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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와의 전쟁

바꾸느냐 유지하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by 페르세우스



며칠 전에 의미 있는 우편물을 받았습니다. 바로 후원을 하고 있는 세이브더칠드런에서 후원한 지 2주년을 맞아 기념품을 보내준 것이었습니다. 기념일을 따질 나이는 한참 지났지만 작은 것이라도 이렇게 따로 챙겨서 보내주시니 나름 후원한 보람도 느껴져서 뿌듯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것에 감동하지 않을 수가 있나..



세이브더칠드런에서 보내온 기념품은 가벼운 재질의 에코백이었습니다. 물론 에코백이야 어느 집이나 몇 개씩 넘쳐나고 디자인이 굉장히 뛰어나지도 않았지만 이 에코백은 좀 더 가치 있게 느껴져서 잘 사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마트에 나랑 함께 다니자꾸나



현재 저희 가족은 총 네 군데의 비영리재단에 매달 2만 원씩 기부를 하고 있습니다. 연간 백만 원에 달하는 수준이니 적지는 않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학대아동보호를 위해서,

굿네이버스는 아프리카 식수위생사업 지원을 위해서,

그린피스는 쓰레기로부터 해양생태계 보호를 위해서,

비전케어는 해외 개안수술 지원을 위해서입니다.

이렇게 많은 곳에 기부를 하게 된 것은 아직 손이 가는 아이들을 데리고 복지단체를 찾아가 봉사활동을 다닐 여력이 되지 않다 보니 이런 식으로라도 아이들과 좋은 일을 하고 싶어서였습니다.



이번에 세이브더칠드런에서 2주년 기념 우편물이 온 김에 다른 비영리재단들의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제가 얼마 동안 기부를 했는지 한 번 확인해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당황스러운 상황이 생겼습니다. 홈페이지마다 후원을 할 수 있는 버튼만 무수히 있을 뿐 제가 로그인을 해서 확인할 수 있는 메뉴는 찾기가 너무 어려웠던 것입니다. 특히 비전케어 같은 경우에는 로그인 버튼 자체를 찾지 못했던지라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황당한 마음이 들면서 기분이 썩 좋지 않았습니다. 2~3분 정도 헤매다 보니 약이 오르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왜 그렇게 해놓았는지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후원자들이 굳이 홈페이지로 찾아가 로그인을 한다는 것은 월 정기후원을 해지하기 위해서라는 것을 말이죠. 그렇기에 이런 재단들 입장에서도 궁여지책으로 로그인 페이지를 찾기 어렵게 만들어놓을 수밖에 없었겠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기부하는 곳 말고도 전 세계적으로 비영리재단은 유니세프, 월드비전, 사랑의 열매, 유엔 난민기구, 초록우산, 국경없는의사회, WWF(세계자연기금) 등 많습니다. 이름은 다들 들어보셨을 법한 단체들이 이렇게나 많다 보니 그들 사이에서도 경쟁이 치열했던 것이죠.


기분 좋게 글을 쓰겠다고 마음을 먹었지만 홈페이지를 헤매고 돌아다니면서 기분이 좀 언짢아졌고 이참에 해지를 하고 다른 재단에 기부를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지만 그 이유를 알고서는 뭔가 착잡한 마음이 듭니다. 일단 지금 하던 대로 유지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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