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게임 현질과의 전쟁

조기교육이 반드시 필요한 분야

by 페르세우스



평화로운 주말의 어느 날이었습니다. 조용히 앉아서 할 일을 하고 있던 제게 1호가 슬그머니 다가와서 말을 겁니다.


1호 : 아빠, 바빠요?

: 아냐, 괜찮아. 이야기해~

1호 : 어려운 부탁이 있는데 혹시 들어줄 수 있어요?

나 : 괜찮아, 일단 뭔지 이야기해봐.



1호가 말하고자 했던 어려운 부탁은 바로 자신이 가끔씩 스마트패드로 하고 있는 미니게임의 현금결제를 해줄 수 있느냐는 것이었습니다.

그럴 수도 있지 뭘..



: 아, 그래? 그런데 그걸 꼭 결재해야 되는 거야?

아들 : 그걸 하면 좋은 아이템을 사서 레벨을 더 금방 올릴 수가 있어요.

나 : 혹시 현질을 안 하면 레벨을 올리는 데 많이 어려울까?

1호 : 꼭 그렇지는 않아요.

나 : 금액이 크지 않아서 결재를 해주는 건 어렵지 않은데 그만큼의 가치를 할 것 같은지 네가 한 번 더 생각해보면 좋겠어서 물어보는 거야.

1호 : 그러면 제가 게임 화면을 보고 설명을 해드릴게요.




아이가 조금 뒤에 패드를 가지고 와서 게임에 대한 브리핑을 하며 현금결제(일명 현질) 당위성을 역설합니다. 그리고는 결재를 하는 화면도 보여주죠. 금액을 살펴보니 1,500원과 3,000원이 있었습니다.

어른 기준에서는 밖에서 마시는 커피 한 잔의 값 밖에 되질 않지만 조금 더 대화를 나눠보고 싶었습니다. 런 기회에 아이에게 기회비용과 자제력 등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나눠보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실제로 제 지인 중에서 부모의 명의로 개통한 휴대폰으로 아이가 150만 원어치의 게임 아이템 결재를 해서 집이 발칵 뒤집히고 난리가 난 적이 있었거든요. 수습하느라 상당히 애를 먹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사전에 이러한 부분에 대한 교육이 되지 않았던 탓이 컸을 겁니다.

코 묻은 돈으로 회사 살림살이 나아지셨습니까!?



하지만 게임에 돈을 투자하는 현질은 비단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닌 생각보다 커다란 사회문제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제가 한때 굉장히 즐겨했던 <리니지 2 레볼루션>의 몇몇 지인들은 적게는 수백만 원, 많게는 2억에 육박하는 지출을 했다고 자신의 입으로 밝히기도 했었으니 말이죠.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렇게 어마어마하게 쓰이는 비용은 게임 안에서 확률형 아이템 구매나 장비 강화를 하는데 주로 쓰이는 데 그 확률이 터무니없이 낮다는 사실입니다.


리니지의 전설급 아이템이 나올 확률이 0.00006%입니다. 166만 번을 도전했을 때 한 번 성공할 확률입니다.로또 2등이 0.0001%라고 하니 전설급 아이템을 뽑느니 로또 2등을 노리는 것이 나을 지경입니다. 명백한 우롱이고 기만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게다가 PC게임과는 달리 모바일 게임의 결재는 한도도 없습니다. 어처구니없는 일이죠. 이런 것은 엄연히 규제가 필요한 것이 아닌가 싶은데 없더라고요.




이런 실태를 보고 있으면 딱히 제 마음에는 들지 않지만 자기 돈을 자기 맘대로 쓰는 것이고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니까 딱히 뭐라고 할 것도 그럴 이유도 없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의외의 가정불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은 가볍게 여길 문제가 아닙니다. 실제로 조금만 검색을 해보면 게임에 현질을 과도하게 한 남편과의 가정불화, 이혼 등은 이제 그리 드문 이야기도 아닙니다.


https://www.hankyung.com/it/article/202001108092H



게임은 재미있자고 하는 것입니다. 즐겁게 못하겠으면 안 하는 것이 맞죠. 재미가 없어지거나 또는 자신의 일상생활에 지나치게 영향을 미치면 그만두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사람들의 평화를 위해서 말이죠.



아이에게도 이런 이야기를 주절주절 해주었습니다. 다만 지루하지 않게 해 주었죠. 아이들이 이런 이야기들을 알아듣고 적당한 범위 안에서 게임을 재미있게 즐기며 살 수 있게 되면 좋겠네요.



keyword
작가의 이전글포장비와의 전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