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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기약과의 전쟁

by 페르세우스


7~8년 전에 저는 회사 동기들과 함께 《1대 100이라는 퀴즈 프로그램에 출연한 적이 있습니다. 오래된 추억이 되었지만 그때 같이 출연한 동기는 꽤 창피한 기억이었을 겁니다. 왜냐하면 가장 쉽다고 평가되는 1번 문제에서 탈락했기 때문이죠. 그 문제는 바로 폐기약 처분 방법에 대한 질문이었습니다.


Q. 유통기한이 지난 약을 버리는 방법으로 옳은 것은?

1. 종량제 봉투에 버린다.

2. 약국에 모아서 반납한다.

3. 물에 흘려보낸다.


정답은 2번이었고 저는 비롯한 대다수의 출연자는 답을 맞혔지만 그 동기는 1번으로 선택해서 틀리고 말았습니다. 설상가상으로 탈락자 인터뷰까지 했으니 나름 잊고 싶은 흑역사가 되었죠.




폐기약에 대한 문제는 꽤 오랜 시간 동안 문제로 지적된 내용입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2018년에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유통기한이 지난 약을 쓰레기통이나 하수구, 변기에 버린다는 응답이 55.2%나 되었다고 합니다. 대로 의약품 처리 방법을 제대로 알고 있는 비율은 겨우 25.9%에 불과했습니다.


폐의약품을 일반쓰레기처럼 버려서 매립되거나 하수구를 통해 버려지면 다양한 종류의 약 성분이 토양, 지하수, 하천 등에 유입되어 환경오염을 유발할 뿐 아니라 슈퍼박테리아 등 내성균 확산 초래로 우리의 건강을 위협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출처 : 중앙일보 헬스미디어



그때 제대로 배워서였는지 저는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먹던 물약들과 어른이 먹던 알약의 유통기한이 지나면 꾸준히 모아서 버리곤 했습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약국에서는 폐의약품을 받지 않고 폐의약품 수거함이라는 것을 설치해서 운영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출처 : 서울정보소통광장



저는 폐의약품 수거함을 운영한다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어 적잖이 당황스러웠습니다. 아이들에게 그동안 약국에 반납하면 되는데 약국에서 받지 않는다며 볼멘소리를 했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부터는 아파트에서도 월 1회에 한해 폐기약을 받는다고 합니다. 홍보가 덜 된 것 같아서 아쉬운 마음도 있지만 이젠 약을 버릴 걱정을 덜어도 되겠다는 반가운 마음이 더 큽니다.




지난주에 집을 정리하면서 오랜만에 약통도 정리를 합니다. 동안 차곡차곡 쌓아둔 약들을 보면서 이제는 갖다 버릴 수 있겠다 싶습니다. 하지만 먹지 않고 버리는 약들이 우리 집만 해도 이 정도인데 우리 동네, 우리나라, 전 세계적으로는 얼마나 될지 가늠도 되지가 않아서 마음이 좀 무거웠습니다.

차곡차곡 모아놓은 폐의약품들
이 쓰레기는 또 어찌할꼬..
정리가 끝난 약통, 이제 또 채워넣어야지..



상비약을 구비해두는 것도 필요하고 몸이 아프면 약을 처방받아서 먹는 것도 맞는 일입니다. 하지만 합리적으로 폐기약을 줄일 방법도 한 번 정도는 생각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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