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취미생활 중 하나인 냉장고 정리를 하다 보면 은근히 신경 쓰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바로 중구난방으로 쌓여있는 반찬통입니다. 냉장고 안을 차곡차곡 테트리스를 하듯 정리를 수시로 해야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는 저 같은 사람은 부피를 차지하는 반찬통이 있으면 여간 신경 쓰이는 것이 아닙니다.
자, 이사 갑시다~!
식사를 하고 설거지를 하기 전에 수시로 하는 행동이 있습니다. 사진처럼 반찬을 큰 용기에 먹다가 반찬통에 빈 공간이 생기면 잽싸게 옮겨 담는 것입니다. 빈 공간에 있는 공기로 반찬이 변질되는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서죠. 소소한 저의 즐거움 중 하나입니다.
이 정도의 정성과 열정으로 학창 시절 공부를 했었다면 저는 이 나라에 없지 않았을까싶습니다.
이런 식으로 열심히 끼니를 챙겨 먹으며 반찬통을 정리하는 행위를 계속하다 보면 냉장고가 가벼워집니다. 그와 반대로 반찬통을 보관하는 수납장은 점점 빈 통들로 가득 차게 됩니다.
안 먹어도 배부른 수납장
예전에는 이것보다 반찬통이 더 많았었는데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이웃이나 가족들과 정을 여기에 담아서 서로 주고받다 보니 그렇게 되었죠. 물론 저희 집의 반찬동이 줄어든 만큼 어느 집의 것인지 알 수 없는 반찬통도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다른 집에서 반찬통에 무언가를 담아오면 최대한 빠르게 돌려주려고 하고 손님에게 뭘 담아줄 때는 은근히 신경을 쓰는 편입니다. 음식을 나눠먹는 것은 전혀 아깝지 않지만 담아주는 통을 굳이 따로 돌려달라고 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죠. 이 정도 수준이면 병에 가까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강박증으로 힘들어하던 저를 도와준 회사가 있었으니 바로 죽 프랜차이즈 회사입니다. 이 회사의 포장용 플라스틱 용기는 재활용을 하기에 충분했기 때문이죠. 죽을 먹으면 먹을수록 빈 용기는 늘어나고 다양하게 활용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반찬통을 소중하게 오래 보관하더라도 가끔씩 예기치 않은 문제가 생기기도 합니다. 바로 냄새 때문인데요. 특히 김치를 담아놓은 통에서 나는 냄새는 다른 음식을 넣는 것을 꺼리게 만듭니다.
어제 멜론을 잘라서 넣으려다가 씻어둔 큰 사이즈의 반찬통에서 김치 냄새가 확 올라오는 것이 아니겠어요!
냄새 테러를 당한 뒤 이 통에 멜론을 넣었다가는 김치맛 멜론이 되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급하게 아이들과 함께 반찬통 세척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문제는 제가 후딱 진행하려던 세척 작업이 뜻하지 않게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실험으로 변질되었다는 점입니다. 밤 아홉 시 반에 말이죠.
반찬통에서 나는 냄새를 제거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보니 간단한 것들이 많았습니다.
실험 제목 : 반찬통 냄새 제거
실험 목표 : 반찬통에서 발생하는 김치 냄새를 제거하는데 어떤 물질이 가장 효과가 좋은지 살펴본다.
실험 준비물 : 물, 설탕, 소금, 베이킹 소다
실험 순서 :
1. 반찬통을 개봉해 통 부분과 뚜껑을 분리한다.
2. 통에 각각 설탕과 소금, 베이킹 소다를 담는다.
3. 굳이 아낌없이 붓지는 않는다. 설탕과 소금은 이곳 말고도 쓸 데가 많으니까..
4. 물을 절반 정도 담는다.
4. 용질(가루)을 용매(물)에 녹여주면서 용액으로 만든다.
5. 뚜껑의 고무패킹을 신생아를 다루듯 조심스럽게 이쑤시개로 분리한 뒤 따로 키친타월로 한 번 닦아낸다.
6. 묻어 나온 정체불명의 찌꺼기를 보며 소리를 지르거나 지나치게 놀라지 않는다.
7. 분리한 뚜껑과 고무패킹도 따로 용액을 만들어서 담가 둔다.
다음 날 아침이 밝았습니다. 물을 비우고 난 뒤 킁킁대면서 냄새가 얼마나 잘 빠졌는지 열심히 확인해보았습니다. 이론대로라면 어느 정도는 효과가 있어야 할 텐데요.
결과는...
두구두구두구
반찬통의 냄새가 빠지는 데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그러므로 '있는 가루들 중에서 아무 거나 그냥 편하게 사용하셔도 된다'라는 결론을 얻었습니다.