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공감능력에 대한 중요성을 높게 평가하는 사람 중 하나입니다. 미래사회에 필요한 능력이 공감능력과 창의력이라는 것을 여러 책을 통해서 읽고나서부터였습니다. 그리고 상담심리학을 공부하면서 공감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직접 경험하기도 했기에 아이들에게 중요한 능력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아들을 키우는 집은 아무래도 더 그렇습니다. 아들은 딸에 비해서 공감능력이 떨어진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부모 특히 엄마가 느끼는 육아 난이도 역시 더 높죠.
보통 공감능력은 원래부터 타고나는 부분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부모와 자녀 간의 소통을 위해서도 아이가 사회생활을 하는 데에도 공감능력은 꼭 필요하기에 좀 더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로먼 크르즈나릭의 <공감하는 능력>이라는 책에는 공감하는 사람의 여섯 가지 특징에 대해서 언급되어 있습니다.
1) 정신적 프레임을 타인의 시점으로 바꾸는 두뇌의 공감 회로를 작동시킬 수 있다.
2)타인의 처지가 되어 그들의 관점을 인정할 수 있는 상상력의 발휘와 도약
3) 나의 삶과 문화와 상반된 것에 기꺼이 참여해보는 것
4) 낯선 사람들에 대한 호기심, 철저하게 듣는 습관과 같은 대화의 기교 연마
5) 예술, 문학, 영화와 같은 간접경험을 충분히 하는 것
6) 대규모의 공감을 이끌어내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주변의 변화까지 만드는 능력
약간 포괄적인 느낌이 드는 설명이지만 3~5번은 충분히 연습이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3번 항목은 봉사활동을 통해서 배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서 노력봉사 대신 비영리재단 네 군데에 기부를 하고 있지만 막상 이런 활동이 아이들에게 직접적인 공감능력을 느끼게 하기에는 미미한 수준입니다. 올해 안에는 반드시 직접 방문해서 봉사할 수 있도록 해볼 생각입니다.
어린이적십자활동(출처 : 헤드라인 제주)
4번 항목은 집에서 충분한 연습이 가능합니다. 아이가 느끼는 감정을 최대한 먼저 공감해주며 접근하는 것이죠. 아이가 아프거나 속상하거나 화가 날 때 당장은 아니더라도 아이의 마음을 보듬어주는 말과 함께 안아주는 행동을 합니다. "아까 그래서 많이 속상했구나~", "그런 기분이었으면 충분히 그렇게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해." 이런 방식이죠. 이런 연습을 하고 나니 이제는 부모의 기분을 묻거나 아프거나 다쳤을 때 먼저 물어봐주기도 합니다.
그리고 학교에 가서도 친구들과 함께 하는 시간 동안 누구에게든 칭찬과 질문을 해보도록 권했습니다. 억지로 시킨 것이 아니다 보니 늘 하지는 않았지만 그 이후로 친구들에 대해서 이야기해주는 시간이 부쩍 늘어나기는 했습니다.
5번 항목도 도전해봅니다. 바로 감동을 주거나 슬픈 내용이 있는 영화나 드라마를 함께 보는 것으로 공감능력을 향상해보고자 한 것이죠. 한 녀석이 <마당을 나온 암탉>을 통해 처음 눈물을 보인 적이 있었죠.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 잎싹이 족제비에게 자신을 잡아먹고 새끼들 젖을 먹이라고 하며 잡혀가는 장면이었습니다.
마당을 나온 암탉 마지막 장면
그 이후로는 도통 아이들이 울지를 않습니다. 별거 아닌데 초조한 느낌이 좀 들기도 했습니다. 저는 옆에서 칠칠치 못하게 질질 눈물샘을 터뜨리면서 보는데 아이들은 그런 장면이 나오기만 하면 제가 우는지 안 우는지 제 눈을 쳐다보느라 바쁩니다. 다행히 최근 아이가 눈물을 보인 장면이 있었습니다. 바로 <우리들의 블루스>의 마지막 장면인 이병헌이 자신의 어머니의 임종을 직접 겪으며 울부짖는 부분이었죠. 그런데 이 드라마에서 저는 에피소드마다 한 번씩 울었는데 애들이 독특한 건지 제가 이상한 건지 새삼 궁금해집니다.
아이가 공감능력에 아쉬움이 있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다는 느꼈습니다. 지금보다 더 다양한 직간접적인 경험으로 공감능력을 키워줘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기도 하고요. 물론 부모가 아닌 아이 자신을 위해서도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