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밥을 먹으며 이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주제는 이성교제에 대한 것이었죠. 제가 먼저 여자 친구를 사귀게 된다면 어떤 친구였으면 좋겠느냐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여기서 고학년은 5,6학년을 말합니다.
현재 꽤 친하게 지내는 이성친구가 있는 2호와는 달리 1호는 이성친구를 사귈 마음이 없다고 단호히 말합니다. 같은 반에서 관심이 있는 친구도 딱히 없다고 합니다. 반대로 직접적인 호감을 표현해온 친구도 없는 상태였죠.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 가정으로 이야기를 계속 나누는 것은 무의미한 부분이 없지 않지만 저는 쉽게 포기하지 않습니다.
"만약에 만약에 지금 당장은 아니고 언젠가는 먼 미래에 여자 친구를 만날 수도 있잖아~"
"그러면 저랑 좋아하는 것이 비슷하면 좋겠어요."
'걸려들었어!!' "구체적으로 어떻게?"
"저처럼 새를 좋아하고 주기율표와 레고를 좋아했으면 좋겠어요."
"으으응, 그렇구나... "
저는 웃음을 지으며 더 이상 대화를 이어가는 것을 포기했습니다.
아직 이 아이는 이성교제에 대해서 호기심을 크게 가지지 않고 있기에 계속 말을 해봐야 뜬구름 잡는 소리처럼 느껴질 것이 뻔해 보였기 때문입니다.
대신 2호에게 많은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영어나 수학에 대해서는 어디서나 마음만 먹으면 배울 수 있지만 건강한 이성교제 방법에 대해서 가르쳐줄 수 있는 곳은 가정밖에 없을 테니까요. 그렇다고 제가 엄청나게 잘 알아서 가르쳐주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도 아이들이 최소한 다른 친구들에게 좋은 사람으로 보였으면 하는 바람은 있었기에 가르쳐주고 싶었습니다. 상대방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말과 행동에 대해서도 가르치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쉬운 교보재가 있었습니다.
바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였습니다. 극 중에서 우영우 역할을 맡은 배우가 좋아하는 남성을 위해 매너 있는 모습을 보이는 장면이 나옵니다.
식사를 할 때 먼저 의자도 빼주고
함께 길을 걸을 때 도로 쪽으로 서기도 하고
차를 함께 탈 때 문도 열어주고
데이트를 마치고 남자를 집까지 데려다주는 등
일반적으로 남자들이 데이트를 할 때 매너 있는 행동으로 보여주곤 하는 행동을 합니다.
물론 이런 것을 일부러 억지스럽게까지 할 필요도 없고 꼭 이성에게만 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저런 상대방의 배려를 하는 행동이 매너 있는 행동이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익히게 된다면 좀 더 좋은 사람은 될 수 있겠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저는 첫 연애가 대학교 1학년 때였습니다. 그에 반해 이성에 관심은 아마 초등학교 5~6학년 때쯤 처음 생겼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성에 대한 관심이 생기고 첫 연애를 하기까지 7년이 넘는 세월이 걸렸던 것이죠. 물론 저는 이성관계에 대한 교육을 받은 적은 없었습니다. 그 시절에 그런 교육을 받은 사람이 있었다면 그것이 더 이상했을 겁니다.
하지만 이제는 세상이 빠르게 발전되어 건강한 이성교제에 대한 교육을 넘어서 성교육을 시키는 것도 중요한 시기가 되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봅니다. 저는 아이들이 인기가 많아서 이성친구들을 많이 만나게 되는 것도 걱정입니다. 학업에 어느 정도 분명히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인기가 없어서 자신감이 떨어지고 위축이 될까 봐 그것대로 또 걱정입니다. 참 사람의 마음이란 것이 간사하죠?
하지만 아이들이 더 자랄수록 더 많은 이성교제의 기회가 생길 것은 자명합니다. 너무 가벼워도 안 되지만 그렇다고 너무 고리타분하지도 않게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자주 해주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