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굿바이, 키즈워치.

그동안 고마웠고 고생 많았어~ 이제 편히 쉬렴.

by 페르세우스



이번 주 저희 집에서는 커다란 변화가 있었습니다. 바로 휴대폰 때문입니다. 키즈워치를 버리고 새로운 휴대폰을 집에 들여온 것이죠.


현재 5학년인 아이들의 휴대폰은 키즈워치였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아이들의 연락을 위해서 사용해왔습니다. 맞벌이였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했습니다.


키즈워치는 휴대성이 좋아서 아이들과의 연락에는 가장 좋습니다. 하지만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으니 바로 고장이 자주 난다는 점이었습니다. 두세 달에 한 번씩은 아이들의 키즈워치는 고장이 났고 그때마다 따로 시간을 내서 직접 맡기러 수리점을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2호의 키즈워치



그렇게 애를 먹이던 키즈워치였지만 전화를 스마트폰으로 바꿔줄 생각을 전혀 하지는 않았습니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되지 않고 자제력이 부족한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이 어떤 부작용을 낳을지 누구보다 잘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저였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저 역시 스마트폰 과의존증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저를 닮은 아이들이 준비가 될 때 쥐어주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버텨올 수 있었던 것은 부모의 의지도 컸지만 아이들의 협조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아이들과 같은 반 아이들 중에서 스마트폰이 없는 아이는 자신들밖에 없다고 하면서도 결코 스마트폰을 사달라는 소리를 하지 않았으니까요.




그런데 일이 터졌습니다. 1호의 키즈워치가 두 개의 문제가 한꺼번에 생기고 만 것이죠. 충전 기능을 하는 크래들이라는 장치의 핀이 하나가 부서지고 워치의 스트랩(시계줄)이 끊어져버린 것이죠.


이미 스트랩은 두 번이나 강력본드로 붙여서 조잡하게 사용하고 있었고 크래들은 한 번 새로 구매를 했었기에 엉망이 된 워치를 시간과 비용을 들여 다시 수리를 받으러 갈 의욕이 생기질 않았습니다.

엉망이 된 1호의 키즈워치



결국 저는 1호를 데리고 통신사 대리점으로 상담을 받으러 갔습니다. 당연히 대리점에 키즈워치는 없습니다. 키즈워치는 개별적으로 인터넷으로 구매를 하고 판매를 하는 대행업체가 통신사에 가입신청을 해주는 방식이었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쓸 수 있는 다른 전화기가 있는지 물어봤더니 어린이용 스마트폰이 있다고 합니다. 요금제도 결합을 하면 게 쓸 수 있다고 합니다. 대리점 점주님은 저랑 자주 보고 대화도 나누는 사이인데 알만한 사람이 이러니 실망입니다.

sticker sticker


곧바로 그런 휴대폰 말고 문자만 가능한 모델은 없냐고 물어보니 현금으로 구매해서 쓸 수 있는 중고 폴더폰이 있다고 알려주십니다. 이제 이런 폴더폰은 잘 만들지도 않는다고 하니 어떻게 보면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아무튼 어렵게 구한 폴더폰을 바라보며 잠시동안 고민을 한 끝에 새로 가입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전화, 문자 같은 기본 기능만 있는 폴더폰. 잘 부탁한다.



1호가 별 기능도 없는 폴더폰을 이리저리 보면서 집중하며 연구하는 모습을 보니 미안한 마음이 조금 들기도 합니다. 아이들을 지나치게 통제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마음도 들었죠.

하지만 이런 약한 마음으로 스마트폰을 사주고 아이와의 갈등이 심해져서 후회하는 분들을 주위에서 너무나 많이 봐왔기에 금방 정신을 차려봅니다.



그동안 아이들이 잘 있는지 틈틈이 확인시켜줘서 우리를 안심하고 일할 수 있게 도와주었던 키즈워치야, 그동안 진짜 고마웠어. 이제는 더 편히 쉬도록 하렴.






keyword
작가의 이전글복습과의 전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