 어떻게든 해결책을 찾아야 합니다. 생업을 내팽개칠 수도없는 상황에서 손이 아직 많이 가는 아이를 굶기고 내버려 둘 수는 없으니까요.
물론 학교에서도 할 말은 있습니다. 공간은 부족한데 수요가 많기에 어쩔 수 없다는 것이죠. 그렇더라도 이런 사태가 매년 계속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저희 집 역시 그런 경우였습니다. 쌍둥이를 돌봐야 했기에 부모 둘 중 하나는 꼼짝없이 집에 붙어있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아내는 산후우울증으로 인해 집에 도저히 있기 힘든 상황이었고 3개월 만에 어렵게 복직을 결심했습니다. 그렇게 결정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예전 살던 동네에 있던 큰 어린이집에 0세 반이 있었기 때문이죠.
3개월도 안 된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맡긴다는 것은 큰 모험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를 잘 돌봐주셨을 뿐 아니라 밤 8시까지 야간보육까지 눈치 주지 않으시고 해 주신 덕택에 저와 아내는 육아휴직을 하지 않고 아이를 초등학교까지 보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최근 들어 출산율은 떨어지고 그로 인해 많은 어린이집은 원생이 줄어 수익성이 악화되었습니다. 결국 어린이집들이 문을 닫게 되어 아이들을 맡길 곳이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저처럼 운 좋게 아이를 키우는 경우는 이제 더 없어진 셈이죠.
나라에서는 매년 저출산 대책에 어마어마한 예산을 쏟아붓습니다. 하지만 대체 그 많은 돈을 어디에 쓰는 건지 궁금해집니다. 저 같은 아빠도 아는 내용을 실무자들이나 전문가들은 모르는 걸까요?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우리나라의 돌봄 서비스는 심각할 정도로 열악하다고 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조카의 일이라 마냥 강 건너 불구경을 할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저도 어떻게 하는 것이 제일 좋을지 고민을 해보지만 딱히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가 않네요.
동생 내외가 쪼개서 휴가를 쓰고 조부모님께도 며칠간 도움을 얻고 그래도 모자라면 저희 집이라도 며칠 동안 와있는 방법까지도 고민해보아야겠지요.
그래서 저는 결혼을 주위 사람들에게 쉽게 권하지 않습니다. 제가 느낀 우리나라는 교육이든 보육이든 아이 키우기 좋은 나라라는 생각이 크게 들지 않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