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참 편안하고 여유 있을 예정이었던 날이었습니다. 그 이유는 아내와 아이들이 다른 가족들과 함께 1박 2일로 여행을 갔기 때문입니다. 오래전에 계획되어 있었던 것이고 일~월 일정이어서 아빠들이 갈 수 없는 상황이었죠. 저 역시 자연스레 뒤로 빠지는 모양새가 되었습니다.
가족들이 없는 시간 동안 제게는 원대한 계획이 있었습니다.
서점에 가서 새로운 책 구경도 하고
요즘 인기 있는 신작 영화도 보고
밖에서 혼자서 맛있는 것도 먹고 오리라고 말이죠.
그리고 밀린 원고도 쓰고
브런치 글감도 미리미리 간단하게 정리해서 여유 있는 한 주를 보내리라 마음먹었죠.
드디어 오전 10시에 아내와 아이들은 저를 남겨두고 목적지를 향해 떠났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하루를 순식간에 허투루 써버리고 말았습니다. 처음부터 시간 계획을 잘 짰어야 했습니다. 지켜보는 사람도 없고 지켜봐야 할 사람도 없으니 너무나도 자유로워진 것이죠. 물론 전혀 아무것도 안 한 것은 아닙니다. 생각지도 않았던 집 정리를 대대적으로 하긴 했죠.
ㅇ 기타 악보를 30분 정도 정리하고
ㅇ 책장의 책을 1시간 여동안 정리하고
ㅇ 벽장의 물건들을 1시간 여동안 정리했으며
ㅇ 서랍장도 30여 분간 정리를 한 뒤엔
ㅇ 도서관에 가서 책도 반납하고 새로 빌려왔죠.
그렇게 빡빡하게 정리하는 데만 3시간 가까이 에너지를 쏟고 나니까 뒤에는 힘이 없어져서 아무것도 하기 싫어진 것이었습니다. 결국 거실에서 tv를 틀어놓고 2시간을 넘게 널브러져 있었네요. 다른 가족들이 봤다면 놀라 뒤로 넘어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오래 tv를 틀어놓은 적이 없으니까요.
아마도 이 글을 통해서 제 오늘 하루 소식을 알게 되겠죠. 전화로는 자세히 말하지 않았으니까요. 어른조차도 지켜보는 눈이 없으니 이렇게 해이해질 수도 있다는 사실에 새삼스럽게 놀라게 됩니다.
항상 지켜보고 있다!!
불행 중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8시에 그나마 정신을 차리고 10여 분만에 뚝딱 글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는 사실이네요.
2호가 지난 며칠 동안 열심히 또 만든 픽셀아트 2호 작품명 '눈'을 주제로 글을 올리면서 생각해보니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다는 것이 꼭 나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새삼스레 깨닫습니다. 감시라는 단어는 늘 나쁘게만 사용되지만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는 사람에게는 어느 정도는 필요한 부분일 수 있겠다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