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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과의 전쟁 2탄

선택 장애의 늪

by 페르세우스

1탄에서 이어집니다.

https://brunch.co.kr/@wonjue/289




기타 수업을 재등록을 하고 연습을 해나가면서 저는 새로운 고민에 사로잡혔습니다. 문화원의 저녁 수업을 하나 더 등록하고자 했기 때문입니다.

내년에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평일 저녁을 올해만큼 여유롭게 사용할 수 없을 가능성이 높아서였죠.

그런 이유로 무언가를 새로이 배워보고 싶었습니다.

선택 장애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다양한 수업들


문화원에서 제공하는 시간표에 적혀 있는 수업들은 오히려 저를 더 혼란스럽게 만들었습니다. 너무 많은 수업들이 있었기 때문이죠. 그 덕분에 저는 이것도 배우고 싶고 저것도 배우고 싶은 의욕만 가득해지는 상황에 이르기 시작했죠.

출처 : https://m.blog.naver.com/carrot_1027/220766735243?view=img_4



처음에는 춤을 배우러 갈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예전에 언급한 적이 있지만 저는 대학교 때 힙합댄스동아리 활동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연습도 많이 하면서 공연도 꽤 많이 했지만 군대를 다녀온 뒤에는 절필을 하듯 춤을 내려놓았죠.


이제는 노쇠화로 인해 몸을 움직일 때마다 삐걱거리기 시작했지만 춤에 대한 관심이 없어진 것은 아니었기에 '재미로 다시 한번 도전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죠.

하지만 금세 마음을 접었습니다. 방송댄스는 여자아이들이 많을 듯했고 사교댄스는 뭐 굳이 설명을 길게 하지 않아도 아시겠죠? 그나마 제가 가능한 것이 힙합댄스였는데 시간이 맞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눈에 띈 수업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연기 배우고 무대 서고 함께 만드는 연극수업>

연극에 왜 눈에 띄었는지 아직도 의문입니다.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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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밤에 아이들에게 책을 자주 읽어주면서 등장하는 할아버지, 할머니, 남자 어른, 여자 어른, 남자아이, 여자아이 심지어 동물들까지 할 것 없이 목소리 연기를 진심을 담아 열심히 해왔기에 이 수업에 호기심이 생겼던 모양입니다.




조심스레 감독님한테 연락을 드려봤더니 현재 남자 역할을 할 한 분이 모자라다고 말씀을 하시더군요. 일사천리로 면접 일정까지 잡았습니다. 다음 날 저녁에 일종의 간단한담을 거친 뒤에 등록을 하겠노라고 결정을 했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제가 만약에 연극에 참여하게 된다면 제가 해야 될 역할이었습니다. 각각의 짧은 에피소드가 연결된 형태로 만들어진 대본에서 제 역할은 두 가지였습니다.


바로 '조폭 두목'과 '경찰 수사관'입니다.

조폭 두목은 주인공 남자의 지갑을 강탈하고 칼로 찌르는 장면에 등장하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집에 돌아와서 가족들에게 이 사실을 알려주니 최근 들어서 제일 크게 웃은 듯했습니다. 제가 이렇게 재미있는 사람인 줄 오랜만에 깨닫게 되었네요.




하지만 그날 저녁 저는 기분 좋게 금방 잠들지 못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 활동이 다른 수업에 비해서 제 책임감을 요구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죠.


감독님께 들어보니 현재 문화원의 연극팀은 9월과 10월에 연속으로 큰 공연장에서 하는 연극제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그런 이유로 일주일에 한 번의 수업만 하는 것이 아닌 최소 두세 번은 만나서 연습을 할 계획이라고 하셨죠. 가벼운 마음으로 도전장을 내민 상황에서 추가적으로 발생할 일정상의 문제는 제가 계산했던 것보다 결코 가볍지 않았던 것이죠.

지나친 자기 과신으로 의욕만 가득한 채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결국 24시간이 넘는 진지한 고민 끝에 감독님께 죄송하다고 말씀을 드리고 참여가 어려움을 말씀드렸습니다.

하지만 제 미련은 이 글을 쓰는 이 순간도 아직 진행 중인 모양입니다.




만약에 제가 과감하게 결심을 하고 연기에 도전했다면 재미있는 기록을 세울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살면서 저는 백 명이 넘는 사람 앞에서

춤으로도 공연을 해봤고

노래(축가, 합창, 송년회)로도 공연을 해봤으며

물론 립싱크지만 이제 곧 악기(기타)로도 무대 위에 설 예정이고

발표까지도 해봤으니까요.


만약에 연기까지 무대에 오른다면 무대 위에서 할 수 있는 웬만한 활동은 다 해본 셈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생각을 하니 이번 도전을 시작도 못해보고 포기한다는 사실이 못내 아쉽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더 나이가 들어갈수록 기회가 없어질 테니까요.


저는 걱정과 겁이 많은 감정적인 사람이었는지 아니면 현실을 이성적이고 냉정하게 판단하는 사람이었는지 아직도 갈피가 잡히지 않습니다.


2탄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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